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랑이네 엿보기/평범한 일상들

알면서도 속아줄 수 밖에 없는 남편의 여우짓

 몇 일전부터 남편은 머마려운 강아지 마냥 주변을 맴돕니다.

"아...나 독서통신 해야하는데...일이 너무 바빠서 큰일이야..."

라는 말을 하면서 말이죠.

 

남편이 왜 그러는지 물론 아주 잘 알지만...

요즘 워낙에 할 일도 많고 배우는 것도 많은지라...

못들은척 했습니다.

 

그러다 어제 아침...남편이 출근한 뒤에 보니 주방에 독서통신 문제지와 책자가 있습니다.

순간...쿡...웃음이 나왔습니다.

남편의 꼼꼼한 성격에 절대 모르고 놓고 갔을리는 없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참후에 문자가 옵니다.

"깜빡하고 주방에 책 놓고 왔네...큰 일..."

깜빡했데...일부러 놓고 갔으면서 ㅡㅡ;;

 

저도 함께 맞대응 합니다.

"그러게 왜 그런 실수했어??" 그리고 딴 소리를 했습니다.

 

그랬습니다만...자꾸만 마음에 걸립니다.

요즘 회사일이 바빠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출근하는 날도 많고

집으로도 일감을 싸들고 와서 새벽까지 일을 하다가

잠시 눈을 붙이고 또 다시 새벽차를 타고 출근하는 남편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결국 남편의 숙제가 담긴 책을 펼쳐들었습니다.

물론 남편 대신 숙제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문제지의 질문에 해당하는 페이지를 찾아 표시를 해두는것??

문제가 책 안 깊숙한 곳 구석구석에 숨어 있기에

정독을 하면서 잘 뒤져보아야 합니다.

 

답을 다는 것도 아닌데도 1시간 30분이 걸렸습니다.

 

 

업무에 밀려 숙제는 손도 못대고 있으면서 스트레스 받을 남편을 위하여

바로 인증샷 찍어 보냈습니다.

 

즉시 전화가 오더군요.

"왜 했어...너 바쁜거 뻔히 아는데..."

"아니...그냥...다 해준것도 아니고 그냥 숙제 하기 편하게 찾아 준 것 뿐인데 뭐..."

"그니깐...그래도 이러라고 놓고 온 건 아닌데...암튼 정말 고맙다야...

덕분에 살았어..."

 

이러라고 놓고 온 게 아니랍니다.

남편의 어설픈 여우짓에 피식 웃고 맙니다.

그래...내조가 뭐 따로있냐...

바쁜 남편 이런식으로라도 도움이 되었다니 저도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