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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평범한 일상들

여친과 동거하다 부모님께 딱 걸린 동생


제 친구에게는 31살이 되도록
여친 한 번 사귀는 모습을 못 본 쑥맥 동생이 있습니다.
어릴적부터 친한 친구라 그 동생을 저 또한 자주 보았었지요.
누나 친구인데도 뭐가 그리 쑥쓰러운지...
반가워 인사라도 할라치면 얼굴이 빨개지며 도망가던 녀석이었지요.

친구의 친정 부모님들은 귀농을 하셔서
해마다 가을이면 자식들에게 나눠 줄 먹거리들을 들고 순회를
다시시는 낙에 사시는데...
추석을 지내고 몇일이 지난 후 부모님들은 자식들집을 돌며 우연히 들른
그 동생의 자취방에서 여인네의 흔적을 발견한 것이었죠.


올해로 서른이 다 되도록 이렇다하게 연애한다는 기색도 없었던 남동생 항상 걱정이었고...
말이 자취지 남자 혼자서 오래동안 살림하고 사는 것이 항상 걸리고 안쓰러웠던 친구의 친정 엄마는
한 번도 본적도 만난적도 없지만 살림 솜씨만 봐서는 야무져 보이는 누군가가
그렇게라도 동생 옆에 있어주는 것이 조금은 안심이 되는 듯한 말투셨답니다.

"응...엄마...잘 도착했어?"
"그랴...잘 왔다...
"00는 만나서 반찬 전해줬고? 잘 지내고 있지?"
"야야...말도 마라...내가 오늘 진짜 황당해서..."
"왜? 무슨일 있었어?"
"원래는 집 앞에서 반찬들만 내려주고 가려고 했는데 니 아빠가 화장실이 급하다지 뭐냐...
그래서 갑자기 집까지 올라가게 되었지...그런데 빨래대에 왠 여자 속옷들이 널려있고
못 보던 행거에 여자 옷들이 쭉~ 걸려져 있더라. 냉장고 열어보니 반찬들이 꽉 차있고,
내가 00를 아는데 살림들이 걔가 정리한 솜씨가 아니야. 여자가 하는거지.."
"진짜? 그럼 여자애도 봤어?"

"아니...안 그래도 우리가 급하게 올라가니 화장실에라도 숨어 있을까봐
니 아빠 화장실도 못 가고 휴게소에서 볼일 봤다."
"물어보지. 누구랑 같이 사냐고..."

"아...물어봤지...'너 여자랑 사냐?' 그랬더니 요놈이 '그냥 왔다갔다해. 여자친구가.'
그래서 '그냥 왔다갔다 하는 애 살림이 이렇게 많냐? 같이 사는거구만...'
그렇게만 물어보고 더는 안 물어봤다.
지들이 좋아서 집을 나와서 00랑 사는건지 아님 진짜 왔다갔다 하는건지...
살림 솜씨를 보니 영~날라리는 아닌 것 같기는 하더만..."


친구도 쑥맥으로만 보이던 동생의 동거가 충격적이었는지 바로 저에게 전화를 걸어왔더군요.


"진짜? 00가? 와...00도 남자였구나...ㅋㅋㅋ 완전 쑥맥으로 봤는데 다시 보이네.

너희집 보수적이잖아. 엄마는 뭐라그러셔?"
"응...뭐...그냥 혼자 있는 것 보단 누가 옆에 있으니 좀 안심 되나보던데. 
냉장고도 채워져 있고 정리정돈도 잘 되어 있었나봐. 야무져 보이는 솜씨라고...
나도 솔직히 00가 누구랑 같이 지낸다니깐 차라리 더 맘이 놓이는데...
연애 한 번 안하길래 '쟤 저러다 장가도 못 가는거 아냐?' 라는 생각까지 했거든,
그러다 인연이 되면 결혼도 하는거고 뭐 그렇지..."


"와...남자쪽 입장이라고 참 쿨하다...동거까지 하는 사이인데 인연이 되면 결혼해?

하긴 너희 부모님들도 딸들은 다 시집가서 잘 살고 있으니 아들의 동거가 쿨 해질 수 있겠구나.
딸이 결혼 안하고 남자랑 동거했으면 심하게 반대 했을텐데 말이야."
"그럼 너 죽고 나 죽자 했을걸...^^;; "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 해도 같은 일을 두고
남자쪽과 여자쪽의 입장 차이가 이리도 달라지네요.

암튼 혹시라도 동생의 여친이 화장실에 숨어있을까봐 급한 볼일도 참고 그냥 나오셨다는 친구네 부모님...
참 아들의 사생활을 존중 해주시는 센스있는 분들이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아들쪽의 부모님이라 그러실 수 있었는지는 모르지만요.
자꾸 남자와 여자의 입장차를 드러내는 저희의 사고방식이 너무 구닥다리인가요? ㅡㅡ;;


철없는 십대들도 아니고 나이 서른이 다 된 아이들이니
공연히 윤리가 어떻고 떠들어가며 잔소리 할 일도 아닌 것 같고...
오히려 어떤 친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어릴적부터 보아 온
그 동생의 외로움을 덜어주고 있는 친구에게 고마움과 친근감이 느껴지네요.


부디 좋은 지금의 관계가 오래 유지되어

해피앤딩으로 마무리 되길...
어릴적 부터 보아 온 누나로써 진심으로 기원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