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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평범한 일상들

시어머님이 주신 용돈, 감동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


생일 전날...아침 일찍 전화벨이 울립니다.
발신 번호는 시어머님이십니다.

"00아...내일이 생일이지? 내가 직접 가지는 못 하고 대신
통장에 미역국 값 넣었다...애들이랑 한이한테 쓰지 말고 꼭 너 먹고 싶은거 사먹어라..."

"아니...뭘 또 보내셨어요. 용돈은 저희가 드려야하는건데..."

"냅둬라...니가 무슨 상관이냐...내가 내 며느리한테 선물 보내겠다는데... 얼마 안 된다..."


결혼한지 5년, 생일은 4번째 맞습니다.
매번 생일때면 정성껏 끓이신 닭볶음탕과 미역국을
자전거 타고 휘리릭~ 배달을 해 주시곤 했는데

작년 5월에 이사를 오는 바람에 생일 음식은 배달 하시지 못하시고 대신 용돈을 보내주신다는 어머님...

거금 10만원이나 보내 주셨더라구요.

자식들을 다 시집 장가를 보내시고도 쉬지지 못하시고 내내 일하셨습니다.
일년 전 대퇴부 골절로 수술 받으시고 거동이 불편하신 외할머님
병 수발때문에 외출 조차 마음껏 하시질 못하십니다.

밖에서 일을 하실 수 없으시니 집에서 하실 일을 찾으신다더니
어느 날 부터는 양말 실밥 다듬으시는 부업을 하시기 시작하셨습니다.

외할머니의 병수발도 힘드실텐데 부업까지 하시는 어머님...

"엄마...힘드시게 왜 또 부업까지 하세요. 그냥 이제 쉬셔요..."

"내비둬라...멍청히...있으면 뭐해...하루종일 우두커니 있으면 얼마나 지루한지 아냐?
이렇게라도 손을 움직이면 돈도 벌고 시간도 잘 가고...

나도 내 여가시간 보내는 거니깐...잔소리 말어..."

말씀은 이리 하시지만 제 앞가림 하기에 바쁜 아들, 며느리에게 행여라도 부담을 주고 싶지 않으신 당신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더 부지런하려 하시는 것을 다 알고 있습니다.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꼭 아껴두었다가 저희에게 챙겨 주시고,
하다 못해 좋은 그릇이라도 들어오면 아껴 두었다가 다 저희에게 보내 주십니다.
손주들을 만나면 과자 사 먹으라고 고사리손에 쥐어 주시는 용돈..

가끔 시댁 나들이를 할 때...뭐가 좋아보인다는 말씀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 말 한마디에 얼른 그 물건이든 화장품이든 악세사리든 바로 싸 주시곤 하시기에...ㅡㅡ;;
"젊은 니들이 쓰는게 좋지...늙은 내가 가지고 있으면 뭐해..."
이게 자식들에게 다 퍼주시는 이유십니다.

10만원이면 양말 몇 켤레의 실밥을 손질 해야 할까요?
모르긴 몰라도 수 천켤레는 손질 하셔야 할 것입니다.

누구는 안 키워본 자식 혼자 키우나...

애 둘 키우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 한 통 자주 못해 드리는 며느리는
그저 어머님께서 주신 10만원이 100만원보다 더 값지고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엄마...항상 죄송하고 너무 감사드립니다.
꼭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시길 바랍니다.
그래서 나중에 아이들 키워 놓고 외할머니가 많이 나으시면 저와 여행도 다니시고
좋은 것도 먹으러 다니고...그렇게 많은 추억도 쌓고 재미나게 살아요 ^^



월요일 남편의 외할머니이시자 시어머님의 친정 어머님께서 수술을 받으십니다.

작년 외할머님의 수술때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에이구...이대로 못 깨어나는 건 아니겠지...
함께 있을때는 그렇게 힘들고 노인네가 나를 왜 이렇게 고생시키나 하면서도
또 막상 이대로 세상을 떠나버리실까 무섭다.
자꾸 못 해주고 내가 화낸 것만 생각나고...
조금만 더 살아주면...내가 후회 없이 잘 해줄 것 같은데..."

일 년 정도만에 또 다시 같은 수술을 받으셔야 하는 외할머님을 바라보시는 어머님의 마음은
또 그때와 같으시겠지요.
부디 조금 더 저희 어머님 곁에서 조금 더 지켜 주시길 기도합니다.




 
월요일 오전 10시 55~11:00시에  'KBS1 TV동화 행복한 세상'
제가 쓴 글을 토대로 구성된 애니가 방영된다네요. ㅋㅋ
시간 되시면 함께 감상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