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쪽지를 보내왔습니다. 바로 딸내미의 칫솔이 많이 닳았으니 새 칫솔을 보내 달라는 내용이었지요. 마침 집에 사다놓은 여유분의 칫솔들이 딱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마트를 갔습니다. 분명히 쪽지에 적어 갔는데 막상 그 쪽지마저 찾기 어려웠습니다. '뭔가...중요한 살 것이 있었는데...뭐더라...뭐더라...' 결국 잊어버리고 딸내미 간식거리와 달걀, 두부등 몇몇 식료품만 사가지고 돌아 왔습니다. 빨래를 너는데 딸내미의 원복이 보입니다. 갑자기 생각이 납니다...'아 맞다...칫솔...' 날도 어두웠고 새로 사러 나가기도 귀찮아서 그냥 어린이집에 보냈습니다.
원에서 가져오라는 준비물은 될 수 있는대로 첫째 날 보내자
물론 대부분은 잘 챙겨가다가 하루 정도 준비물을 늦게 챙겨 준 정도이니 크게 문제 될 건 없습니다. 그럴 수도 있구요. 하지만 그 빈도가 잦아지면 선생님 입장에서 보기에 당연히 엄마가 관심 없어 보이고 성의 없어 보입니다. 또한 아이들도 자신이 가져가야 할 것을 잘 챙겨가지 않았다 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공연히 눈치보고 기죽는 일이 생기도 합니다. 때문에 어린이집이나 원에서 가져오라는 준비물은 꼭 날짜를 어기지 않고 준비를 해 주는 것이 좋고 기왕이면 가장 첫째날에 보내는 것이 더욱 좋구요. 어짜피 언젠가는 내거나 보내야 할 준비물인데 하루라도 빨리 챙겨주면 서로서로 맘 편한 일이지요.
아이의 복장 및 소지품은 항상 정갈한 상태를 유지
유난히도 인형같은 남자 아이가 있었습니다. 세 돌이 채 안 된 그 아이는 너무 귀엽게 생겨서 처음 어린이집에 왔을 때 모든 선생님들의 관심의 대상이었지요. 하지만 그 아이에 대한 환상은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아직 이른 봄이어서 추운 날씨인데 양말도 안 신겨 보내고 몇 날 몇 일 빨지도 않고 입혀 보내는 옷의 소매 끝은 때가 절어 번들번들 윤기까지도 났습니다. 항상 누런 코를 덕지덕지 붙이고 다니는 아이, 선생님들이 닦아도 주고 사랑을 해 주려 하지만 무엇 보다 아이의 머리와 옷에서 나는 악취때문에 안아 주기도 꺼려졌습니다.
현재 결혼과 육아 이후 오랜 공백기를 끝내고 다시 어린이집에 복직한 언니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더군요. 아이가 이뻐서 안았다가도 냄새때문에 힘들때가 있다고요, 아이는 4형제 중에 늦둥이 막내라 엄마가 나이도 많으시고 힘에 부치신지 신경을 많이 못 쓰시는 것 같다구요.
이쁜 옷, 비싼 물건을 챙겨서 보내라는 것이 아닙니다. 최대한 정갈하고 깔끔한 상태를 유지해서 보내 주라는 말이지요. 꼭 남을 의식할 필요는 없지만 이런 부분은 선생님을 의식할 필요가 분명히 있습니다. 항상 반듯하고 깔끔하게 모든 물품들을 보내주고, 삶고 정성을 들여서 깨끗하게 관리한 복장 상태를 유지하는 아이에게 누가 함부로 할 수 있을까요.
원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절대로 밀리지 않는다.
제 주변의 친구중에 자꾸만 아이의 어린이집 원비를 밀리는 친구가 있습니다. 특강비도 수시로 밀려 놓습니다. 담임 선생님이 전화도 하고 쪽지도 보내는 것 같습니다. 원비 밀려 놓고 아이 옷도 사 입히고 필요한 물건도 사고...그 친구의 우선 순위는 원비가 아닙니다. '어짜피 낼 거잖아.그럼 하루라도 빨리빨리 내 줘...쓸거 다 쓰면서 왜 원비를 괜히 늦게 내, 자꾸 밀리면 선생님 스트레스 받어..애한테 관심 없어 보이고...'라고 이야기를 해도 습관처럼 그 부분을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버틴다고 안 내는 것도 아니고 내 아이를 잘 돌보아주고 가르쳐주는 댓가로 지불하는 비용이니 당연히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하는 부분이 되어야 마땅 합니다.
비단 선생님이 곤란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상황에서는 아이도 눈치 봅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제 어린시절이 그랬습니다. 소소하게 챙기는 것을 워낙에 못 하시는데다 항상 맞벌이 하느라 바쁘신 엄마가 당시 다니던 선교원 원비를 밀렸습니다. 제 나이가 7살 이었는데 그때 선생님들이 나누던 대화가 똑똑하게 기억이 납니다. 어린마음에 어찌나 수치스럽고 서럽던지...엄마한테 울면서 선교원에 안 간다 했습니다. 엄마는 애 듣는데서 별 소리를 다 했다고 분노를 하셨지만 그건 원의 탓이라기 보다는 기관에 보내만 놓고 신경을 신경을 쓰지 못했던 엄마의 탓도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2년이나 기관에 다녔지만 전 남들 다 있는 유치원 졸업장이 없지요. 요즘 아이들은 모르긴 몰라도 20년도 훌쩍 넘게 지난 과거의 저보다는 훨씬 조숙하고 영악하니 만약 이런 일이 생긴다면 더 빨리 상황 파악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관심의 표현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자
"내 새끼 귀한 새끼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말로는 강조하면서도 제대로 씻기지 않아 냄새가 나고, 꾀죄죄한 입성에 준비물도 안 챙겨오면 누가 보아도 관심 없어 보입니다. 챙길 것들 정갈하고 신속하게 챙겨주는 엄마들을 보면 굳이 귀한 자식이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참 아이 잘 챙긴다, 아이의 생활에 관심이 많구나...정확하고 꼼꼼하게 챙기는 스타일이시구나, 나도 실수 하지 않도록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관심을 보인다고 원에 수시로 전화해서 참견하고 트집이나 잡는 행동들 자주 하면 공연히 미운털이나 박힐 뿐 입니다. 평소에 정확하게 챙겨줄 건 챙겨주고 항상 상냥하고 겸손한 태도를 유지하다가 정말 아니다 싶을때 하는 엄마들의 한 마디에는 바짝 긴장하게 되구요, 아이에게도 더 많은 신경을 쓰게 됩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최고의 덜렁이이자 깜빡이임을 인정하는 제가 딸아이의 원에 보낼 때 중요한 것은 물론 사소한 것 까지 세심하고 까다롭게 챙기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뭐 그래도 워낙에 잘 빠뜨리긴 합니다. ㅡㅡ;;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아이에게 관심이 있는 엄마라면 너무나 당연하게 해주는 것들인데 그 당연성 때문에 가끔 간과하는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더 들고 싶은 예도 많고 하고 싶은 말들이 많지만...넘 길어지는 관계로...
이미 넘 길어졌네요. ㅋㅋ
날씨가 많이 더워졌어요. 저도 많이 괴롭군요. ㅠㅠ
그래도 힘을 내어서 행복한 한 주들 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