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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어른들만 빠지면 우린 제법 잘 어울리거든요



하랑이와 시은이는 100일 차이나는 사촌 사이입니다.
유난히 샘이 많은 하랑이...

어른들의 사랑을 독차지 해야 하건만 시은이가 나타나면 그 사랑을 나눠야 하는 것을
도무지 참지 못하고 분노의 화신으로 변하곤 합니다.



작년 이맘때쯤?
오랜만에 놀러간 수원 이모네...
언니가 약 1시간 가량 볼일이 있어서 시은이를 맡기고 외출을 했습니다.
질투의 화신 하랑이가 걱정되기는 했지만 의외로 하랑이는 담담합니다.


"엄마...시은이는 엄마가 없어요. 그래서 우리가 돌봐줘요."
오히려 이렇게 말하며 본인이 진짜 언니라도 된양 신나게 놀더군요.


스카프를 이용해 기차놀이도 하고...
춤도 추고...책도 보고...
둘이 끌어안고 까르르 웃으며 뒹구는 모습을 보는데...어찌나 흐뭇하던지...!!!
이렇게 잘 놀기만 하면 한 시간이 아니라 하루 종일도 조카를 봐 줄 수 있겠다 싶을 만큼 잘 놀더군요.



"엄마...난 시은이가 너무 좋은데 이모 할머니네나 시골 할머니네서 만나는 시은이는 싫어요."

33개월 무렵 이런말을 했던 하랑양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어른들이 껴서 누구 한 사람만 안아주고 이뻐해주지 말라는 것이지요.
실제로 하랑맘과 하랑이의 이모인 언니만 있으면 하랑이가 심술을 부리는 일은 거의 없거든요.

가끔씩 언니와 전화 하다가 시은이와 하랑이가 통화 할 수 있도록 바꿔주면 보고싶네, 사랑하네, 니가 오네, 내가 가네...!!
듣는 사람들의 손발을 오그라들게 만드는 닭살 대화가 오고가곤 합니다.


한결이 낳고 나서 한 번도 못 만났는데...
갑자기 조카들이 너무 보고싶네요.
우리 하랑이도 시은이 보고싶다고 난리인데...

따뜻한 날 잡아서 조카들 보러 가야겠네요.
어른들 아무도 안끼고 아이들끼리만 만나게 해줘야죠.
우리 애들 둘만 있으면 세상에 죽고 못 사는 자매들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