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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평범한 일상들

뜬금없이 100만원짜리 수표 내민 심형래




지금으로부터 13년 전...
뭐 지금도 그렇지만 수능시험이 끝나고 나면 고3 수험생들의 자유시간은 시작 됩니다.
학교에 가도 비디오나 시청하거나 하다가 대부분 12시 이전에 수업이 끝났지요.

수능시험이 끝난지 이틀밖에 안 되었던 하랑맘과 친구들은 오랜만에 명동 나들이를 했습니다.
피가 뜨거웠던 하랑맘과 일행들은 추운 줄도 모르고 얇은 교복만 입고 돌아다니던 중
한 쿠키 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공고를 발견했습니다.

Mrs.Fields 라는 이름의 쿠키 전문점...
당시 쿠키라면 TV에서 광고하는 '쿠키가 외로워 초코를 만났다는 오리온 초코칩 쿠키' 밖에
모르던 하랑맘이었지만 왠지 그 곳에서 아르바이트라는 것을 하면 참 좋을 것 같았습니다.
얼른 알바 공고에 대해 문의를 했더니 명동점은 아르바이트생을 구하지 않으나  압구정 점에서 구한다고 하더군요.

내 생에 최초의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다.

그리하여 하랑맘...
19살 이라는 나이에 압구정 로데오 거리에 있는
 M
rs.Fields 쿠키 전문점에서
 생에 첫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그곳은 부의 상징이요
쭉쭉 뻗은 모델같은 외모의 남녀들이 모여있던...

외제차를 끌고 다니는 오렌지족이
"야~타..."를 외치고,
연예인들을 길에서 볼 수 있던 그런 곳이었죠.

지금은 뭐 일산이나 기타 등등의 곳에서
연예인들을 자주 볼 수 있지만
그때는 길에서 연예일을 보는 일은 거의 흔치 않았지요.

지금은 인터넷이나 외국에 다녀오시는 분들이 많아지셔서 Mrs.Fields에 대한 정보도 많이 알게 되었지만... 
당시에는 그 고급스러운 동네에서 조차 쿠키에 금칠을 했냐는 농담을 하시면서 구입을 하시곤 했었지요.

M
rs.Fields는 당시 돈으로 쿠키 한 개에 700원 이나 하고 브라우니는 1000원, 머핀은 1200원 의 가격이었는데...

지금은 그런 쿠키나 머핀등의 가격이 그다지 비싸게 느껴지지 않지만 당시 새우깡은 200원이었고 초코칩 쿠키같은 비스킷들은 300원인가 했었는데...한 봉지도 아니고 낱개로 한개가 그 가격이었으니 조금 비교가 되실런지요.

냉동 쿠키를 구워 내고 쇼 케이스 정도나 닦는 일 정도를 하면서 비교적 많은 시급을 주는 그런 곳에서
첫 아르바이트를 했던 것은
참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하루 일을 하다 보면 꾀 많은 연예인들이 다녀가곤 했지요.
지금도 이름만 대도 슈퍼스타급의 그런 스타들이요.

핫...영구닷~!!! 반갑습니다.  띠디디디리링~~!!!!

당시를 회상하다보니 너무 새록새록한 생각들이 많이나서 서두가 너무 길었습니다만...
그 날은 마감인 오후에 일을 하는 날이었습니다.

10시면 마감 시간이 가까워져  정산하고 부지런히 뒷정리를 시작하려던 중...
한 손님이 들어오셨습니다.
얼굴을 딱 보는 순간...앗...!!! 했습니다.
오랜기간 바보 케릭터로 사랑을 받던 그분...영구...
아니...심형래씨가 제 앞에 계시더군요.
뭐 어짜피 그 곳에서는 흔히 연예인을 만나던
곳이니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해도
왠지 친근하고 반가운 기분이 들더라구요.
딱히 그분의 팬도 아니었는데 어찌 그리
친근감이 들었는가 하면요....!!!


우뢰매를 관람하고 와 영구 케롤을 들으며 자란 유년 시절...!!!

그분이 출연하신 우뢰매를 1탄~7탄까지 열심히 보았고
그분이 부르신 펭귄 캐롤을 들으며
"흰 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달릴까...말까..." 를 따라부르던
유년시절을 보냈던 하랑맘 이었거든요. ㅋㅋㅋ

암튼 오셔서 여러 쿠키들을 10개 정도 고르시더군요.
당시 그 곳에서 알바한지 3개월 정도로 알바생중에 고참 급이었던
하랑맘, 서비스로 1000원짜리 브라우니도 하나 더 넣어드렸죠.

그런데...계산을 하시겠다며 100만원짜리 수표를 척...주시더군요.
100만원 짜리 수표 전 그때 첨 봤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100만원짜리 수표를 자주 보게 되지 않습니다.)
켁...700원짜리 쿠키 10개면 7,000원...
그럼 거스름돈은 9십 9만 3천원을 드려야 하는데...
그 많은 거스름돈이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저...죄송한데요...거스름돈이 부족해서 그런데...
잔돈은 없으신가요?"
"나...잔돈 없는데...에이...이런 고급샵에 현금을 100만원도 안 두고 장사를 하나 그래..."

이건 제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니고 점장님께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 밤에 어디 은행에서 돈을 바꿀 수도 없고...
일단 그냥 드리고 나중에 들르셔서 지불해주십사 하며 상품을 포장해 드렸었죠.
그 뒤로 제가 알바하는 시간에는 심형래씨를 만난 적은 없었는데 그냥 얼마 안되는 액수이니 잊으셨을 수도 있고 제가 없는 시간에 오셔서 지불을 하셨을 수도 있겠지요. 딱히 그에 대한 이야기를 누군가와 나눈 적이 없었거든요.

요즘 영화 홍보차 한창 TV 나들이가 잦아지셔서 심형래씨를 자주 만날 수가 있네요.
(덕분에 잊고 있던 그분은 모르시는 저만의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ㅋ)
그분은 기억도 안나실 그 인연으로 혼자 친근감을 느끼는 하랑맘...!!!
용가리 는 못 보아서 모르겠고 디~워 는 논란이 많았지만 전 나름 재미있게 보았네요.
스토리가 조금만 탄탄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긴했지만...
이번 영화도 잘 되시길 바라구요,
혹시라도 상점을 방문하시면 잔돈은 필히 준비 해주셔서 어린 알바생들 당황시키지 않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