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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어버이날, 5살 딸의 깜찍한 갈등과 비밀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5월 7일 오후...

어린이집에 다녀온 딸내미의 표정이 유난히도 들떠 보입니다.

엄마를 만나자 마자 집에도 들어가기 전에 놀이터 벤치에서 가방을 열어 제낍니다.

그리고 무언가를 꺼냅니다.

반쯤 꺼냈을까요?

갑자기 뭔가 생각이 난듯 다시 집어 넣습니다.

 

 

 

 

 

 

"아니다...이건 비밀이다.."

다시한번 망설이는 듯 보입니다.

"아니다...선생님이 비밀이랬어요..."

누가 뭐랬나?? 난 하나도 안 궁금했다고...ㅋㅋ

 

모르긴 몰라도 어린이집에서 카네이션을 만들었겠죠...

만들면서 선생님이 내일 아침에 부모님 가슴에 달아드리며 깜짝 놀라게 해드리라고

그때까지 비밀이라고 하지 않았겠어요?

뻔...하죠 뭐....저도 아이들을 가르칠때 그리 했으니...ㅋㅋ

 

물론...전 센스있는 엄마니깐...모르는척 그리고 기대하는 척 했습니다.

"그래?? 뭘까?? 와...궁금하다...알려주라..."

"아니야...비밀이야...내일 아침이면 알꺼야...."

말은 그리하지만 자꾸만 가방속으로 손이 들어갔다 나왔다 합니다.

비밀이라니 비밀인척 하는데 사실은 카네이션이 얼마나 자랑하고 싶겠어요.

내가 니 맘 다안다...

 

엄마랑 슈퍼도 가고 병원도 가고...오후에 바쁘게 돌아다니다 잠시 카네이션의 존재를 잊은 듯 합니다.

그러다 씻고...저녁 먹고...조금 한가해 졌을쯤...

또 딸의 손은 가방을 들락 거립니다.

그냥 보여주지...그게 뭐라고...몇 시간동안 저리 끙끙 앓고 있는지...

딸내미의 깜찍한 비밀에 엄마는 웃음만 나옵니다.

 

결국 딸의 비밀은 저녁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엄마...이거 봐봐요...이거 사실은 내일까지 비밀인데..."

라며 가운데 자신의 얼굴이 박힌 카네이션을 내밀었습니다.

그래...참느라 애썼다...이만큼이나마...

딸이 애쓴만큼 엄마는 더욱더 오바하며 놀래 줍니다.

"허~~~우와....이걸 니가 만들었어?? 너무 예쁘다...

어떻게 이런걸 만들 생각을 다했어?? 힘들지 않았어?? 엄마 정말 기분 좋은데..."

물론 선생님이 다 알려 주셨겠지만...엄마는 한껏 기뻐해줍니다.

나름 배운 엄마이니 육아서에서 배운대로 과정에 대한 힘들었던 부분까지 새심하게

신경써서 칭찬을 해 주었습니다.

딸의 표정에는 뿌듯함과 자랑스러움이 가득합니다.

 

 

 

"근데...이거 둘다...엄마꺼...아니에요...하나는 아빠꺼에요..."

치...누가 뭐래냐?? 엄마도 한글을 읽을 줄 안단다.

하지만...짐짓 실망한 표정을 지어 주었습니다.

"그래?? 에이...엄마는 둘다 갖고 싶은데..."

"근데...안되요...아침에 엄마랑 아빠한테 달아 드리면서 노래 불러 드리라고 했어요..."

"그래? 아빠 너무 좋아하시겠다..."

그런데 왜 그 순간 엄마의 심술보가 발동을 할까요...

"그런데...그럼 이건 내일까지 비밀인거잖아?

 근데 이렇게 벌써 보여주면 비밀을 못지킨거네..."

순진하긴...딸은 또 순식간에 애매한 표정을 짓습니다.

"근데...근데..."

"아니야...엄마 너무 기쁘다...

우리딸이 언제 다 커서 이렇게 카네이션을 이쁘게 만들어왔냐..."

 

잠시 고민을 하던 딸은 말합니다.

"대신 노래도 있는데 그건 내일까지 진짜 비밀이에요."

그런데 엄마의 예감에 이 비밀도 내일까지 지켜지긴 어려울 듯 합니다.

아까부터 앞에서 불러주고 싶어서...흥얼흥얼...입이 간질간질...참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결국...딸은 잠자리에서 잠들기 전에 참지 못하고...

"엄마...내가 아침에 잊어버릴까봐...지금 불러 줄게요..."

제가 알고 있는 어버이날 노래...

"높고높은 하늘이라~~ 혹은 낳실제 괴로움~~" 으로 시작하는 노래는 아니네요.

처음들어 보아서...기억하려 했는데 잘 기억이 안납니다.

"높고높은 하늘보다 예쁜 우리엄마, 넓고넓은 바다보다 멋진 우리아빠..."

이정도의 가사?? 였던듯 합니다. ㅠㅠ

 

암튼...딸내미는 자랑하고 싶은 마음, 놀래켜 주고 싶은 마음...

두가지 마음에서 나름 심하게 갈등을 했겠죠...

물론...빨리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승리를 했지만 말입니다.

어버이날 아침 깜짝쇼는 없었지만...

알면서도 모르는척 딸내미의 갈등 과정을 지켜본 엄마는

하루종일 웃음이 납니다. ㅋ

 

단...딸아...앞으론 당분간 엄마랑 너 사이에 비밀은 못 만들겠다...ㅋㅋ

어쩜...입이 그렇게 가볍니...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