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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육아는 행복해

한낮에 놀이터에서 벌어진 묻지마 폭행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저의 마음에도 봄이 왔습니다.
햇살을 보면 행복해지고 자꾸만 집 앞이라도 나가고 싶고...
어제도 그랬습니다.
딸내미의 어린이집 차량이 도착하기 30분 전에 아들을 데리고 나갔습니다.
집 안에서 볼 때는 햇살이 너무 좋아 따뜻한 줄 알았는데...
바람이 매서워 생각보다 많이 추웠습니다.
엄마의 의욕과 기분에 취해 일찍 나와 그 매서운 바람을 온 몸으로 맞아야 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콧속에 바람을 넣은 아들은 마냥 신났습니다.
쌀쌀한 날씨 덕에 놀이터는 텅텅 비어 있고 아들과 초등학생 쯤으로 보이는 남매 두 명 뺴고는
아무도 없어서 한가했습니다.


"와...아기다...귀엽다..."
"아줌마...얘 몇 살이에요??"
아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인지...그렇게 한결이의 출연을 반가워 했고...
그렇게 한결이는 형, 누나의 틈에서 재미나게 시소도 타고 미끄럼도 타고...
마냥 행복하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오랜만의 집 앞 나들이도 황송한데...놀아주는 형, 누나들까지...
그야말로 한결이 계탄날이 될 뻔했지요.
그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마침 딸내미의 차량이 도착했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아이가 잘 놀고 있기에 30미터 거리의 차량 정류장에서 딸을 받았습니다.
선생님들께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데 비명 소리가 들립니다.
그 아이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이의 손에는 긴~막대기가 들려 있었고...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한결군을 포함한 세 아이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휘두르고 있었습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부으면서요.
깜짝 놀라 달려 갔습니다.
한결이와 놀아주던 남매 중 누나는 눈언저리를 감싸고 주저 앉아 있었습니다.
그 사이로 피가 흐르더군요.

"야...너 뭐야?? 애들에게 뭐 하는 짓이야??"
어린 아들이 위험에 직면했기에 심장은 뛰고 머리가 띵~하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주변을 둘러 보아도 아무도 없어 누가 도와줄 수도 없는 것 같아 더 마음이 급했습니다.
다행하게도 아직은 어른을 무서워 하는 나이인지 아이는 다시 그 막대를 휘두르며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면서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놀래서 울고 있는 아들을 안아서 달래고
초등학생 남매에게 다가 갔습니다.
다행이라 말을 해도 좋을지 모르지만...
누나로 보이는 여자 아이는 막대가 눈 안쪽을 찌른 것은 아니고 그 바로 옆을 스쳤나 봅니다.
하지만 꽤 많이 찢어져 속살이 다 드러나 있었습니다.
모르긴 해도...어느 정도의 상처가 남을 것 같습니다.
막다가 손등도 맞았는지 심하게 부풀어 있습니다.
동생도 머리쪽을 가격 당했는지 아픔을 호소 합니다.
둘 다 겁에 질려 엉엉~울고 있습니다.

일단 병원에 데려가야 할 것 같아 부모님 전화 번호를 물어보는데
그냥 집에 가겠다고 우기기에 보냈던 것이 내내 마음에 걸립니다.
한결이는 아직 작아서 그 막대의 사정권 안에 들지 않았는지...
맞지는 않았는지 아무런 상처가 남지는 않았더군요.

"엄마..왜 그래??"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5살 딸내미도 상황의 심각함이 느껴졌는지
한참 후에 집으로 오면서야 겨우 묻습니다.

아직도 그 아이가 누군지는 모릅니다.
다만...그나마 말려줄 저라도 그 놀이터에 없었다면...남매 아이들이 어찌 되었을까...
생각만해도 끔찍한 듯 합니다.
막대를 휘두르던 아이는 아무 이유가 없었고...
맞으면 부풀어 오르고 찢겨져 피가 날만큼 힘이 실려 있었습니다.
솔직히 어른인 저도 정말 무서웠습니다.


아무리 많이 보아도..한 중학교 1,2 학년쯤??
적게는 초등학교 고학년쯤으로 보이는 아이였습니다.
안타까운 건...
어딘지 아플 그 아이가 그렇게 방치 된 채 또 다른 아이들을 해치고 다닌 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무 이유없이 아무 감정없이 휘두르는 흉기...
참으로 위협적인 일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마음이나 정신이 많이 아픈 아이인 것 같은데...
알고 그러는 것인지 본인도 제어할 수 없는 어떤 힘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가까운이의 도움이 절실해 보이고
그대로 자라서는 안 될 것 같은데....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