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랑이네 엿보기/평범한 일상들

생각만 해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잊고 싶은 순간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없는데 혼자 김칫 국물을 사발로 마셨네.

소싯적...술 좋아라 하고 나름 인맥 좋았던 하랑맘,
주말 저녁이면 선배, 또는 친구들을 만나 세월아 네월아 밤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시곤 했었죠.
당시 엄했던 아버지 덕분에 놀아도 노는게 아닌 가시방석 앉아있는 기분일 때가 대부분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객기인지, 반항심인지 일찍일찍 들어 갈 생각은 좀 처럼 들지않는 혈기 왕성하던 시절이었죠.
그 날도 수 십번 울리는 전화벨에 마지 못해 먼저 일어나는데 그다지 친하지도 선배 한 명이 따라나옵니다.
"어...선배님 괜찮아요.
저 혼자 집에 가도 되는데..."

"응...나도 잠깐 뭐 사러가는 길에 겸사겸사 나가는 거지 뭐..."
별로 친하지 않은 선배와 차를 타러 가는 길은 참 어색했습니다.
"전화 많이 오던데 혼나는 거 아냐??
택시라도 타고가."

라며...지갑을 뒤적이는 선배...!!!
저는 극구 정색을 하며 손사레를 쳤지요.
"선배님 아니에요...저 돈 있어요.
괜찮아요.이러지 마세요."

어색하고 난감한 표정의 선배...
"어? 어...그래...잘가...아니....난...그게 아니고 담배 사려고..."
아니 담배를 사려면 가게 가서 지갑을 꺼내던지...
하필이면 왜 그 타이밍에 지갑을 꺼내고 난리람...


만나기로 약속한 사람이 횡단보도 건너편에 있고 신호가 걸렸을때

어제 낮 2시 25분.
어린이집에 간 딸내미가 돌아올 시간입니다.
열심히 블로깅 중이던 하랑맘 부랴부랴 어린이집 차가 오는 횡단보도 앞으로 나갔습니다.
마침 길 건너편에 딸아이의 어린이집 차가 신호에 걸렸습니다.
차 안의 누군가가 외칩니다."앗...하랑이 엄마다!"
순간 차 안에 있던 열 댓명의 아이들이 다닥다닥 창문에 메달려서 구경을 합니다.
아이와 함께 차량 지도를 하시던 선생님은 인사를 하시고 어색한 표정으로 앉아 계십니다.
그렇게 신호를 기다리는 2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질 수 없습니다....
머 구경났다고 차 안에 있는 아이들은 '하랑이 엄마, 하랑이 엄마...'
웃으며 손 흔들어 주는 것도 10초 이상하면 머쓱해집니다.
참으로 표정 관리 안 되는 시간입니다.

이런 상황이 참으로 자주 발생 하더군요.
유난히도 어색한 것을 딱 싫어라 하는 하랑맘.
누군가와 약속을 하고 약속 장소에 나갔는데 건너편에 있는 지인.
반가운 마음에 손도 흔들어 보고 눈 인사도 마쳤건만
방금 바뀐 신호는 길기만 합니다.
공연히 멀쩡한 바닥도 툭툭 차보고 주변을 둘러보며 애써 태연한척 하지만
왠지 손발이 오그라드는 순간입니다.

길에서 우연히 만난 아는 사람이 미소 짓길래 함께 미소 지었지만

저쪽에서 걸어오는 그 사람...알듯말듯 애매한 친분이 있는 사람입니다.
인사를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내심 고민을 하는데 그 사람은 저를 보며 활짝 웃습니다.
'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람 뭐 저리 반가워해?'
웃는 얼굴에 침 뱉을 수 없고 먼저 인사하는데 모르는 척 할 수 없는 법.
환한 미소로 답하며 서비스로 손까지 흔들어 줍니다.

서로 바로 코 앞까지 다가왔고  소리내어 인사하려는 순간 뒤에서...
"어...여긴 왠일이야. 오랜만이야..."라는 소리가 들립니다.
저를 지나쳐 바로 뒷 사람과 반갑게 악수 하는 그 사람...
내 환한 미소랑 손은 어쩔건데?
그냥 시치미 떼고 가볍게 주변을 둘러보고는 가던 길을 갑니다ㅡㅡ;


주먹을 부르는 말,말,말...!!! 요노무 입이 방정.

