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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평범한 일상들

연예인 꿈꾸던 언니가 4층에서 뛰어내린 까닭?


제가 24살때였으니 지금으로부터 딱 8년 전 일입니다.
당시 아주 친하게 지내던 저보다 한 살 많은 언니가 한 명 있었습니다.
당시 25살이던 그 언니는 연예인 지망생이었습니다.
연예인 친구가 많았던 언니 덕에 연예인들도 참 많이 만났었죠~ 그 시절이 그립긴 해요~
당시 잘나가던 아이돌과 고스톱도 치고 함께 술도 마시고~
다신 돌아올 수 없는 그 시절...

유명한 연예인은 아니었지만 한때는 케이블 TV에서 꾀 이름난 리포터로 활약했던 아주 예뻤던 그 언니...
연예계와 무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언니는 평일에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자 
주말마다 어린이 뮤지컬 공연을 하러 다니는 배우이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저도 무대에 몇 번 섰던 경험도 있죠~ 그런데 정말 제 체질은 아니더라구요~ ㅎㅎ)
아이들 가르치고 나서 그 고되고 힘든 몸을 이끌고 밤마다 공연 연습을 하러 다니고
주말에는 멀리 지방으로까지 공연을 다니며 하루하루 열정적으로 살던 그 언니는 저에게도 참 귀감이 되었었죠.


어느 월요일 새벽...전화가 왔습니다.
울먹이는 목소리...

"00아...내가 묶은 숙소에 불이 나서 다쳤어...오늘 일하러 못 갈것 같은데 원장님이 전화를 안 받으시네.
니가 대신 좀 전해줄래?"
"헉...언니...괜찮아? 어디 다친거야?"

그 언니의 꿈을 잘 아는지라 혹시 얼굴에 상처라도 난게 아닐까 라는 생각부터 퍼뜩 들었습니다.

"응...아니야...그런건 아니고 우리가 숙소로 묵었던 여관 1층에서 불이 났는데 난 4층에 있었거든...
정말 난 할 일도 너무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다 못했는데 차마 그대로 죽을 수는 없더라구.
그래서 4층에서 뛰어내렸어. 허리를 심하게 다쳐서 지금 병원이야..."

"불 크게 났어?  다른 사람들은?"

"그건 아닌데...난 큰 불인줄 알고 무작정 뛰어내렸어.
그냥 그 객실의 연기가 심했을 뿐 금방 꺼졌고, 다친 사람은 나밖에 없어."


4층이라는 말만 들으면 별로 안 높을 것 같지만 실제로 뛰어내릴 생각으로
4층에서 아래를 쳐다보면 보통 담력으로는 도저히 엄두도 안나지요.
겁쟁이 하랑맘은 그자리에서 죽으면 죽었지...4층이 뭡니까...2층에서도 못 뛰어내립니다.

암튼 그 높이에서 뛰어내렸으니...기적이 아니고서는 당연히 어딘가는 다쳤겠지요.
병원에서는 약 3개월 정도 요양을 하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고 했답니다.

마침 제가 자취하던 집 근처의 정형외과에 입원을 한 그 언니...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길에 자주 들러 수다도 떨고,
만화책 같은 필요하다는 물건들도 조달해 주었지요.


그런데 문제는
그 언니의 가뜩이나 예민한 편인 장이 큰 사고의 후유증인 탓인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변을 볼 수 없는 심한 변비에 걸렸었던 것입니다.
점점 노랗게 떠가는 얼굴에 더부룩하고 불편한 배는 그 언니를 괴롭히는 또 한가지의 큰 일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여느때 처럼 퇴근하면서 병원에 들렀습니다.
병실을 지키시던 언니네 어머님은 가족들의 저녁을 챙기시러 집으로 들어가셨고
언니 저...이렇게 둘만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이 언니가 갑자기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합니다.

"00아...나 너무 배가 아프다...엄마 올 때까지 참으려고 했는데 정말 너무 아파..."
헉...일주일 넘게 막혀있던 언니의 장에서 신호가 오나봅니다.
"어...그래? 어떻하지? 그래도 어떻게 참아? 난 괜찮으니까...걱정말고...내가 받아줄게..."
지금 생각해봐도 상당히 당황스러운 일이었지요.
하지만 본인은 오죽 힘든 상황이었겠습니까...

