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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딸의 지나친 솔직함에 상처받은 엄마의 결심


요즘 한창 엄마 지갑이 궁금한 딸내미...

하지말라는 엄마의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고
엄마 지갑을 뒤적이던 딸내미가 무언가를 들고 옵니다.

"엄마...이것 봐봐요. 이거 누구에요?"
라며...딸내미가 들고 온 사진은 바로...남편과 제가 연애 할 때 찍었던 스티커 사진이었습니다.
당연히 그 사진의 주인공은 엄마, 아빠이건만...
"이건 아빠 맞는데...이 건 누구에요?"
잔인한 딸내미는 다시 한 번 확인 사살해 줍니다.
그 확인 사살은 엄마의 가슴 한 복판에 제대로 박혔습니다.
사람을 이거라고 지칭하면 안 된다는 지적마저도 할 수 없을 만큼 맥빠지게 만드는 딸의 질문...
'이거 누구에요..ㅠㅠ'
하지만 솔직했다는 이유만으로 딸내미를 혼낼 수는 없는 하랑맘...
일단 마음을 추스리고 사진을 봅니다.


물론 확실히 지금보다는 좀 어려 보이고
살도 덜 쩠고...긴 생머리도 찰랑찰랑 해  보이긴 합니다만...
뭐...그리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 5년만에 무슨 사람 얼굴이 그리 바뀌겠습니까...
성형 한 것도 아니고...
그런데 우리 딸은 엄마인지 모르겠답니다 ㅡㅡ;

"누구긴...엄마지...아빠랑 엄마랑 하랑이 태어나기 전에 찍은 사진이야..."
딸내미의 표정이 의아 하다는 듯이 변합니다.
"이게 엄마에요? 어...엄마 아닌 것 같은데..."
"왜?? 엄마랑 많이 달라? 엄마 아닌 것 같애?"
이미 엄마의 표정에는 웃음기가 가셨습니다.
딸내미도 굳은 표정으로 끄덕 합니다.

아직 입에 발린 말은 할 줄 모르는 딸내미는 그저 본인 소신대로 대답할 뿐인데...
공연히 집요해진 엄마...
"그럼...하랑아...엄마 지금이 나아? 이때가 나아?"
딸내미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사진을 가르킵니다.

이 아이는 지금 본인이 무엇을 잘못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거짓말도 할 줄 모르고 상대의 기분을 맞추는 요령은 더더욱 없을뿐이지요. ㅠㅠ

안 그래도 거울을 볼때마다 부쩍 쳐저보이는 피부와
갑자기 한 웅큼씩 빠지는 머리카락, 쉽게 빠지지 않는 살에 스트레스 받고 있건만...
솔직한 딸내미의 말을 들으니 너무 우울해집니다.


남편에게 스티커 사진을 찍어 문자로 보냈습니다.
"하랑이가 이 사진이 엄마가 아니래. ㅠㅠ"

그래도 남편 밖에 없습니다.
맘에 없는 소리겠지만..그래도 말이라도 용기를 줍니다.



무엇보다 딸이 느낀대로 솔직하게 말하는 월령이라는 것에 엄마는 새삼 상처를 받습니다.

안 되겠습니다.
내일부터는 정말 피곤하고 졸립더라도...
수시로 꼭 팩도 할거구요...
탈모 방지용 샴푸로 바꿀거구요...
그리고...꼭 살인 다이어트 할 겁니다. ㅠㅠ

내일은 어떤 상황이 전개 될 지 모르지만 일단 오늘은
굳은 결심을 하며...잠자리에 듭니다.

그 결심은 왜 항상 내일일까요?
지금 당장 스트레칭이나 팩 정도는 할 수 있는데...
피곤한 엄마는 또 그 마저도 하지 않고  내일부터...라고 일단 결심만 합니다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