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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머리 자르고 대성통곡 하던 딸 웃게 만들기

한창 공주병에 걸린 딸내미의 머리를 잘라냈습니다.

아직 아이라 머리카락이 약해서 퍼머에 머리끝이 많이 상했거든요.

 또...뭐...칠렐레 팔렐레...엉키고

감당 안되는 머리 자꾸 풀고 다니고 싶다고 고집을 피우고 하길래....

 차라리 깔끔하게 정리하고...이쁘게 길러주자...싶었죠...

 

"하랑아...엄마는 하랑이랑 똑같은 머리 스타일 하고 싶은데...

하랑이 머리가 너무 길어..엄마 머리를 빨리 기르게 할 수는 없으니깐...

 하랑이 머리를 잘라서 같이 기르자..."

 이리 꼬셨습니다.

요즘...한창 커플이라 하면서 누군가와 같은 것을 착용하거나 소유하게 되었을때

기쁨을 느끼곤 하는 딸내미의 마음을 이용한 것이죠.

 

떨떠름하게 미용실에 따라와 의자에 앉기는 했지만 영...마음이 불편합니다.

싹둑...싹둑...잘려져 나가는 머리를 보니 불편한듯 미간을 찌푸리기 시작하고...

 

삐죽삐죽 하다 급기야는 울음을 터뜨리며 가운을 벗어 던졌습니다.

 자기보다 더 큰 가운...쉽게 벗어 버리기도 어려운데... 참...힘도 좋습니다.

 

사탕주고 한참을 안아 주다가 겨우 달래어 의자에 다시 앉아 마무리를 하였습니다.

사실 이 머리 스타일은 저도 충격이었습니다.

머리를 자르면 샴푸를 좀 해서 자연스러운 스타일을 만들어 주던지

아니면 고데기로 살짝 말아라도 주던지...

가뜩이나 짧아져서 얹짢은 아이...이리 흉한 몰골로 '다 되었다' 말을 하니

저도 살짝 걱정이 되더라구요.

미장원에서 나와 좋아라 하는 놀이터에서 놀지도 않고 다시 통곡을 하여

급히 집으로 데리고 들어 왔습니다.

 

집에와서 씻기고 머리를 감겨 놓았더니 이리 산뜻할 수가 없습니다.

리본핀 꽂아주고 거울 보여줬더니 자기 눈에도 괜찮아 보였나 봅니다.

다시 한번 미용사 원망을 합니다.

'아니...감겨만 주어도 이리 산뜻한데...' 궁시렁 거립니다.

 

귀찮아서 종이 접기 잘 안해주는데...

오늘은 딸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하여 특별히 함께 시간도 많이 보내주었습니다.

"하랑아...어때?? 괜찮은 것 같지?? 엄마는 이 머리가 훨씬 이쁜데..."

"응...괜찮은 것 같은데...너무 짧아..."

머리 끝을 만지작 거리며 말합니다.

엄마의 머리를 풀면서 보여주었습니다.

"봐봐...엄마도 하랑이만큼 짧아...엄마 머리가 그렇게 이상했어??

 하랑이가 이 머리 하고 그렇게 엉엉~~우니깐

엄마 머리도 이상했나 보다...걱정 되더라... 우린 커플 머리잖아..."

 "응...엄마가..더 긴 것 같은데..."

저도 짧은 단발머리에서 기르는 중이기에...하랑이보다 조금 길긴 합니다.

"아니야...엄마가 얼굴도 크고 머리도 크니깐 당연히 어린 하랑이보다는 길지...

하지만 결국은 비슷한 길이인거야..."

 

"그래??? 그런가??"

엄마의 우김에 딸은 또 그리 쉽게 넘어갑니다.

"내일 어린이집에 가서 선생님께 말씀드려야겠다...엄마랑 나랑 머리 똑같은거라고..."

 

어릴적...엄마는 자꾸만 숏커트 스타일을 해주었습니다.

엉엉~~얼마나 울었던지...

그래도 사정없이 미장원으로 데려가곤 하셨습니다.

 

 "너에겐 이 스타일이 가장 잘 어울려..."

어릴적 사진을 보면 바가지 스타일의 숏커트 입니다.

그게 너무 싫었는데... 딸이 아무말도 안하고 순순히 따라온다면...

지금 저도 그 스타일을 해주고 싶네요.

아마도 그게 어른들 취향일까요??

아무튼...그 기억이 되살아나서 딸에게 문득 미안했습니다.

 

부득이하게 머릿결이 넘 상해서였다 하지만

 굳이 따지면 애초에 어린 딸내미 퍼머를 시킨 것 부터 부주의 였으니깐요.

 

머리를 자른지 2주일이 지난 지금도 딸은 머리를 감을때마다 말합니다.

 

"엄마...우린 커플 머리지???"

 

그렇게 공주 스타일의 긴 머리를 원했던 딸내미는 엄마와 똑같은 길이의

짧은 머리를 커플 머리라며 기쁘게 받아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