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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평범한 일상들

불임에 용하다는 한의사의 은밀하고 엉뚱한 한마디


결혼 3년차인 친구에게는 아직 아이가 없습니다. 처음 1년은 신혼을 즐기기 위하여 갖지 않았고 그 이후로 생기겠거니 하면서 2년이 지났습니다. 둘다 아무 이상없이 건강하다고 하니 크게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만 별다른 피임 없이도 임신이 잘 되지 않자 친구는 은근히 신경이 쓰이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일 욕심 많은 친구가 일을 조금 줄이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맘 편하게 쉬기만 해도 금방 임신이 될 것 같긴 하지만...아직은 둘다 젊고 건강하니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정작 본인들은 느긋한데 이런 일은 부모님들이 더 걱정이시지요. 친구의 어머님도 그러셨습니다. 저를 보시면서.."하랑맘은 벌써 애가 둘인데....너도 빨리 낳아야 할 거 아니냐..."이리 말씀을 하시곤 하셨죠. 그러다 어머님은 친구를 데리고 K시의 용하다는 한의원으로 갔습니다. 많은 불임으로 고민하는 여성들이 찾는 곳이라구요. 정말 체질에 잘 맞게 용하게 한약도 잘 짓고 아이가 잘 들어서는 체질로 바꾸어 준다구요


그렇게 한의원을 찾았고 선생님은 친구를 진맥하셨습니다. 고개를 갸웃갸웃 하시면서..."응...유산했었네..." 라고 하셨다구요. 맞습니다. 친구는 올 봄에 임신을 하긴 했었습니다. 다만 임신이라는 것을 자각하기도 전에 유산되었지요. 무리한 직장일과 스트레스가 그 원인이었다구요. 때문에 일을 쉬어야 하나...한참 고민을 하기도 했었구요. 일을 그만 두려하면 능력 좋은 친구의 대체 인력을 구하지 못한 회사에서는 친구를 잡았고 더 좋은 조건 더 좋은 비젼을 제시하여 그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를 못하더군요.

"뭐야...너 유산했어?" 저도 알고 있었던 사실을 정작 친구의 친정 어머니는 알지 못하고 계셨습니다. 안 그래도 아직 아이가 없는 딸 걱정에 노심초사이신 어머니...임신이 되었다가 유산된 사실을 아시면 더 많이 걱정하시고 낙심 하실까봐...친구와 친구의 남편은 암묵적인 합의하에 양가 부모님께 말씀을 드리지 않았던 것이지요. 역시나 한의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친구의 어머니는 많이 놀라시고 속상해 하셨다고 합니다. 그러다 전화가 와서 잠시 자리를 비우셨는데...

한의사 선생님이 친구의 곁으로 바짝 몸을 당기시더니 은밀히 한 말씀 하셨다고 합니다. "친정 어머니도 모르는 걸 보니 유산된 아이가 남편 아이가 아니었구나? 괜찮아...이런일이 종종 있어요." 순간 친구는 찬물을 끼얹은 듯한 모욕감이 느껴졌다고 합니다. 사람을 뭘로보고..."아니에요. 친정 어머니가 손주를 많이 기다리시는데 유산 되었다고 말씀드리면 걱정 하실까봐 특별히 말씀 안드린 거에요." 친구의 어머니는 곧 들어오셨고 처방을 받아 한약을 신청하고 나왔다고 합니다.


용하긴 용했나 봅니다. 간단한 진맥만으로 몇 개월전의 유산 사실까지 알아 맞추시는 걸 보면 말입니다. 하지만...거기까지...너무 오지랖이 넓으신 한의사이십니다. 그리고 궁금한 것 참 못 참으시는 분 같구요. 어찌 그리 민감한 부분을 대놓고 묻는 건지..."남편 아이가 아니었구나?" 듣는데 제가 다 어의가 없더군요. 막장 드라마를 너무 많아 보셨나??

암튼 불임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찾아가 체질 개선을 통하여 아이가 생겼다고 소문이나 먼 곳에서부터 찾는 사람들이 많은 용한 곳이라 하니...친구에게도 약효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개인적으로 일을 좀 쉬는 것을 더 권하고 싶지만 말입니다. 어쨌든....저도 가장 친한 친구가 낳은 조카를 빨리 만나고 싶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