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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육아는 행복해

골초 아빠, 단번에 담배를 끊게 한 딸의 한방


대학때부터 아주 친하게 지내던 선배중에 지독한 골초가 있습니다.

1년 선배이긴 하지만 다른 학교 졸업후 사회 생활을 하다가 다시 입학을 한 저보다 10살이나 많은 선배였습니다. 과의 특성상 마음 맞는 선후배들이 이런저런 행사를 많이 다니다 보니 유독 친해지는 팀들이 있고 이 선배도 그 중 한 명이었습니다.

이벤트 행사를 하는 이모에게 행사 진행자를 연결해주고자 오랜만에 통화하게된 선배.
중요한 용건들은 끝내고 이런저런 안부를 묻는데...선배는 대뜸 자랑을 합니다.
"야야...나 담배 끊었다."
"오...진짜? 왠일이에요? 하루에 두갑씩 피우는 골초가...선배 담배 없으면 못 살잖아...ㅋㅋㅋ"
"그러게 말이다. 나도 내가 놀라운데 우리 딸내미때문에 도저히 안 끊을 수가 없더라...끊은지 5개월째야..."

 

"00이가? 왜?? 이제 열 살 되었나?"
"응...가족들이 다같이 나갔다가 또 입이 심심해서 담배 한 대 피우려고 한쪽으로 갔는데 어느새 따라와서 내 담배갑을 빼앗아서 부러뜨려 버리더라구. 순간 화가나서 뭐라고 하려고 하는데 이 녀석 눈빛이 너무 애절 한거야. '아빠 죽으면 너무 슬퍼서...' 말도 못 잇고 우는데...알고 봤더니 어디서 금연 교육을 받고 왔는지 담배 피면 죽는다고...요즘은 이렇게 어린 애한테도 금연 교육을 찐하게 시키나봐...어쩌겠냐...나 죽으면 슬프다는데...담배만 보면 이 녀석 표정이 생각나서 차마 담배를 입에 댈 수가 없다."

밥은 안 먹어도 담배는 피워야 한다는 주의를 가진 선배가 딸내미의 애절함에 확~ 바뀌었습니다.
그럼요. 아이가 울면서 담배를 다 끊어 버릴정도로 무섭고 싫다는데 뭐 좋은거라고 계속 피우겠어요. 돈 버리고 몸 버리고. ㅋㅋ 표현이 좀 이상한가요? 아무튼 참 깜찍하고 당돌한 딸내미 덕분에 담배 끊은 선배의 이야기를 들으니 갑자기 부러워지네요.


이 글을 쓰다보니 남편과 우리 딸이 생각납니다.

새해 들어 2개월 가량 금연에 성공했던 남편이 얼마 전부터 다시 담배를 피우더라구요.
주말이면 담배 피우러 나가느라 유난히도 들락거리는 아빠에게 네 살 딸이 묻습니다.
"아빠 어디가요?"
"응...아빠 잠깐 볼 일 있어서....나갔다 올려구..."
"아...아빠 담배 피러가는구나? 아빠 잘 피우고 오세요.ㅡㅡ;"
평소에는 인사도 잘 안하면서 꾸벅 배꼽 인사까지 하면서 담배피우러 나가는 아빠를 배웅합니다.
"ㅋㅋㅋ 그래...아빠 금방 갔다 올게..."


으이구...부녀가 잘 하는 짓이다...
갑자기 딸내미 덕분에 담배 끊었다는 선배네가 부러워집니다.
우리딸은 언제 커서 단번에 아빠의 담배를 끊게 만드는 일침을 가해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