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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딸의 1등에 대한 집착, 속상해

 

 지난 주말 6살 딸내미의 유치원 체육대회가 있었다.

토요일임에도 회사에 급한 일이 있었던 아빠는 불참석...

정신없이 나대는 한결군까지 데리고 혼자 체육대회에 참석하려니

심난하고 걱정이 앞섰다.

 

그런 엄마의 심정을 눈치 챘는지..

딸내미는 공연스레 체육대회에 가지 않겠다고 버틴다.

내심 마침 잘 되었다 싶었다.

 

"진짜?? 안가도 괜찮겠어??"

몇 번이나 확인하고 확인해도 안가겠다고만 한다.

 

째깍째깍...

토요일 오후...

체육대회 시작 시간인 2시가 지났다.

2시 20분 쯤??

 

"엄마...나 체육대회 가고 싶어...갈래..."

컥...진작 가겠다 하던지...

이제와서....ㅡㅡ;;

 

 

 

 

 

 

 

내심 가기도 엄두가 안나지만

안 가는 것은 더 찜찜하고 마음에 걸렸던터라...

부랴부랴 준비를 하고 체육대회 장소로 갔다.

도착해서 시간을 보니 2시 50분...

 

개회식 행사에 약 세 게임 정도 진행 되었을뿐...

앞으로도 많은 경기가 남아 있었다.

다행이다.

 

안왔으면 어쩔뻔 했냐 싶게 딸내미는 즐거워했다.

그리고...한결군은 열심히 나댔다.

그런 한결군 잡으러 다니기 바빠 사진은 커녕 딸내미가 뛰는 모습을 거의 남기질 못했다. ㅠㅠ

 

 

그래도 딸내미는 열심히 뛰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일은 달리기에 1등을 했다.

심지어는 계주 선수로도 뽑혔다.

컥...

내 딸이 잘 달리는 재주가 있다니...

늘...달리기 꼴찌요 100m 기록이 23~4초로

"잠자리 잡으러 오느라 그렇게 살살 달리냐??"

라는 체육 선생님의 핀잔을 듣던 엄마로써는 놀랍고 감동적인 일이었다.

 

 

 

 

계주는 딸내미 팀이 졌다.

앞서서 달리던 친구들부터 내내 뒤쳐졌고

딸내미는 역전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엄마는 딸내미가 계주 선수로 뽑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신기하고 대견했다.

짧지만 딸내미의 릴레이 뛰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기도 했다.

 

집으로 돌아와 체육대회에 참석하지 동영상을 남편에게 보여 주었다.

나 만큼이나 달리기에 소질이 없는 아이들 아빠 역시 기특한 시선으로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때였다...

딸내미는 앙칼진 소리를 지르며 사납게 핸드폰을 빼앗아 갔다.

 

"싫다고...보여주지 말라고..."

"나 지는거 싫다고 몇 번이나 말했잖아...

일등 못한 이런 사진 같은거 다 지워버려..."

 

눈물까지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화를 냈다.

 

체육대회 끝나고 집으로 오는 길에 의기소침해 하는 딸내미에게

나름 용기도 주고 달랜다고 달랬건만...아직도 뒷끝이 남았나부다. ㅡㅡ;;;

 

 

 

생일이 빠른 덕도 있을 것이요 타고나길  야무져 보이는 스타일도 있을 것으로

딸내미는 또래보다 빠르고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자랐다.

 

그 때문일까??

이 아이는 지는 것을 싫어 한다.

늘 1등을 하고 싶어하고 인정받고 싶어 하고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 한다.

그래 보았자 워크시트 빨리 풀기,수 빨리 세기,글씨 빨리 쓰기...밥 빨리 먹기...

수준의 사소한 일들뿐임에도...

 

아직 6살 꼬맹이 인지라

크게 등수를 매길 일도 없건만

사소한 일 하나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며 이기려 하고

지는 것을 힘들어 하는 모습에 엄마는 걱정이 앞선다.

 

이제 시작인 것을...

경쟁은...앞으로가 더 문제일 것을...

 

경쟁 시키고 싶지 않아도 경쟁 해야하고 이겨야 하는 분위기는 자랄수록 커질텐데...

지금은 모든 일을 즐겼으면...싶은게 엄마 마음인데...

것도 욕심인건지...

 

결국 딸내미는 본인이 뛰는 동영상을 지워버렸다.

기념으로 오래오래 저장해두고 싶었는데...

 

 

아쉽고 속상하다.

혹시...나도 모르게 딸에게 잘 할 것을

1등한 것을 무의식중에 강요 했었나??

 

 

어디선가...보았던

"지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라는 문구가 문득 떠오른다.

 

 

울 딸내미...잘...지는 연습도 시켜야 할 때인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