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랑이네 엿보기/육아는 행복해

공포의 유치원 미술시간, 병들어 버린 아이 마음

지난 3월...놀이학교에 다니던 친구의 아이 S는 유치원으로 옮겼습니다.이제 7살이 되었으니 초등학교에 가기 전 조금 더 디테일한 단체 생활에 적응을 하기 위해서였죠.어느 유치원을 보낼까...고민을 하다가 그 곳에 가면 미술이 확연하게 는다는 입소문을 듣고 H 유치원을 선택했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미술 실력이 아이의 자신감을 좌우한다는 믿음에서...기왕이면...미술을 많이 배우고 가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하더군요. 역시나...탁월한 선택이었을까요? S의 그림 실력은 나날이 늘어만 갔습니다.

 

친구의 집에 놀러갔을때 자랑스레 S의 그림을 보여줍니다. 얼룩말 입니다. 7살 아이의 그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디테일까지 살린 그림이었습니다. 얼룩 무늬 하나하나...말 발굽까지...워낙에 그림 솜씨가 없기에...어른인 나도 이렇게 그리기는 힘들겠다 싶었습니다.

 

유치원으로 옮기면서 S는 눈을 깜빡 거리는 틱이 왔습니다. 많아야 10명 안밖인 놀이 학교에 다니다가 한 반에 28명인 유치원으로 옮기면서 적응하기 힘들어서 그러려니 한다더군요. 아이가 선생님이 혼내서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말을 할때도...워낙에 대접만 받고 소규모 그룹 활동만 하다보니 단체 생활에 어려움을 느껴 그러나 보다 한다고 합니다. 그때까진 저도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옛 동료와 연락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동안 연락이 끊겼다가 최근 카카오 스토리를 하면서 다시 연락을 하게 되었죠. 이런저런 근황을 묻는데 그 동료는 바로 S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여러가지로 인연인 인연인듯 합니다.

 

"어...H유치원? 내친구 아들 거기 다니는데..."

"진짜?? 누구? 이름이 뭔데??"

"응...S...어때?? 잘해??"

 "응??? 음...뭐 그렇지 뭐..."

동료는 말을 아끼는 눈치입니다.

 

"애가 6살까지 놀이학교 다니다가 갑자기 인원 많은 유치원으로 가서 그런지..

틱이 왔다더라구...

그래서 유치원에 잘 적응을 못 하는게 아닌가 싶어서..."

 

아이 엄마와의 친분때문에 말을 잘 못하나 싶어...

단도직입적으로 물어 보았습니다.

한동안 말이 없던 동료는 말합니다.

 

 "쌤...그 친구랑 많이 친해??"

 "응...뭐...그냥...친하지..."

"흠...물론 S가 좀 자유분방하고 산만한편이긴 해...

그래서 지적도 많이 받고...

그런데 문제는 S보단 그 유치원 자체에 문제가 있는 듯 해..."

 "그래?? 왜???"

 

"지난 3월에 미술 교사 구한다고 해서 다니기 시작했는데...진짜 깜짝 놀랐어.

어떤 그림 하나를 그려도 무조건 똑같이 그리게 해...색깔까지 다 정해주고...

집 하나를 두고도 창문 모양에 지붕까지...사자 갈귀까지..

아이가 다르게 그리면 시키는대로 다 다시 그리라고 하고...

나야 뭐...임용 기다리느라 올해 한 해만 어찌어찌 떼우자 싶은 마음에

그냥 다니는거지만...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정말 비추인 것 같아...

미술 전문 유치원이라 매일 그림을 그리는데...그 그림 시간이 정말 살벌해...

 미술시간 뿐 아니라 매사에 스파르타 식이긴 해...

인사까지 얼마나 각을 잡는지...

 엄마들은 자기 아이 그림만 보니깐...

다른 아이들과 다 똑같은 그림이었는지도 모르고 그냥 많이 늘었다고만 좋아하는데...

내가 보기엔...아닌것 같아서..." "

S가 틱까지 오면서 힘들어 한다니 하는 말이야.

개성이 강한 아이인데... 이곳의 강압적인 분위기...

많은 스트레스가 있기는 할거야."

 

 그 곳의 분위기...많이 엄한편이라는 말은 친구인 S엄마에게도 얼핏 들었었는데 선생님 조차도 그리 표현하는 것을 보니 많이 엄하긴 엄한가 봅니다. 무엇보다....획일적인 그림을 그리게 하는 미술 시간... 늘어가는 아이들의 미술 실력을 자랑하기 위해서 그 시간을 공포의 시간으로 만들어 버린것이 정말 바람직할까요?

 

 

아이들에게 그림이란...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또하나의 수단입니다. 같은 주제를 가지고도 저마다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자신만의 개성과 색으로 스케치북을 채워가야죠. 그런 아이들의 그림을 획일적으로 정형화 시키는 것...이건 미술의 목적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렇게해서 잘 그리게 되면 뭐가 좋을까요? 그 그림에는 내 아이의 생각과 개성은 찾아 볼 수 없는 생명을 잃은 껍데기일 뿐인데요.

 

 

이름을 알리는 것도 좋고 특기 교육을 열심히 시키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널리 이름을 알려 원생을 늘리기 이전에 과연...그 방법이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수법으로 적당한지... 그 교육을 받는 아이들이 정말 행복할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교육자로써의 바람직한 태도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