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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내가 싸워야 할 대상은 딸의 공주병이 아닌 나 자신이다

아침부터 딸내미와 싸웠다.

아니...일방적으로 퍼부었다. ㅡㅡ;;

아직 어린딸은 화가난 엄마에게 절대 적수가 못된다.

 

이유는 엄마가 골라 준 옷을 안 입어서...

공주병에 걸린 딸내미는 늘...레이스가 달린 옷만 입으려 한다.

옷뿐이랴...양말, 머리핀, 목걸이, 팔찌...도무지 어울리지도 않고

엄마 눈에는 촌스럽기 그지없는 컨셉들로 칭칭 감고 가려한다.

 

대부분의 아침에는 딸내미의 의견과

나의 의견을 반반 섞어서 옷을 입고 악세서리를 착용을 하는데

오늘은 문득 짜증이 났다.

 

 

 

 

"넌 도대체...그게 어울린다고 생각하니? 니가 공주야? 그냥 평범한 어린애지...

다른 애들은 다 엄마가 골라주는데로 입는 다는데...무슨 얼토당토 않게...

아무렴..엄마가 내새끼 어울리지도 않는 거 입으라고 하겠어?"

 

최근...육아서도 많이 읽고 60분 부모도 착실하게 챙겨 보면서 나름 수양도 많이 하고

좋은 엄마되기 프로잭트에 돌입했는데...최대한 화도 안내고, 귀찮아도 많이 보듬어주고 놀아주고

웃어주고...(물론 중간중간 쬐끔 화낼때도 있었다.) 했건만...

그 참았던 기간의 화까지 몰아내듯...입은 속사포처럼 움직여댔다.

물론 화를 내는 그 순간에도 내내 후회를 하는데 입과 행동이 내 말을 안들었다.

 

딸을 보내놓고 운동을 하면서도 온통 딸아이 생각뿐이다.

내가 왜 그랬을까...딸내미의 레이스 밝힘증이 어디 하루이틀인가?

 

 

 

 

 

 

 

뒷산을 뛰는데 머리가 복잡해 뛰어지도 않는다.

그냥 집으로 왔다.

10:00... 마침 60분 부모가 시작된다.

주제는 '완벽주의 엄마가 아이를 망친다.' 정확하게 기억이 안나지만..

대강 이런 내용이다.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자기주장이 강한 엄마와 슬금슬금 눈치를 보는 아이...

정도의 차이지만...우리집 이야기같다.

전문가는 이야기한다.

엄마의 일관적인 양육방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같은 일에...언제는 너그러웠다가 또 언제는 화냈다가..

아이를 혼란스럽고 불안하게 만든단다.

 

육아서에도 많이 나오는 내용이고

육아관련 강의를 들을때도 수없이 들었다.

 

그런데...나에겐 그 일관적인 양육태도라는 말이 너무 어렵다.

타고나길 성격도 급하고 감정의 기복도 심하다.

계절도 많이 타고

분위기와 상황에 예민한 편이어서 같은 일도 아니고 같은 사람도 아닐진데

모든일에 감정 이입도 잘 시키는 편이다.

일명 공과사를 구분하기 힘들다고나 할까??

 

암튼...아이를 낳고 많이 느려지고 조금 관대해지려 노력을 했고

실제로 그리 되기도 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못난 성격이 고스란히 나온다.

하긴...그 성격이 뭐 어디 가겠어.

 

 

 

 

한동안 소홀히 하던 블로그를 뒤적이며 예전에 쓴 글들을 보았다.

뭐..다 내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이다.

내 새끼들 참 귀엽기도 하다.

그런데...읽다 보니 블로그만 보면 참 세상에 이런 현모양처가 없다.

아그들도 정말 똑똑하고 어린나이에 비해 이렇게 철이 들었을 수가...

 

물론 없는 내용들을 쓴 건 없지만...그렇다고 또 그 내용이 전부도 아니다.

같은 내용도 미화 시키고 순화 시키고...좋은 내용만 걸러서 썼다.

싸이월드 할 때...친구들에게 기죽기 싫어 혹은 자랑하고 싶어

가장 예쁘고 잘 나온 사진들만 올리고 잘난척 했듯이

여기서도 그랬다.

 

웹상에서라도...갑자기 또 그런 착한 현모양처인척 하는 것도 신물이 났다.

가을을 타기도 했고 일도 많아지기도 했지만...모르긴 몰라도 이런 부분때문에

요즘 블로그가 하기 싫어지고 싫증이 났었겠지...

 

블로그를 새로 만들까? 여긴 아는 사람이 너무 많아 눈치 보여.

네이버에 가볼까? 거긴 조금 더 자유롭고 눈치 안보고 글 쓰던데...

실제로 새로 블로그를 만들고 다음 아이디도 새로 하나 더 만들고

 

네이버 블로그도 다시금 손 봤다.

티스토리 이웃들에게 작별인사도 쓰고 예약까지 걸어두었다.

 

그런데 막상 가려니 아쉽다.

나름 자신감과 관록이 생겨 어디가서 어떤 이름으로 해도...

처음보다는 쉽게 블로깅을 할 수 있을테지만...

이웃들의 위로도 보이고 내 블로그도 이뻐 보인다.

새로 만든 블로그도 많이 꾸미고 제법 채웠는데도 도무지 정이 안간다.

이미...여기에 너무 정이 들었나부다.

 

에잇...모르겠다...가긴 어딜가...

하고싶은 말...있음 그냥 여기에 쓰지 뭐...

 

 

 

 

무튼 나는 오늘 비겁했다.

그 애가 무슨 힘이 있다고...

입기 싫은 거 입기 싫다 한게 무슨 잘못이라고...

월요일 아침부터 그렇게 눈치보게 만들어...

그러면서 딸내미가 나이답지 않게 철든 행동하면 가슴 아프다고 또 포스팅 하지...ㅜㅜ

 

 

 

 

늘 그렇듯 아이들이 자고 있을때와 유치원에 가고 없을때...난 천사표 엄마가 된다.

세상에서 가장 착하고 너그러운...바로 지금처럼...

 

오늘은 딸내미가 좋아하는 그네있는 놀이터 가서 신나게 놀아줘야지...!!!

밤에도 레이스 치마 입혀서 재워줘야지...

딸내미가 좋아하는 뽑기도 하러 가야지...화내지 말고 웃어줘야지...

일단은 다짐한다. 일단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