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랑이네 엿보기/육아는 행복해
초짜 선생님의 날개를 꺾어버린 엄마들의 마녀사냥
하결사랑
2011. 6. 27. 07:00
제가 일 하던 놀이 학교에 학교를 갓 졸업한 신입 선생님이 들어 왔습니다. 생전 처음 하는 사회 생활이고 아직 어리다 보니 여러가지로 미숙합니다. 아이들을 다루는 기술도 부족하고 몇 명 안되는 아이들의 소지품들을 챙겨 보내는 것 조차 버거워 살뜰히 아이들의 물건을 챙겨 주지도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엄마들을 상대하는 것을 너무도 힘겨워 했습니다. 때문에 유달리 까다롭고 원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놀이학교 학부형들의 원성과 항의가 잦았습니다.
생각해보면 애초의 잘못은 수시로 다른 아이들을 할퀴고 다니는 그 아이에게 있었는데 어느새 문제의 본질은 흐려지고 선생님의 어설픈 대처들만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정말 웃긴건 그 불만들은 선생님의 인품에 대한 것들이 아니었습니다. '아이 발을 새까맣게 해서 그냥 보냈다, 평소 교실 바닥을 안 닦냐, 아이 발을 닦아 보내야 할 게 아니냐,' ' 아이 수첩, 핀, 숫가락 등의 소지품을 빠뜨린적이 있다.' '전화를 왜 자주 안하냐...'등의 사소한 본인들의 욕구를 충족 시켜주지 않는 선생님에 대한 불만이었습니다.
그 신입 선생님은 매일 여러 업무와 아이들 뒤치닥거리 마저도 힘에 겨워 아이들 물건들 하나하나 살뜰히 챙기는 일은 하지 못했습니다. 유아 교육의 이론적인 부분은 학교에서 공부했지만 실제로 상대하게 된 아이들은 책에서 배운 대로 행동하지 않았습니다. 옵션으로 사사건건 전화하고 선생님을 고깝고 못 미더운 눈으로 관찰하는 엄마들도 딸려 있었습니다. 유난히도 작은 체구에 소심한 성격의 선생님은 전화벨이 울릴때면 불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곤 했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불안감들 때문에 잘해야 겠다는 부담감은 선생님으로 하여금 잦은 실수를 유발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엄마들은 들고 일어 났고 아이를 할퀸 아이의 엄마는 이런 선생님에게 내 아이를 맡길 수 없다는 강수를 두었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조용히 자신의 아이를 데리고 다른 곳으로 간 것이 아니라 다른 엄마들을 선동하여 담임 선생님 교체를 요구 한 것이었습니다. 어릴적부터 아이들을 너무 좋아해서 이 길을 선택했다는 선생님...그 만큼 아이들에게 화 한 번 제대로 못 내던 사람이었습니다. 오죽하면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그 반 아이들을 다른 선생님들이 나서서 다 자리에 앉히곤 했을까요. 그런 선생님이 아이를 가혹하게 혼내서 아이가 놀이학교에 안간다고 했다니...억지도 그런 억지가 없습니다. 평소 그 아이와 친하게 지내는 그 반의 다른 엄마들이 생각이 조금만 있었다면 유난히 손버릇이 안 좋아 친구들에게 잦은 손찌검을 하고 자기 마음대로 안해주면 자리 드러누워 떼를 쓰는 그 아이의 성향을 먼저 나무랐어야 했습니다.
그 선생님은 교육 공무원이 되겠다고 공부를 시작 했습니다. 그래도 그때 위로 해주고 함께 고민해 준 인연으로 지금까지도 언니라고 부르며 가끔 연락도 하고, 무슨 날이면 놀러 오기도 합니다. 아직도 아이들을 보면 너무 이뻐하여 하랑이와 한결이를 볼때면 물고빨고 어찌나 이뻐 하는지...그래도 다시는 선생님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합니다. 다시 엄마들을 상대 할 자신은 없다고 합니다. 여리디 여린 사회 초년생에겐 엄마들의 단체 행동과 비난 무엇보다 그 엄마 앞에서 무릎까지 꿇은 경험은 평생 잊혀지지 않을 굴욕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사람에 따라 시련을 겪으면 단단해지는 사람도 있지만 그 충격이 너무 크면 그대로 꺽여 버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신의 아이의 잘못 마저도 초짜 선생님에게 뒤집어 씌우며 하나가 되어 선생님들 공격하던 엄마들...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신입 선생님들은 베테랑 선생님들 처럼 능숙하게 엄마들과 아이들을 상대하고 실수 없는 업무 처리는 못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것을 극복할 만한 열정과 의욕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