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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평범한 일상들

성형부터 치질까지, 못 고치는 병이 없는 왕의원의 전설?

약 한 달 전의 일입니다. 오랜만의 친정 나들이...저희 친정은 충청남도 두메산골에 위치해 있습니다. 딱...시골...스러운 시골입니다.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얼굴에 아는 인맥이고 이웃집도 내집처럼 드나들며 서로 돕고 사는 푸근한 인심이 있는 곳입니다. 덕분에 저희가 갈 때마다 근처에 친하게 지내는 이웃분들도 오셔서 함께 담소도 나누고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그 날도 그랬습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저녁을 먹다가 아이들을 재워야 해서 저희 가족만 방 안으로 먼저 들어 왔습니다. 그렇게 조용히 누워 아이들을 재우다 보니 밖에서 들리는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에 자연스레 신경이 쏠립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어른들...

갑자기 화제가 얼마 전 쌍꺼풀 수술을 한 이웃 아주머니 중심으로 전개 됩니다.
아직 눈의 붓기도 미처 빠지지 않으셔서는
 "우리 딸이 거 뭐시냐...반영구인가 뭔가...내년에 생일에는 그거 해 준다데..."
"에이그...아직 눈도 퉁퉁 부었구만...뭘 또햐...."
다른 아주머니가 퉁을 놓으십니다.
"왜...머든 해서 이뻐지면 좋은거지...나도 함 거 머시냐...
잉~볼 빵빵하게 만드는 보톡스 한 번 맞아볼라고...
접때 허리가 아파서 왕의원에 갔더니 그 주사를 아주 잘 놓는댜...
의사 성생님이 큰소리 땅땅 치더랑께..."
그러자...또 옆에 계신 이웃 분이 나서십니다.
 "잉?? 왕의원?? 나도 거기 알아...난 거기서 치질 수술 받았는디..."
그러자 옆에 계시던 또 이웃 아저씨께서 말을 받으십니다.

"하이고...그랴? 난 거그서 무좀 치료 받았구만...
워찌나 용한지...거그서 지어준 연고 바르고 바로 싹 나샀사..."



너무 황당하고 웃겨서 그 자리에서 빵 터졌습니다. 아기들이 깰까...밖으로 웃음소리가 새어 나갈까...혼자 이불 뒤집어쓰고 킥킥 댔습니다. 도대체 그 '왕의원'에서 못 고치는 병은 무엇일까요? 허리, 치질, 무좀에 보톡스까지...도무지 연관 없어 보이는 병들을 모두 고쳐준다는 만능 '왕의원' 그래서....의원 앞에 '왕'이 붙는 걸까요? 그냥 이름만으로도 심상치 않은 포스가 느껴집니다. ㅋ

정작 이야기를 하시는 이웃 어르신들은 너무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시지만...방안에서 훔쳐 듣던 저에게는 너무 재미있고...여운이 남는 내용이었습니다....흠...단...혹시라도 저희 어머님이 이웃 아주머니께 휩쓸려 보톡스 맞으러 가신다고 따라나서 실까...좀 걱정이 되긴 하더군요. 그래도...무좀, 치질, 허리는 안 보이는 곳이지만....얼굴은 쫌...만약 실패하여 아이들 보고 웃지도 못하는 외할머니가 되신다면 많이 속상할 것 같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