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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인색한 엄마 당장 지갑 열게 한 4살 딸의 주문



딸내미의 기분이 날아 갈 것 같습니다.
내내 갖고 싶었던 화장품 놀이 셋트를 드디어 손에 넣었거든요.

물건 귀한 줄 모를까봐...경제 관념 없이 자랄까봐...
딸이 갖고 싶다는 장난감이나 물건을 바로 사주지 않는 편입니다.
진짜 갖고 싶은지 오래 생각하게 하고 또 갖고 싶은 물건을 얻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노력 (동생과 사이 좋게 지내기, 밥 잘 먹기 등등)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 주기 위해서두요.
언젠가 포스팅 했듯이...그렇게 뜸들이다가 갖고 싶은 물건이 손에 들어오면...
딸애는 그 물건을 끌어 안고 잡니다. 자다가도 일어나서 쓰다듬고 다시 자기도 하구요.


오래 전부터 이웃 언니와 똑같은 화장 놀이 셋트를 사다라고 졸라대던 딸내미.
사실 전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주려 예정하고 있던 장난감입니다.
그래서 " 동생과 사이좋게 지내고, 떼 안쓰면서 산타할아버지께 기도하면
산타 할아버지가 크리스마스 날 선물로 주실거야."

이리...말하곤 했습니다.


지난 토요일...시험 준비에 바쁜 아빠가 학원에 간 사이...
집에만 있기 지루해 하는 아이들 데리고 동네에 있는 마트에 갔습니다.

지나가지도 않으려 했는데 자석에 끌리듯 딸내미는 인형들을 전시 해 둔 곳으로 발길을 향합니다.
그리고 또 화장품 놀이 셋트를 만지작 거립니다.
언제나 처럼..."착한 일 많이 하면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로 주실거야..."
라고 말하며 엄마는 그냥 지나칩니다.


"응...알아...그냥 보는거야..."
말을 하면서 딸은 마지못해 엄마를 따라 발길을 돌립니다.
"그래...한결이랑 잘 놀면 산타 할아버지가 주실거야."
"밥 잘 먹고, 장난감 정리 잘하고...떼 안쓰고..."
계속 중얼 거립니다.
"참을 수 있어...참을 수 있어...착하게 지내면...산타 할아버지가 주실거야..."
"난 지금 안 갖고 싶어...참을 수 있어..."

자신에게 거는 주문처럼...참을 수 있어를 반복하는 딸내미...

딸의 주문을 듣는데 제가 참을 수가 없어지더군요.
당장에 다시 장난감 코너로 갔습니다.
그리고 가장 좋아 보이는 화장품 셋트를 골라 딸에게 안겨 주었습니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딸은 엄마를 쳐다 봅니다.
"엄마...이거 왜요?"
"응...크리스마스 아직 멀었으니깐...그냥 엄마가 선물로 사 주는거야."
"그럼 산타 할아버지는요?"
"산타 할아버지 한테는 다른 선물 받으면 되잖아...."
"착한 일도 더 하고 한결이랑도 더 잘 놀아야 한다고 했잖아요."
"그래...앞으로 그렇게 하라고 엄마가 선물해 주는거야.
대신 집에가서 밥 한 그릇 다 먹어야 장난감 꺼내 줄거야..."


집으로 오는 내내 싱글벙글...장난감 상자를 쓰다듬고 또 쓰다듬고...

밥을 먹을 때마다 깨작거리다 엄마에게 혼나곤 하는데...
자발적으로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장난감을 뜯었습니다.


기대에 찬 표정으로 상자를 뜯고...
화장품 가방을 열고...
분도 바르고, 립스틱도 바르고...메니큐어도 칠해 봅니다.
상자에 들어있는 작고 앙증맞은 스티커를 이용해 나름 네일아트 분위기도 내어 봅니다.


이리 재미있는 놀이를 혼자만 할 수는 없지요.
"한결아...누나가 메니큐어 칠해 줄게..."
그리곤 엄마를 슬쩍 봅니다.
"엄마...나 한결이랑도 잘 놀지요? 바바요...나 착하지요..."
그래...정말 이쁘고 착하다 ^^


가끔은 떼쓰지 않는 딸내미가 참 안쓰럽습니다.

이제 겨우 4살인데...너무 빨리 누나를 만들고 큰 아이로 만들어 버려서 그런 걸까요?
아이답지 않은 모습을 보면 안타깝고 미안합니다.

"참을 수 있어, 참을 수 있어..." 스스로를 달래던 딸내미...
아직 그렇게까지 참을 나이는 아닌데 말입니다.
만약 딸내미가 당장 갖고 싶다고 떼를 썼다면...많이 혼나기만 했을지도 모르죠 ^^;;
설마...장난감에 인색한 엄마의 지갑을 열게 할 딸의 노림수는 아니겠지요? ㅋㅋ
이제 겨우 4살인데...ㅋㅋ


'그나저나..딸내미 크리스 마스 선물은 다시 선정 해야겠네...'
라는 엄마의 생각을 읽었는지...
"엄마...산타할아버지한테...신데렐라 화장놀이는 받았으니깐...
신데렐라 유리구두 셋트 사달라고 해야겠어요."
라고 친절하고 발빠르게 지정해 주네요 ^^;;;
이럴때는 또 영락없는 아이 입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