"아...어떻게든 참으려고 하는데 정말 안 될거 같아...거기 침대 밑에 변기 있거든...그 것 좀 줄래?"
허둥지둥 언니의 허리 밑에 침상용 변기를 가져다 대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제부터 였습니다.  
오랫동안 묵여있던 변이 관장이라도 한 사람처럼 끝없이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급히 밖으로 나와 간호사에게 변기 하나를 더 얻어가지고 들어갔을때는 변기는 이미 넘쳐서 흐르고 있었고
그 언니의 등과 침대는 그 오물들로 더렵혀져 있었습니다.

평소에 유난히 냄새에 민감하고 비위가 약했던 저는 구역질을 하며, 눈물을 글썽이며, 
넘치는 변기를 치우고 새 변기를 가져다 대 주었습니다.
이미 더러워질 대로 더러워진 언니의 등을 닦아주고 옷을 갈아 입혀주고
간호사에게 침대보를 갈아 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하랑맘 어린나이에도 참 발빠르게 일 처리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ㅋ)
추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창문도 활짝 열어 놓았지만 그 냄새는 쉽게 빠지질 않았습니다.

그 와중에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바로 그 언니의 남자친구에게 온 전화였지요.
병원 앞이라고 오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 같으면 뭐 다른 물건을 사다 달라고 부탁을 하거나...하는 융통성이라도 부리겠건만...
요령이 없던 하랑맘과 그 언니는 크게 당황만 했습니다.
병실안은 아직도 악취로 가득하건만...
일단 빨리 그 냄새를 처리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다 하랑맘의 딱 눈에 띈 에프킬라...!!!
급히 구석구석에 뿌려주었습니다.
특히 침대 주변은 더더욱 신경써서 뿌렸지요.
지금은 향기 좋은 에프킬라도 많이 나왔더만 그때 그 에프킬라는 향기라고 말할 수 없는 오리지널 향이었습니다.

최고의 악취와 뒤섞인 에프킬라 향...
그야말로 질식 할 지경이었습니다.
남자친구는 곧 들어왔고..."윽...이게 무슨...." 말을 잇질 못했습니다.
"아...모기가 많아서요...에프킬라를 뿌렸는데...그게 상했나??"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하고
"언니...오빠 왔으니깐...나 이제 갈게...그럼 좋은 시간 보내세요 ^^"
그 와중에 좋은 시간을 보내라니...

암튼 저의 말도 안되는 변명을 그 언니의 남친은 정말로 믿었는지 어땠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1년 후 둘은 결혼을 했고 지금은 일본에서 알콩달콩...
뮤지컬, 연극, 모델 활동도 하며 아주아주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있습니다.

가끔 한국에 오면 꼭! 연락을 취하던 언니~
요즘은 통...연락이 없네요.

췟...그래도 넘치는 X까지 치워준 사이인데...좀 섭섭하군요.
무소식이 희소식이니 그냥 잘 살고 있겠거니 하면 되겠지요 ^^

그런데...혹시 상항 에프킬라 냄새 맡아보신 분 계신가요?
글을 쓰는데 갑자기 에프킬라가 상하면 어떤 냄새가 날지...가 궁금해지네요 ㅡㅡ;;


남편이 교통사고로 입원 한 적이 있습니다. 병원을 찾아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던 중 언니 얘기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남편에게 이 사건 얘기를 해 주었죠.(지금보다 정말 상세하게 이야기 해 주었지요)
웃겨 죽는다고 난리가 났습니다.
옆에 있던 친구와 배를 움켜잡고 눈물을 흘리더라구요.

저는 심각하게 얘기를 꺼낸 건데, 정말 의외의 반응이었죠~ 

얼마 전 남편이 언니 잘 있냐고 물으며,
언니 얘기나 써보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이렇게 옛 추억을 떠올리며,
조심스레 언니 이야기를 적어 봤습니다.

지금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으니까~
우연히 언니가 이 글을 봐도 별 일은 없겠죠?? ㅎㅎ

정말 이쁜 언니 사진 많이 많이 올리고 싶었는데,
포스팅의 내용이 좀 거시기 한지라 사진을 올릴 수 없는게 아쉽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