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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육아는 행복해

등록할 때와, 그만둘 때 다른 학원 원장님이 불쾌해

지난 겨울 딸내미는 미술학원을 다녔습니다.

친구가 다닌다는 말을 들었는지 뜬금없이 가겠다 하더군요.

당시 딸의 나이는 4살...어리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미술학원에서는

어린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다 하시며 반겨 주시더군요.

잠시 고민하다 누나가 그림이라도 그리려 하면 다 빼앗아가는 동생 때문에

뭐 하나 마음대로 못하는데 가서 물감도 많이 만지고 그림도 실컷 그리고 오면 좋을 듯 하여

집 앞 상가에 있는 미술학원에 등록했습니다.

 

추운 겨울...동생을 업은채...바람을 뚫고 데려가서 한 시간 후에 또 다시 데려오는 일이

만만치 않게 번거롭고 귀찮기도 했지만 딸니 좋아하니 다 감수했습니다.

 

다 좋은데 미술학원 내에 따로 화장실이 설치 된 곳이 아니라

아직 혼자 뒷처리를 못하는 딸내미가

화장실이 가고 싶을때 어쩌나...걱정이 되더군요.

원장님께서는 친절하게 웃으시며...

"그런 걱정은 마세요. 어린 아이들 절대 혼자 안 보내구요

저나 선생님께서 꼭 동행 하셔서 화장실 가는 것을 도와 줄 거에요."

 

매일 학원에 가는 것도 아니고 일주일에  세 번...

그것도 한 시간 가는 것인데 화장실 갈 일이 뭐 그리 많겠냐 싶어

크게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3개월 정도 미술학원을 다녔습니다.

딸내미는 미술학원을 참 좋아라 했습니다.

워낙에 밖에서 있었던 일을 조잘조잘 이야기 하는것을 좋아하는 딸내미인지라

선생님과 함께 화장실에 갔었던 일까지 이야기를 하곤 했습니다.

 

신학기가 되어 어린이집 시간이 변경 되었습니다.

5세 반이 되면서 낮잠 시간도 없어졌기에 딸내미에게 적응 시간이 필요할 듯 하기도 했습니다.

고민 하다가 학원을 1개월만 쉬어볼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원장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선생님...하랑이가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을 하는대로 꼭 다시 올게요.

여기 오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요..."

 

 

 

마지막 날 이 말씀을 드리고 딸내미를 맡기고 미술학원을 나섰습니다.

한 시간후...딸을 찾아오는데 딸내미는 자랑스레 말합니다.

"엄마...나 오늘 미술 학원에서 화장실 혼자 갔다..."

 

순간 흠짓 했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딸내미는 아직 어른 화장실을 혼자 이용할 만큼 뒷처리에 능숙하지도 않고

그 상가 화장실이 어른인 저도 가기 꺼려질 만큼 외지고 관리가 허술한 곳임을 알기

어린 딸내미를 잠시라도 방치해 두기엔 세상이 험악하여 더 화가 났습니다.

"그래? 선생님이랑 같이 안 가고??"

"응...선생님이 쉬 마려우면 갔다 오라고 하던데...그래서 나 혼자 갔다 왔어요..."

"그래...하랑이 다 컸네..."

일단 딸에게는 이정도만 반응하고 말았습니다.

 

 

"오늘도 재미있었어? 오늘은 뭐 그렸어?"

"응...선생님이 그리고 싶은거 그리라고 해서

그리고 싶은거 하트 그리고 꽃 그리고 바다 그리고..

그랬지 뭐....근데...

나 물감으로 색칠하고 싶었는데 선생님이 다음에 하라고 해서...그냥 색연필로만 했어..."

 

물론 선생님의 계산에는 딸내미의 다음은 없으시겠죠.

그러니깐...처음 보낼때 굳이 약속까지 했건만 그 험한 분위기의 화장실도 혼자 보내고

매일의 나름의 주제가 있음에도 그리고 싶은거 그리라 방치하고

치우기 번거로운 물감놀이도 안 시켜주셨겠죠.

 

딸내미가 좋아하여 정말 다시 보내려 했습니다.

굳이 한달까지 안 지내도 1~2주만 지켜보고 딸내미가 피곤해 하지 않으면 다시 보내려 했습니다.

하지만...믿음이 가질 않아 못 보내겠습니다.

5살 꼬맹이 미술학원에 보내며 피카소나 모네 같은 화가를 만들겠다는 욕심을 부릴리는 만무하구요.

그냥...사사건건 따라다니며 동생이 방해하고 엄마도 잘 놀아주질 못하니깐...

색칠공부 하나 마음대로 못하니깐...

좋아하는 미술놀이 안전한 분위기에서 하고 오면...그뿐입니다.

 

처음의 생각과는 달리 그 학원에 딸내미를 다시 보낼 생각은 전혀 없어졌습니다.

계속 다닐 아이든 다니지 않을 아이든...아이들은 그냥 아이들입니다.

항상 보호 받아야 하는 그런 아이들입니다.

반나절 혹은 하루를 돌보는 보육 기관이든 1시간 수업 받고 가는 학원이든...

그 곳에 머무는 동안은 아이의 안전과 교육은 기관의 책임이라는 저의 생각이 잘못된 것이고

지나치게 많은것을 바라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