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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맘의 작업실/성사중학교

요즘 아이들 문제라고? 적어도...아이들은 순수하다

 처음 중학교 아이들을 대상으로 종이공예 CA 수업을 가던 날...

적잖게 당황했었다.

 

일단은 생각보다 많이 모인 아이들의 숫자에 당황했고...

28명의 아이들 중...5명 빼고 모두남자 아이들인데 당황했고...

생각보다 간단한 메뉴얼도 해석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수준에 당황했었다.

그리고...몇 몇 비협조적인 아이들의 태도에 당황했다.

 

알고보니...몇 몇 아이들을 제외 하고는 하고싶어 모였다기 보다는

다른 부서에 갔다가 정원이 다 차서 못 들어갔거나

고르고 고르다 시간이 많이 경과하여 급히 아이들이 2/3 라고 했다.

한 마디로 갈 곳이 없어서 옛다 모르겠다...

하고 온 아이들이 대부분이라는 뜻이다.

 

 

 

 

 

5살 먹은 딸내미도 간단한 메뉴얼은 해석하여 만들기를 하건만...

요녀석들은 의욕들이 없는건지...생각하기 쉬운건지...

간단한 세모접기 하나도 물어보고 시범을 보여달라 한다.

 

나름 열심히 한다고는 하는데...여러번 같은 접기를 반복하는 것도 힘들어 한다.

 

종이공예 메뉴얼이라는 것이 아무리 잘 만든다 하여도 평면적인 것으로

입체적인 종이공예를 할때는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생각해서 모양을 만들어야 하는

공간지각능력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내가 이 많은 아이들을 데리고 뭐 그리 어려운 것을 만들겠는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접기들을 조립하고 엮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지...

따라서 기본적인 소양만 갖춘다면

치명적인 신체적 결함만 없다면 누구나 다 접을 수 있다.

 

"선생님이 앞에 붙여 놓았지? 여기서 이모양이 나오게 하려면 어떻게 접으면 될까??"

 

"나 종이접기 진짜 잘하는데...동영상 보고 별 거 다 만들었거든요...

근데 이런거 보고는 못 만들겠어요."

 

문득...뭐가 문제인지 깨달았다.

디지털 시대에 살고있는 이 아이들은 평면으로 된 메뉴얼을 파악하여

무언가를 만드는 아날로그 방식이 낯설다는 것을...

 

생각을 많이 하지 않아도...눈앞에 보여지는 영상을 보고 그냥 따라만 해도

이작품 저작품 완성이 되는데 뭐하러...종이 쪼가리와 씨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해?

안 그래도 머리에 김이 서리도록 머리를 쓰며 공부하고 있구만...

 

 

엄마 심부름을 해주고 받은 100원을 들고 문구점으로 달려가

조립 로봇이나 자동차를 사들고 오곤 했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글씨가 쓰여진 메뉴얼 한 장에 의지하여

손에 잡히지도 않는 작은 조각들을 맞춰보겠대고 낑낑 거려 본 경험...이 아이들은 별로 없을 것 같다.

 

 

 

 

그래도 수업 3번 만에 아이들은 정말 많이 변했다.

처음에는 눈앞에서 보여줘도 못 따라하던 녀석들이 전체 설명 한 번 듣고 메뉴얼에 의지하여

척척 접어냈다.

 

"오~~~~감동인데...잘했어..."

선생님의 치켜든 엄지 손가락과 격려에 베시시 웃으며...

투박한 큰 손으로 작은 종이와 씨름하는 아이들의 모습...

진짜 말 그대로 감동이었다.

 

첫 수업, 두번째 수업...모두 약 3명 가량 완성품을 만들어가지 못했다.

왔다갔다 하며...잘 따라오지 못하는 아이들 신경써서 봐준다고 봐줬지만

주구장창 그 아이들 옆에만 있을수도 없는 노릇이라...

작품을 완성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안타까이 바라만 보아야 했었다.

 

여전히 개구장이 아이들은 장난을 쳤지만 삐딱하던 처음의 자세와는 달리

진지해졌고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처음으로...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모두 예쁜 필통을 만들어 갔다.

 

 

 

 

 

 

그냥 그렇게 모양만 유지시킨 필통이 아니라...

정말 연필을 넣고 다녀도 손색없을만큼 단단하게 만든 아이들이 대부분이요

 

워낙에 종이접기에 소질이 없는 아이들도 필통의 모형만은 그럴싸하게 흉내라도 냈다.

 

 

무엇보다...아이들의 표정에 서린...자랑스러움이란...

"에이...여기가 찌그러져서 좀 아쉽다..." 란 선생님의 말에

"난 이거면 충분해요. 내가 이렇게 만들었다는게 중요하죠."

영~~부실해 뵈는 필통을 들고 마냥 신기해한다.

 

 

 

 

 

이 아이들은 사회가 짜놓은 모범생의 기준에 맞는 아이들은 아닌듯 하다.

솔직히 옆에서 보니 학교 선생님 말씀도 썩 잘듣는 아이들도 아닌듯 하다.

 

하고싶어 모인 아이들도 아니고...

어쩔수 없이 어쩌다 보니 종이공예반에 와서 나와 만난 아이들이다.

 

그럼에도...아이들은 정말 순수했고 약간의 시간과 격려만 해줘도 확실히 달라졌다.

내가 수업을 넘 잘했나? ㅋㅋㅋ

 

 

 

에공...니들은 꿈에 나올까...무섭다...귀신도 아니고...

카메라를 차마 거부는 못한 아이들의 자체 머리카락 모자이크 처리... ㅋㅋ

 

 

요즘 10대 무섭다, 요즘 10대 생각없다, 요즘 10대 문제많다...고들 하지만...

한 달에 한 번...잠시 잠깐 만나 3시간 남짓 짧은시간이지만...그래도

내가 느낀 아이들은 참 순수했다.

 

처음부터 열심히 잘 했던 아이들도 많지만

뺀질거리다  슬금슬금 열심히 하기 시작한 친구들도 있다.

사실...후자쪽 아이들이 내 맘을 더 흡족하게 만든다. ㅋㅋ

 

 

난 디지털보다 아날로그가 익숙한 세대다.

가끔은 동영상이 오히려 방해되고 헷갈릴 때도 있다.

지금 이 시대에...태어났다면 90년대 후반 혹은 00년대 초반에 태어났다면...

 

나 역시 지금 이 아이들처럼 살고 있을텐데...

평면 메뉴얼 보다는 동영상 메뉴얼에 길들여져

쉽고 빠르게 완성품을 만드는 길을 택할거면서...

나와 다르다고 나 어릴때 같지 않다고 생각하기 싫어하고

손을 움직이는 것을 귀찮아 한다고 한탄만 한다.

 

 

생각해보면...난 중학교때 아주 시간이 많았다.

지금의 이 아이들보다 훨씬...여유가 있었던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