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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벌써부터 정답 강박관념이 생긴 5살 딸이 안쓰러워

포스팅을 하면서 몇 번 말을 했지만 딸내미는 똘똘한 편입니다.

이해력도 빠른편이고 어휘력이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무엇보다 호기심이 왕성하여 지식 탐색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월령 대비 아는 것도 많고 덕분에 똑똑하다는 말을 늘 들으며 커왔습니다.

 

엄마지만...고슴도치 맘의 눈길 조금 섞여서 그럴까요?

그렇다 하여도... 객관적으로 빠릿빠릿한 것은 인정합니다.

간단한 한 가지 지식을 알려주면 업그레이드 하여

두 가지 세 가지로 응용하고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기까지 합니다.

 

 

어느 날...책을 읽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주인공이 누가 나왔고 무엇을 했고...처음 읽는 책인데도 주인공이며

사건의 인과관계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하랑아...만약에 할머니가 구름나라 말고 바다나라에 갔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만약...'이라는 질문에 갑자기 딸의 표정은 굳어졌습니다.

어려워 하는듯 하여 질문을 구체화 시켰습니다.

"답은 없어...음...바다에는 물이 있으니깐 바다 친구들이랑 수영도 했겠다..."

"으...응...수영했겠다..."
"바다에 사는 친구들도 만났을까?? 엄마는 거북이 만났을 것 같애...하랑이는 누구 만났을거 같애?"

"응...나도 거북이..."

"그렇구나...또 누구 만났을거 같애."

"몰라...나 이제 책 그만 볼래..."

 

누가 나오고 어떤 사건이 일어나고 왜 그랬는지...는 정확하게 파악하는 딸내미가

만약에....라는 가정문이 나오면 어려워 하더군요.

차라리 더 어렸을때는 밑도끝도 없는 상상력으로 엄마를 웃겼는데

어느 날 부터인가 정답이 없는 질문은 어려워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창 사고력과 상상력을 키워 줄 시기에 동생이 태어나면서

책읽기도 소홀해지고 엄마와 하던 모든 놀이가 중단되어 버리긴 했었죠.

 

 

그래서 였던 것 같습니다.

난 창의 사고력 교사였으니깐...아이들 잘 키울 수 있어...라고 자신만만해 하고 있다가

아차 싶어서 브레인스쿨 가야지...하고 갔던건...

마음과는 달리...

다양한 질문을 해주고 정성껏 놀아주는일..앞으로도 그닥 자신이 없었거든요.

 

뭐든지 배우고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딸은 브레인스쿨을 좋아했습니다.

브레인스쿨 첫 단계부터 수업을 시작한 같은 반의 2명의 아이들과 성향도 맞고

선생님도 좋고...말이죠.

 

말씀드렸지만 지금 딸이 다니는 일산 브레인스쿨은 엄마가 결혼전에 일했던 곳으로

하랑이 담당 선생님 또한 엄마와 가장  친한 절친입니다.

어제는 딸이 유치원 방학을 해서 브레인스쿨 수업이 끝나고도 여유가 있었습니다.

"쌤...오늘 하랑이 유치원 안가는데 점심이나 같이 먹죠??"

그렇게 선생님과 점심을 먹게 되었습니다.

 

친구의 수업 브리핑에

학부모와 교사의 입장으로 마주하기 껄끄러운지라 브레인스쿨 수업이 끝나면

바로 돌아옵니다.

워낙에 수업 노하우 많은 선생님이고

 하랑이도 좋아하니...어련히 알아서 재미있게 했겠지...하는 마음으로요.

그리고 가끔 사적으로 만나면 그때야 이런저런 깨알같은 하랑이의 반응이나 생각을 듣고요.

 

 

 

 

그런데 왠일이지 오늘은 수업이 끝난 직후의 식사임에도 아무 이야기가 없습니다.

"오늘 하랑이 잘 했어?"

"웅...뭐...하랑이는 언제나 잘하지.."

"오늘은 특별한 말은 없었어??"

"응...오늘은 아주 입 꾹다물고 있었어..."

"만들기 할때 말고...하랑이는 눈사람 안 녹게 하려면 어떻게 할거래?"

아는게 병이라...결혼 전 몇 년 동안 수업을 했던지라...몇 주차...하면

아이들에게 어떤 질문을 하고 어떤 스타일의 대답이 나올지 짐작이 갑니다.

 

 

"칠판에 판서 해놓은것 사진 찍었잖아...그게 전부야..."

"아니...뭐 재미있는 말 없었냐고..."

