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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평범한 일상들

싱글맘으로 홀로서기를 시작하는 친구에게

오늘 오랜만에 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00아...블로그는 어떻게 시작하는거야?"

"그냥 뭐..일기처럼 하루하루 쓰면서 공간을 채우는거지...하고싶은 주제를 정해도 되고

아니어도 좋고...다만 싸이 보다는 공식적이지..."

덤덤하게 블로그에 대해 묻던 친구는 또 덤덤하게 이야기 합니다.

"나 어제 서류 접수하고 왔어..."

 

얼마 전 친구의 카카오스토리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보았었기에 새롭지는 않았습니다.

 

그 글을 처음 읽고 안부전화를 걸기는 했었지만 이혼을 하게된 사정도 묻지 않았고

아무런 위로의 말도 따로 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이유로 어떤 선택으로 마무리를 하든 친구는 여전히 나의 친한 친구이고

친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난 친구의 편이 될 수 밖에 없으니깐요.

 

 

 

 

친구 역시 이것저것 시시콜콜 물어가면서

되도 않는 조언 따위를 바라는 건 아닐것입니다.

이를테면 아이를 생각해서 참아라...뭐 이런 식상한 조언 말이죠.

진한 동정이 뭍어나는 위로는 더더욱 사양하겠죠.

이제와서...뒤늦게...말이죠.

 

아이를 데려오는 조건으로 아무것도 받지 않았습니다.

친구가 결코 계산에 어두워서 그런것은 아닙니다.

몇 푼 더 받겠다고 목숨걸고 싸우는 과정을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답니다.

친구는 더 이상의 싸움대신 그냥 아이만 선택했습니다.

항상 정의롭고 강했던 친구다운 선택입니다.

 

이런 친구가 어려운 결정을 내리기까지 난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습니다.

하다못해 친구의 이야기 한 번 제대로 들어 준 적이 없습니다.

그저 보여지는대로 사소한 일상에 가끔 형식적인 댓글이나 달면서

그냥 그렇게 친구라는 이름의 명맥을 겨우겨우 이어만 가고 있었죠.

 

귀엽고 예쁘장한 외모로 늘 인기가 많았던 친구.

항상 의욕적이고 배우고 싶고 궁금한 것이 많았던 친구.

결혼후에도 아이 엄마가 된 이후에도 친구는 쉬지 않고 일을 했고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배우고 일을 했음에도 막상...

싱글맘으로 살아가야 하는 상황이 되니 막막한듯 합니다.

하지만  저는 믿습니다.

그리고 응원합니다.

친구는 잘 해낼 것입니다.

 

시대가 변했다고 하여도

아직은 싱글맘을 향한 편견 어린 시선이 짙은 사회라 때로는 상처 받기도 하겠지만

친구는 아이와 자신의 행복을 꿋꿋하게 지켜나갈 것 입니다.

 

내가 지금 미안한 이유는...

고등학교때 수 십통씩 주고받았던 편지속에 쓰여 있었던 문구...

"난 너의 영원한 친구고 어려울때나 힘들때나

그리고 기쁠때나...항상 너의 곁에 있어줄 거야..."

 내 삶이 바빠서...내 자식, 내 남편, 그리고 내 자신 챙기기 바빠서

대부분의 시간동안 친구의 존재는 잊고 지냈습니다.

힘들때 함께 있어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힘든 과거에 같이 있어주지 못한 것을 후회는 하며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

미래를 함께 해주겠습니다.

앞으로는 친구의 곁에서 힘이 되어줄 것이니깐요.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주고

고민해주고 이야기도 많이 해야죠.

 

14년 전...00여고 1학년 13반 교실에서...

처음 보자마자 동시에 '나 쟤랑 친해져야지...' 생각을 했던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연락을 자주 할때나 뜸 할때나...

우린 항상 친구였으니깐요.

 

전화를 끊고 났는데 왠지 눈물이 납니다.

친구의 목소리는 밝았고 활기 찼습니다.

앞으로 꾸려갈 세상에 대해 의욕적이고 진취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여전히 난 그간의 사정에 대해 묻지 않았고

친구도 힘들었던 지난날의 하소연 따위 절대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앞으로 뭘...할까?? 뭘 배울까...우리 애들 데리고 여행가자...어디갈까??

평소처럼 일상적인 수다만 떨었고 어두운 분위기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끊기전의 친구의 마지막 한 마디..에 눈물이 핑~돕니다.

 

"너한테 전화하길 잘했다...왠지 막연하고 막막했는데...

힘도 나도 앞으로 뭘 해야 할지 알 것 같다..."

 

친구야...끝이 아닌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친구야...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야...!!!

더 행복하게 살기위한 시작...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난 무조건 너의 편이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