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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씩씩한 한결이

같은 나들이에 극과극의 반응을 보이는 남녀



딸과 아빠는 한적한 거리를 걷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아빠의 손을 잡고 걷는 그녀는 행복합니다.
햇살은 뜨겁지만 열기조차 그녀의 평화로운 오후를 방해 할 수는 없습니다.


그 뒤를 따라 가는 그는 쏟아지는 졸음을 참을 수가 없습니다.
마음은 저 부녀의 뒤를 바짝 쫓아가 훼방이라도 놓고 싶지만...
부릅떠 보아도 자꾸만 감기는 눈꺼풀은 무겁기만 합니다.


그녀는 클로버 밭에서 꽃을 꺽고 있습니다.
살랑살랑 바람에 푸른 원피스 깃이 휘날립니다.


여기 자신의 목을 제대로 꺽고 자는 남자도 있습니다.
함께 간 일행들은 나들이의 여흥에 취해 꽃이나 꺽고 있지
자꾸만 고꾸라지는 그의 목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루피에게 노란 장미들을 보여 주며 그 향기에 흠뻑 빠져 걷고 있는 그녀가 있습니다.


꿈인지 생시인지, 집 인지 밖인지...구분 못 하고 여전히 멍 때리는 그도 있습니다.


만발한 꽃들을 감상하며 시원하고 상큼한 음료로 목을 축이는 그녀가 있습니다.


나도 한 모금만 달라며 애원하는 그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들의 볼 일이 바쁜 일행들은 그의 울음 소리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구슬같은 눈물 방울이 뚝~뚝 떨어집니다.

 


루피와의 사랑을 아름답게 담은 영화를 찍고 있는 그녀가 있습니다.
루피를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는 그녀의 표정은 애틋하기만 합니다.


그녀의 연기가 클라이막스를 향해 갈 때 그의 울음도 절정에 이르렀습니다.


장소도 같고, 함께 간 이들도 같건만...
같은 나들이를 대하는 그들의 자세는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햇빛에 그을러 어두워진 그녀의 얼굴빛, 하지만 그래서 더욱 빛나 보이는 치아...
생전 햇빛 구경도 못해 본 듯한 그의 피부...빛나는 눈물 방울...그래서 더 슬퍼 보입니다. ㅋ
그는 언제쯤이면 그녀처럼 활발하게 돌아 다니며
남성미의 상징인 구리빛 피부를 뽐내어 볼까요?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