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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육아는 행복해

'천사의 유혹'이 뭔데 널 울려!



지난 주말...하랑아빠와 하랑맘은 하랑이네 집 구조 바꾸기 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거실을 서재로 만들기 마무리 작업을 하고 여차저차 잠자는 방에서 TV도 과감하게 치워버렸습니다.
잠 들기 직전까지 TV만 보다 잠들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잠들기 전에 되도록 책도 많이 읽어주고 이야기도 나누며 엄마 아빠와 교감을 나누며 행복한 기분으로 잠자리에 들게 해 주자는 좋은 취지였지요.

하지만...잠 자는 방에서 TV를 퇴출 시킨지 2틀째...벌써부터 부작용이 생겼습니다.
9시가 넘자 하랑이는 끔뻑끔뻑 졸린 눈을 비벼대며 "엄마, 저기 가서 자요." 라며 침실쪽을 가리킵니다.
하지만 9시~10시 사이에 방영하는 SBS '천사의 유혹'의 덫에 제대로 빠진 하랑맘
"엄마 이거 봐야되니까 엄마 옆에 누워 있어." 라며 건성으로 대답합니다.
"시져...안해...아니야..." 23개월 동안 배운 부정어를 총 동원하며 TV에 정신을 빼앗긴 엄마의 관심을 끌고 싶어 하건만 또 하랑맘은 건성으로 대답합니다.
"싫기는 뭐가 싫어. 그냥 아무데서나 자면 엄마가 옮겨 줄걸..."
"아니야...이거 아니야...시져..."
"아...진짜... 싫으면 너 혼자 가서 자던지."
버럭 짜증을 내는 엄마의 말에 하랑이는 똘똘이 인형을 꼭 끌어안고 침실로 달려갑니다.
한동안 조용하자 슬그머니 미안한 마음, 그리고 궁금한 마음에 따라가 보니 우리 하랑이 똘똘이를 꼭 끌어 안고 누워있네요.
'에그...그깟 드라마가 뭐라고...일단 하랑이부터 재우자.' 라는 생각에 하랑이 옆에 누웠습니다.
"하랑이 엄마랑 자자...! 좋은 꿈 꾸고...오늘 재미 있었어요?" 간단한 인사로 마무리 하고 좋게좋게 재우려 했건만 좀처럼 잠들 생각이 없는지 눈빛이 말똥말똥해진 하랑이는 자꾸 장난만 칩니다.

차마 끄지 못한 TV에서는 '천사의 유혹'의 악녀 주인공의 만행들이 속속 밝혀지는 소란스러운 소리들이 들립니다.
안 되겠습니다. 하랑이가 쉽게 잘 것 같지도 않은데 드라마 보러 가야겠습니다.
"너 안 자면 엄마 간다. 심심하면 너도 따라 오던지...."
벌떡 일어나 TV가 있는 방으로 달려 갔습니다.
하지만 죄책감에 드라마의 내용이 눈에 들어 오질 않습니다. 또 한바탕 울음을 터뜨리며 징징거릴 줄 알았던 하랑이가 조용한 것도 마음에 걸립니다. 결국 5분도 못 되어 방으로 돌아 갔는데...
우리 하랑이가 소리 없이 흐느끼고 있었습니다.ㅠㅠ

요 조그만 것이 드라마에 정신 팔린 엄마한테 얼마나 섭섭하고 서러웠으면 그렇게 눈물만 주루룩 흘리며 우는지...
엉엉...소리 내어 우는 것보다 소리 없는 그 울음에 가슴이 찌릿 아파옵니다.

그깟 드라마가 뭐라고...더도덜도 말고 20분만 참아주면 될 것을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
내내 그 타령이 그 타령인 드라마 한편 보겠다고 23개월짜리 딸내미 눈에서 눈물을 빼는 하랑맘. 너무 한심합니다.

이렇게 할 것 같았음 TV는 왜 치웠데...혼자 자책 하며 딸내미를 꼭 안아 주었습니다.
"미안해...왜 이러구 울고 있어...엄마가 가 버려서 섭섭했어? 엄마 따라 오지, 아니 가지 말라고 말을 하지..."
말은 이리 하지만 과연? 가지 말라고 했으면 안 갔을까요? ㅡㅡ;;
우리 딸내미 아직도 서러움이 가시지 않았는지 입술을 삐죽거리며 "엄마...안아주세요." 라며 엄마 품을 파고 듭니다.
그렇게 하랑이를 안고 자장가 두 곡을 채 다 부르기도 전인  딱 5분 만에 곤히 잠들었습니다.

20분 아니 단 10분만 정성껏 아이 곁을 지켜 줬다면 조금 더 기분 좋게 꿈나라로 가게 해 주었을 것을...
백날 책을 읽어주네, 노래를 많이 들려주네...인성교육 한답시고 설치는 하랑맘 그런거 안해도 좋으니
사소한 일로 아이 상처나 주지 말지...중요하지도 않은 욕구하나 조절 하지 못해 아이 눈에서 눈물 빼고 재웠네요.

스스로에게 주는 벌로 그 좋아하는 선덕여왕은 시청하지 않았습니다.



에구구...우리딸...엄마가 정말 미안...잠든 하랑이를 보며 다시 한 번 사과를 해 보지만 알면서도...또 느끼면서도
자꾸만 후회 하고 미안해 할 일을 반복하는 하랑맘...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갈 길이 멀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