아이들에게 놀이를 가르치던 센터에 근무하던 시절...
저희 반 꼬맹이가 수업을 받으러 들어왔습니다.
오늘은 직장에 다니는 바쁜 엄마 대신 나이 지긋해 보이는 남자의 손을 잡고 온 꼬맹이,
전 반갑게 맞이 했지요.
"어머...00이 왔구나...오늘은 할아버지랑 왔네."
순간 급 썰렁해진 분위기...
"흠흠...00이 할아버지가 아니고 애비입니다."
"오호호호호....그러시구나...00이 오늘은 아빠랑 왔구나..."
순간적으로 머리가 멍해졌지만 어떻게든 만회해야 겠다는 생각에 급 변명을 하고 있는 하랑맘...
"어쩐지...할아버지는 할아버지신데 너무 젊으신 할아버지시다 했어요....아버님이셨군요....오호호호."
옆에서 어색하게 웃으며 제 옆구리를 마구 찌르던 동료가 저를 구석으로 끌고 갑니다.
"그냥 처음 한 번 실수 했음 되었지 주책맞게 뭐하러 자꾸 말을 이어가...
두 번째 말 했을때 00아빠 얼굴 시뻘게졌어...
으이그...내가 다 손발이 오그라든다. 뭘 다짜고짜 할아버지야."


그 다음 날 원장님께서 말씀하십니다.
"00 선생님,오늘 00이 엄마한테 전화 왔는데 00이 그만 둔다고 하시네.
아버님께서 그만 다니라고 하셨다는데 다른 말씀은 없으시고...
2년 간 한 주도 안 빠지고 꾸준히 다니셨는데 갑자기 영문을 모르겠네..."

자꾸만 나를 쳐다 보는 그의 뜨거운 시선!!!!  왜???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길!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하고 피곤한 몸을 전철 기둥에 기대고 서 있었습니다.
앞에 앉은 40대 중반의 아저씨가 계속 쳐다 보는 것이 느껴집니다.
느끼합니다. 하지만 뭐 대놓고 어쩌지도 않는데...책 읽는 척 합니다.
시선이 너무 노골적입니다. '뭐야...치한인가? 변태야? 왜 자꾸 보는데...'
자꾸 신경이 쓰이지만 계속 모르는 척 합니다.
어느 역에서인가 아저씨는 내리실 준비를 합니다.
내리려면 그냥 내릴 것이지 저에게 말을 거는데 순간 긴장 됩니다.


"저...아가씨..."

최대한 태연한척 새초롬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합니다.
"네? 무슨 일이시죠?"
"흠흠...!!!!"
대답없이 헛기침을 하시며 제 치맛자락을 가리키십니다.
허걱~!!!!
아침에 급히 입고 나오느라 옷 매무새를 가다듬지 못한 하랑맘,

속옷에 치맛자락이 걸렸는지
왼쪽 치맛단이 심하게 말려 올라가 있었습니다.
이 꼴로 나와서는 집에서 두 시간 거리인 직장에
다 다르도록 몰랐습니다.


중간에 버스도 타고 환승도 했는데...ㅠㅠ

어쩐지...오늘따라 사람들의 뜨거운 시선이 자꾸만 느껴지더라니...
전 그게 다 새로 장만한 고운 감색 체크무늬 원피스가 샤방샤방 잘 어울려서
그래서 쳐다보는 줄 알았습니다.


사실 위에서 살짝 말씀드린 바 있는...
 어제 딸내미 어린이집 차 기다리면서

'난 이럴때 참 민망해...'라고 생각하다가 생각 난 포스팅 주제인데요,
대부분 저 혼자만의 착각에 의해 생긴 일들이네요.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 하지만 참 머리끝이 바짝 서는듯이 소름끼치고 민망한 순간들이었습니다.
워낙에 엉뚱발칙한 생각들을 많이 하고 사는 하랑맘이었기에
더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이 많이 있었는데 이노무 기억력이 따라주질 않네요.

착각은 자유라는 말이 있지요.
생각만 할 때는 자유이지만 그 생각이 밖으로 튀어나오는 순간,
그리고 그게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다는 것을 아는 순간...
서로 손발이 오그라들 상황이 연출된 다는 것을 명심 또 명심 해야겠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