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랑이네 엿보기/평범한 일상들

아들 못 낳는 죄로 구박받는 며느리의 설움




제 오랜 친구는 종가집으로 시집을 갔습니다.

그 친구의 시댁인 안동에서도 꾀 유명한 집안으로 "누구네..." 하면
 "아...저기 입니다"라고 알려 줄 정도로 유명한 집이였지요.

때문에 그 친구의 시댁에서는 유난히도 아들,아들 하십니다.

딸이 더 좋다고 말들은 해도 여전히 우리네 부모님들 은근히 아들을 바라시지 않습니까?
보통 부모님들도 그러실진데 종가집의 며느리가 된 그 친구의 시댁에서는 오죽 아들을 바라셨겠습니까...



그런데 친구는 첫 출산에 딸을 낳았습니다.
그 친구네 시부모님들은
"그래...첫 딸은 살림 밑천이라더라...다음에는 아들 낳으면 되지..."
라고 말씀은 하시지만 섭섭한 기색은 차마 감추시지 못하셨습니다.

몇 년 후 친구는 또 임신을 했습니다.
아들을 너무도 바라는 시댁 부모님의 마음을 알기에 아이의 성별을 알게 될 때까지
"아들이어라...아들이어라..."주문을 외우며 마인드 컨트롤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마인드 컨트롤이나 주문으로 될 일이면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다.

5개월 쯤 병원에서는 "언니랑 같은 옷으로 준비하면 되겠네요."
두둥...!!!
둘째도 딸이었습니다.

"야...솔직히 00생각하면 딸이 낫지...너도 너희 언니랑 정말 친하잖아.
나도 울 언니 없으면 못 살거든...요즘 같은 세상에 무슨 아들타령이야..."
라는 제 위로에 그 친구도 애써 덤덤하게 받아 들이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나도 사실은 딸이 갖고 싶었어...어머님, 아버님이 섭섭하셔서 좀 그렇지."

하지만 친구의 시부모님은 좀 섭섭하신 정도가 아니셨습니다.
딸이라니 지금 뱃속에 있는 아기의 존재는 안중에도 없는지 둘째를 낳기도 전에
수시로 셋째 타령을 하시는 시부모님들 때문에 친구는 임신하고 있는 기간 내내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습니다.


둘째 임신 기간 내내 임산부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었고
심지어는 아이 낳기 전날까지 시댁의 김장에 불려가서

무거운 배추들을 나르고 왔다는데
그게 원인이었는지 둘째는 예정일보다 3주나 빨리 나왔습니다.


딸이든 아들이든 어쨌든 극심한 산고를 거치고 아이를 낳았건만
내내 무심하신 시부모님의 태도는 친구의 마음에 큰 상처를 주시기에 충분했습니다.

비록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은 받지 못했지만
아이는 엄마, 아빠의 사랑속에서 무럭무럭 자랐고 어느새 100일이 되었습니다.

잔치는 못 하더라도 가족끼리 조촐하게 식사라도 하자는 의미로 마련 된 가족 모임...
"부르니깐 가긴 간다만 뭔 100일까지 챙기냐..."
라며 마뜩잖은 표정으로 자리만 지키고 계시던 시아버님...

식사가 끝날 무렵...친구의 둘째를 물끄러미 바라 보시더랍니다.
"그런데 얘 이름이 뭐냐?"


아무리 아들 손자를 바라셨다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100일이 되도록 아이 이름도 모르고 계실 수가 있을까요.

그 동안 둘째를 한 번도 안아 보시지도 않으시고,
눈 앞에 있어도 있나보다, 없으면 없나보다...시큰둥 하셔도

무뚝뚝한 시아버님의 성격 탓이겠거니 했는데
아이의 이름을 수 차례 말씀드렸건만 그 날 까지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시던

시아버님때문에 친구는 전화 해서 펑펑 울더군요.

"내가...너무 어이가 없고, 속도 상하고, 할아버지 할머니의 축복은 커녕
태어나기 전부터 구박덩어리에 무관심의 대상인 우리 아기가 불쌍해서 가슴이 너무 아팠어..."

그 상황에서 뭐라고 위로 할 말이 없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그렇게까지 며느리 가슴에 못을 박으셔야 하는지...
요즘 같은 세상에 무슨 아들이 대수라고...
또 아이의 성별이 여자 탓이 아니라는 것 과학적으로 이미 입증 된 것 아닙니까?


제사밥이요?
과연 우리 자식들 세대에서도 극진히 제사를 모시는 집이 그렇게 많을까요?
적어도 전 제 아들과 며느리에게 제사 지내라고 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이들에게 그런 부담을 물려 줄 생각 전혀 없습니다.

"내가 아들 낳는다는 보장만 있으면 셋째 왜 못낳겠어.
그런데 셋째 갖었는데 또 딸이면 어떻해.
아들 아니니까 지워? 그럴 수는 없는거잖아.
그리고 또 아들 낳을때까지 계속 낳아? 그러다 계속 딸 낳으면...
오빠 나이도 있는데 그렇게 막 낳기만하면 저절로 크나? 그건 너무 무책임하잖아..."


친구의 말이 자꾸만 마음에 걸립니다.
그러게요.
요즘 같은 세상에 자식 낳아만 놓으면 저절로 큰다??
그건 말이 안 되지요.

적어도 아이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해 줄 수는 없어도 기본적인 뒷바라지를 해 줄 수도 있어야 하고
또 친구보다 5살 많은 신랑의 적지 않은 나이를 생각할때
언제까지나 대책없이 아이를 낳을 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아들타령을 늘어놓으시며
며느리에게 눈치주고 자신의 핏줄인 손녀를 안아봐 주시지도 않는 그 친구의 시부모님들.
당신들의 아들만 점점 더 힘들어 진다는 것을 왜 모르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