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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친구들에게 맞았다는 딸, 철렁했던 엄마 마음



어린이집에 차량에서 내리는 딸의 표정은 여느때와 다름이 없습니다.

아침에 헤어졌다 오후에 만나는 엄마...
뭐가 그리 반가울까 싶으면서도 "엄마..."하면서 매달리는 딸아이의 애교에 마냥 웃음이 납니다

"엄마...놀이터에서 조금만 놀다 가면 안 돼요?"
"응...한결이 자길래 그냥 얼른 나왔는데 한결이 깨면 어떻해..."
"그럼 양 한 번만 탈게요."
"그래...한 번만이야."



집으로 가는 길에 항상 놀이터에서 놀고싶어 하는 딸내미.
좀 더 놀려주고 싶지만 자고 있길래 두고 나온 둘째가 신경이 쓰여 발길을 재촉하며

딸을 안았는데 얼굴에 작은 상처가 보입니다.

"하랑이...오늘 넘어졌니?"
"아니...안 넘어졌는데..."
"근데 얼굴에 상처가 있네..."


그다지 큰 상처는 아니었기에 어딘가에 부딫혔겠거니 하며 물어보았는데 딸의 대답은 뜻밖입니다.
"응...아까 우0랑, 유0이랑, 윤0가 밀었어. 그래서 넘어졌어."
"뭐? 셋이서 한꺼번에 널 밀었어? 왜?"
"몰라...그냥 갑자기 밀었어..."
"하랑이가 친구들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들 갑자기 뺏거나 그런건 아니고?"
"어...나 그런거 아닌데...
그런데...애들이 갑자기 밀었어...그런데 괜찮아...
선생님이 보고 이제 그러지 말아라...그러시더라..."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한 딸의 말투와 표정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신경쓰입니다.

딸이 소속 되어있는 3살 토끼반,
아직 집단 행동을 할 만한 월령은 아니지만

혹시라도 아이들에게 미움사는 일을 하는 건 아닌지,
우리 하랑이가 집단으로 괴롭힘을 당하기라도 하고 있는 건지..
아니겠거니 하면서도 별 생각이 다 듭니다.

"하랑아...친구들이랑 노는 거 재미있니? 어린이집 가는 거 좋아?"
다시 한 번 확인해 봅니다.
"응...난 어린이집이 재미있어...근데 왜?"
"아니 그냥...하랑이가 어린이집을 좋아하는지 어떤지 궁금해서..."
"난 좋은데...친구들이랑 노는 것도 재미있구..."



집으로 가는 그 짧은 거리에도 참견할 것이 많은 하랑양...
평소와 다름 없는 모습입니다.

둘째 출산 후 딸의 어린이집 생활에 너무 무심했다는 생각이 들어 전화를 걸었습니다.
"네...하랑이 엄마인데요...우리 하랑이가 어린이집에서 잘 지내는지,
친구들과의 생활은 어떤지 궁금해서 한 번 해봤어요."


작은 상처에 오버하면서 바로 전화질 하는 극성 엄마로 보여질까 조심스러워
그냥 평상시의 하랑이의 모습에 대해 먼저 물었습니다.

어린 나이임에도 의사 소통이 아주 잘 되어 친구들과 선생님 사이에서 대변인 역할을 톡톡히 해 주고,
리터쉽도 강하여 친구들이 하랑이를 많이 따른다고요,
하랑이네 교실에서 하랑이가 없으면 친구들이 많이 허전해 한다고 하시더군요.

다행하게도 잘 지내고 있는 듯 합니다.

"네...잘 지낸다니 정말 다행인데요 오늘 하랑이가 친구들과 살짝 다툼이 있었던 것 같길래
혹시 하랑이의 행동에 문제가 있거나 해서 친구들에게 미움을 사거나 그런건 아닌지...
친구들 사이가 어떤지 궁금하기도 하고
 겸사겸사 전화드렸어요...사실은..."


"아....오늘 토끼반 친구들이 장난감 가지고 싸우는데 00가 친구 장난감을 빼앗아 갔거든요.
그때 하랑이가 옆에서 그러면 안 된다고 뺏긴 친구 편들어 주다가 잠시 다툼이 있긴 했어요."


이야기를 듣고 보니 별 일은 아닌데 요즘 세상이 많이도 흉흉하고
어린 아이들도 조숙하다 보니 공연히 콩닥거리고 걱정부터 앞섰었네요.
이제 사회 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시기이다 보니 벌써부터 상처꺼리가 생기면
평생 안고 갈 것 같아 예민해졌던 것도 사실이구요.


아무튼 세 명의 아이들이 한꺼번에 하랑이 하나를 공격했다기에 철렁했었는데...
그저 아이들간에 흔하게 있는 작은 다툼이었고,
잘 지내고 있다니 다행입니다.

하긴 문제가 있었으면 하랑이가 벌써 이야기 했었겠죠.
어린이집에서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까지 시시콜콜 다 전하는 녀석이니깐 말이죠.


참...부모가 되면서 참으로 여러 걱정이 생깁니다.
어렸을때는 그저 좀 늦게 걷는다거나, 감기가 걸려서 기침을 많이 한다거나...
뭐 이런 일차적인 것들이 걱정이었는데...
이젠 딸내미가 조금 더 커서 나름 사회생활이라는 것을 하게 되니
혹시라도 내 아이가 어디가서 미움 받지는 않을까.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라도 당하지 않을까.
등등의 이차적인 걱정이 생기는군요.

어쩌겠어요.
제가 평생 끼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딸을 믿고
생활 전반에 대해 가장 기본적인 것 (규범,예의 범절,교우 관계등) 들을 잘 행할 수 있도록 이야기 해주고
평소 아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는 것까지만 엄마의 역할이겠지요.
에고...잘 하겠거니 하면서도 작은 일 하나에도 소심해지고 걱정이 많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