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손님이 갑자기 올 때 가장 바쁜 사람은?



일요일 오후,
엉망진창으로 어지러진 집 안에서
제대로 씻지도 않고 뒹굴뒹굴 TV 채널을 돌리며 한 주간의 재방들이나 찾아보던 한가로운 시간...

갑자기 전화 벨이 울립니다.
친구 입니다.
오랜만에 놀러 오고 싶다고 합니다.
사람 좋아라 하는 하랑맘과 하랑아빠는 당연히 대환영입니다.

앞으로 한 시간 후면 친구가 도착 할 것입니다.
후다닥 집을 청소하고 씻어야 하는데 엄마, 아빠보다 더 바쁘게 돌아다니는 꼬맹이가 있습니다.
바로 우리 하랑이 입니다.


"엄마...수진이 언니 온데? 와...신난다..."
먼저 함께 가지고 놀겠다고 책이며 장난감을 셋팅합니다.

치워도 부족할 판에...가지고 놀 거리들을 미리 늘어놓아 엄마에게 쿠사리 한 번 듣습니다.
"이따가 언니 오면 꺼내도 되잖아...벌써부터 꺼내놓으면 엄마가 청소하기 힘들어..."
순순히 치우게 해주는 딸내미에게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세탁기는 돌려 놓았으니 급히 빨래도 널어야 합니다.
열심히 빨래를 널고 있는데 딸내미가 또 부릅니다.
"엄마...내가 지금 너무 엉망이지 않아요? 씻지는 못해도 옷은 갈아입어야 되지 않아요?"
씻지는 못해도 옷은 갈아 입어야 한다?에 엄마는 웃음부터 납니다.
"에이 뭐 어때...넌 애니깐 그냥 그러고 있으면 되지..."
"그래도 이건 좀 벗어야 할 것 같아요."
감기기운이 있길래 수면 조끼를 입혀 놓았는데 어느새 단추까지 다 풀려 칠렐레 팔렐레 입니다.
"엄마...청소 나중에 하고..."

자꾸 따라다니며 제 옷을 갈아입혀 달라고 합니다.
다른 옷까지 갈아 입힐 시간은 없고 대강 조끼만 갈아입혔더니 그럭저럭 만족을 하나 봅니다.

"엄마...나 양 같지요?"
본인이 좋아하는 옷을 입혔더니 참 좋아라 합니다.
그런데 또 요구 합니다.
"엄마...근데요 내 머리 좀 보세요..."
머리를 흔들어서 더 헝클어 뜨립니다.
"괜찮아...넌 애기니깐...이런 머리가 더 귀여운거야."
"아니에요. 치요처럼 머리에 리본 달아 주세요..."
결국은 머리까지 묶고 나서야 만족한 웃음을 짓습니다.


아니 왠 애기가 벌써부터 왠 손님을 의식을 하고 옷을 갈아입고 치장을 해달라는지...
멋부리는게 지 아빠를 똑 닮았습니다.

머리는 내리는게 더 나은 것 같은데
치로와 친구들에 나오는 치요 머리를 자꾸만 해 달라고 합니다.


우리딸 김연아 같은가요?
'죽음의 무도' 를 보던 딸내미...
사진을 찍을때면 곧 잘 김연아 포즈를 합니다.



"엄마...바쁘니깐 내가 도와줄게요."
어느 날 부터인가 하랑이가 신발정리를 하곤 합니다.
정말 시키지도 않았는데 정리 해 놓고 엄마를 불러서 자랑스럽게 보여주곤 하는데
참 기특합니다.

기특한 건 기특한건데...
사실은 하랑이가 신발 짝을 잘 안 맞춰두고 그냥 늘어 놓아서
꼭 엄마가 한 번 더 정리해야 하긴 합니다.
그래도...아시잖아요.
항상 말씀드리지만...노력상이라는 것...!!!


손님이 오시면 우리딸은 정말 분주합니다.
치장도 해야하고, 신발 정리도 해야하고, 책이나 장난감도 치워야 하고...
우리집엔 손님이 오신다면 엄마, 아빠보다 훨씬 바쁘게 종종 걸음으로 다니는 하랑이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