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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육아는 행복해

압구정 H 백화점 옥상에서 느낀 문화적 충격

 몇 년 전...친한 언니와 함께 압구정에 볼 일이 있어서 갔습니다.
볼 일을 마치고 나니 오후 1시 가량 되더군요.
무엇을 할까 하는데 마침 건너편에 현대 백화점이 보였습니다.
"언니...저기 옥상 공원이 그렇게 좋다는데...저기 가서 애들도 놀게 하고 우리도 차나 한 잔 할까요?"
"그래..날씨도 좋은데...그러자..."


 

말처럼 그냥 좋다기에 호기심에 올라 갔지요.
이쁘게 잘 꾸며진 옥상 공원...날씨도 좋고...아이들이 놀기에도 딱 좋았습니다.
"와...여기 좋다...잘 해놓긴 정말 잘 해놨네..."
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자리잡고 앉아 차를 한 잔 하려는데...
아이들이 칭얼댑니다.
뭐 지들도 좋은 곳에 갔으니 좀 돌고 싶었겠지요.
그렇게 칭얼대는 아이를 안고 주변을 둘러보며 한 바퀴 돌았습니다.
그 곳에 다른 맘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직접 아이를 보는 맘은 우리 밖에 없었습니다.
모델처럼 늘씬하고 잘 꾸민 엄마들은 차 마시며 수다를 떨고 있고
아이들은 유모들이 돌보더군요.
유모가 이유식 먹이고, 유명한 명품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하고..

엄마들도 어찌나 다들 그렇게 이쁘던지...아기 엄마들 같지 않더군요.
오랜만의 나들이에 나름 꾸미고 간다고 나갔는데 
자꾸만 제 자신이 추례하고 나이보다 더 늙게 느껴졌습니다.

한 세개 가량의 큼지막한 명품 쇼핑백을 들고 올라 온 엄마와
유모와 놀고 있던 아이가 상봉하는 모습...!!!



부러웠냐구요?
사실 부럽다기 보다는 정말 낯설고 충격적이었습니다.
마치 TV에서 나오는 내가 가 보지 못한 나라의 풍경을 볼 때처럼 말이지요.
그리고 왠지모를 이질감이 느껴져 금방 내려왔습니다.
함께 있던 언니도 그런 기분을 느꼈는지 내려가자는 저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 "그래..." 하더군요.
더 기분 나쁜건 안그러려고 하는데 은근히 기가 죽고 어깨가 움추려드는 느낌 이었습니다. ㅋㅋ



넉넉하지는 않아도 아끼고 알뜰살뜰...
아이들 키우고 살림하면서 이 정도도 행복이지..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저런 세계도 있구나...
라는 말을 하면서 그렇게 우리는 전철을 타고 돌아왔습니다.
주렁주렁 비닐 봉지를 걸어 놓은 낡은 유모차에
조용히 앉아 있으라고 쥐포 하나씩 쥐어주며 아이들의 입을 막고 말이지요. ㅋ

그리고....다시는 그 곳에 가지 않았습니다.

그냥 원래 그랬던 것처럼...
차라리 그런 세상은 안 보고...이것이 행복이겠거니...믿고 살기로 했습니다. ㅋ

아직도 가끔...그 곳의 풍경이 꿈결처럼 떠오를 때가 있는 걸 보면...
문화적인 충격이 꽤 컸었나 봅니다.

그나저나 유모가 있으면 참 좋겠어요.
그럼...이쁜 셋째딸 하나 더 낳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