포스팅 욕심이 있기도 했었기에 좀 집요하게 물었습니다.

 

"근데 있잖아...하랑이는 이런 질문에 대답하기 싫어해...알잖아."
키즈까페 볼풀장에서 놀고 있는 하랑이를 바라보며 친구는 대답합니다.

"하랑이가 유독 가정하기를 싫어해..만약에...라는 말이 붙으면 긴장하고..."

"그래...집에서도 그런 질문 싫어하는데. ㅋㅋ 정답 없이 상상해야 하는 질문...

여기서는 좀 다른 줄 알았지..."

 

"오늘도 같은 질문에...H는 생각 나는데까지 대답하다가 "선생님 난 이제 생각 안나니깐 그만 물어보세요"

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데 하랑이는 끝까지 진땀을 빼더라고.

"생각 안나면 말 대답 안해도 돼..." 라고 말을 해줘도 끝까지 긴장하고 끙끙거려..."

 

"아무래도 H는 어릴때부터 브레인스쿨 수업을 받았으니

질문을 받고 대답하고 또 대답 안해도 상관없고...라고 생각하니깐 스트레스를 안 받나부다."

 

저의 말을 친구는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 영향이 크겠지? 하랑이의 성향이 잘 하려는 욕심이 강한 탓도 있겠지만

질문에는 꼭 정답을 찾고 말해야 한다는 강박도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더 빨리 생긴것 같애."

 

 

 

 

돌이켜 생각해보면 똑똑하고 아는 것이 많은 아이일수록 상상력의 문이 빨리 닫혔던 것 같습니다.

브레인스쿨에서 했던 수업을 예를들어 보면...

 바퀴의 속성을 탐색합니다.

"빠르다, 편리하다, 쉽다, 재미있다..." 다양한 바퀴가 달린 물품들을 보면서 말이죠.

그 다음 상상을 합니다.

생활속의 바퀴가 없는 물건중...

바퀴를 달면...좋을 물건들...어떤일이 일어날지...어떻게 편리해질지...

그저 재미있고 간단하게 상상만 하면 되는데...

어려워 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건 이래서 달면 안되고 저건 저래서 바퀴를 달면 안되고...

다른 사물의 속성들을 너무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너무 많은 지식들이 있기 때문에 안 되는 일이라고...요...

 

사물의 강제 결합 수업은 상식의 틀을깨고 자유롭게 상상하는 것인데

기존의 지식들이 강하게 자리를 잡고 고정관념이 생기면 그 상식의 틀을 깨는 것을

어려워 하고 거부하곤 했었습니다.

그래서 월령이 많고 이미 쌓인 지식이 많은 아이들을 수업 하기가 어려웠던 기억이 납니다.

 

 

 

여유가 있으면 어릴적부터 브레인스쿨 같은 사고력 센터에서 친구들이나 선생님들로 부터

다양한 질문도 받고 자유롭게 대답하는 분위기에 익숙해지게 만들어 주면 좋겠지만...

 

꼭 브레인 스쿨에 가지 않아도

아이에게 이런저런 지식이 자리를 잡고 고정관념이 생기기 전에 적절하게 다양한 상상을 요할 수 있는

질문도 많이 해주고 아이가 그림을 못그리면 엄마라도 그려주고

잡지 속 사물의 부분들을 오려 붙여이고 이야기 해가면서

새로운 발명품도 만들어 보구요.

같은 책을 읽어도 아이가 내용을 잘 파악했느냐에 중점을 두지 말고

 다양한 시점으로 등장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해보고

만약에...나였다면...혹은 등장인물이 다른 선택을 했다면...

상상하여 이야기 해보고...말이죠.

늘 동생 핑계를 대지만...결국은 엄마가 바쁘고 귀찮아서 못해줬죠.. 뭐...

 

늘...질문을 달고 사는 창의 사고력 교사였기에 나름 질문도 잘 하고

놀이법도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막상 우리딸의 사고력의 문은 점점 닫히고 있었네요.

 

 

딸의 나이 5살...

아직 정답을 찾고 문제를 풀 나이가 아닙니다.

엉뚱하고 발랄한 상상력으로 어른들을 웃기고

이론적으로 말이 안 되어도 좋고 틀려도 좋으니

두려움 없이 생각하고 표현할 나이이죠.

 

그런 딸이 정답이 없는 질문에 긴장하고 어려워 하는건...

왠지...엄마 탓인듯 하여 미안합니다.

은연중에 딸이 똑똑하길 바랬고 틀리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을 했던 것은 아닌지

돌이켜 보고 반성해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