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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평범한 일상들

내 맘대로 쓰레기 못 버리게 한 경비 짤라버려?


어린이집에 다녀 온 딸내미 낮잠을 재우려는데 밖에서 소란스럽게 싸우는 소리가 들립니다.
궁금증 많은 하랑맘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얼른 창 밖을 내다 보았지요.



제 나이 또래로 보이는 30대 초반의 아이 엄마와 경비 아저씨가 다투고 있었습니다.


재활용품들을 분리 수거 하지 않고 50리터 쓰레기 봉투에 몽땅 담아 버리려고 하는 아이 엄마를 보고
경비 아저씨가 분리 수거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나무라는 과정에서 트러블이 생긴 듯 했습니다.

언뜻 보기에도 쓰레기 봉투에서 나온 프라이팬, 프라스틱 반찬통들을 분리 수거하는 일이 크게 어려워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더운 여름이고, 제 엄마 옆에 꼭 붙어 서 있는
울 딸내미 또래로 보이는 남자 아이를 보니 빨리 내다 버리고 들어가고 싶을 수도 있겠다.
라고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이해가 가더라구요.

암튼...뭐 여기까지는 재활용 쓰레기장에서 간혹 볼 수 있는 실갱이 정도였는데...

마침 지나가던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이 그 앞으로 다가옵니다.
"무슨 일 있으세요?"
"아니...난 이것들을 재활용 하는 건지 몰랐거든요.ㅓ홈히모힘힘횜ㅎ ㅁ히 ㅁㅎㅁㅎㅁㅎㅁ."
화성인도 아니고 재활용 할 것과 안 할 것을 구분 못했다...
좀 말이 안되긴 하지만 어쨌든 아이 엄마의 장황한 설명이 잇따릅니다.

"종량제 봉투에 담아서 버리는 쓰레기들은 모두 소각장으로 갑니다. 프라이팬 안 타는거 당연한거 아닙니까.
버젓이 옆에 재활용 정리하는 곳이 있는데 왜 거기다 넣어서 버리냐고 한 소리 했기로소닣ㅁ허ㅏㅣㅁ험;험;히마;."
이어서 경비 아저씨도 상황 설명을 합니다.

그때 였습니다.
"아니...어서 이딴 사람을 경비로 써서 사람을 이렇게 피곤하게 해?
이 사람 당장 짤라 버려요."

한 눈에 봐도 아버지 또래로 보이는 지긋한 연세로 보이시는 경비 아저씨 순간 표정이 완전히 굳어지십니다.
"내가 낸 관리비로 월급 받아먹고 살면서...ㄴ회ㅓㅎ밓밓ㅁ허미."
한참 동안 온 동네가 떠나가도록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아이 엄마...
관리사무소 직원이 겨우 달래서 들여보냅니다.
그 와중에도 끝까지..."당장 짤러...당장 짜르라고..." 외치며 들어가더군요.

아이를 돌보며 가사일을 본 다는게 생각만큼 만만한 일은 아닐 것 입니다.
또한 연일 계속 되는 찜통 더위에 유난히 칭얼대는 아이를 보는 건 평소보다
몇 배나 더 지치고 힘들게 느껴집니다.
내 돈내고 내가 종량제 봉투 사서 대강 버리겠다는데 굳이 누가 와서 잔소리를 한다면
그게 또 짜증나고 불쾌할 수도 있을 것 입니다.
하지만 본인의 과실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내 비위에 맞지 않는다고 당장 짤라 버려라...
라는 말을 면전에 두고 한다를 건 상식 이하의 일인 듯 합니다.

내 아버지가 어디서 딸 같은 사람한테 그런 대우를 받았다면 정말 마음이 아플 것 같습니다.
홧김에 한 말이라도 또 그 말을 들은 경비 아저씨의 자존심은 얼마나 상하셨을까요.
여러가지로 이해하고 이해하려 해도 이미 하지 말아야 할 말에대한 도를 지나친듯 하네요.

아이가 옆에 있다면 조금은 달라 질 수도 있을텐데...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천방지축 딸내미를 데리고 재활용이라도 할라치면 혼자 갈 때보다는 거추장스러운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이것도 재미고 공부지 뭐...'싶어서 패트병이라도 쥐어주며
"이쪽에 넣은거야...저쪽에 넣는거야..."
라며 저도 한 몫 거들게 해주면 아이는 또 얼마나 신나하고 좋아라 하는지요.

이제 세상을 알아가고 도덕적인 사고가 확립되기 시작하는 내 아이에게
적어도 어른은 공경하고 예절 바르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나 
내가 조금 피곤하고 귀찮더라도 공동체 사회에서 지켜야 할 의무와 책임을 알려주는 것 등이
다른 어떤 지식을 넣어 주는 것 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기본 되는 일이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