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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육아는 행복해

아이에게 사주는 비싼 그림책들, 본전 찾게 읽히는 비결

그림책 오래 읽히려면 무조건 내 아이 수준보다 높게?


많은 엄마들이 그림책을 고를 때 착각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아이보다 수준이 높은 책을 구입해야 오래오래 읽힐 수 있다.'가 아닌가 싶습니다.
가끔 주변 맘들을 보면 뭐가 그리 급한지 이제 겨우 6살 밖에 안 된 아이의 책장에 초등학생 수준의 백과사전이 꽂혀있고
이제 말을 떼기 시작하는 아이에게 그림과 설명이 빽빽하게 들어 찬
수준 높은 창작 그림책이나 자연 관찰 책을 들이밀어 줍니다.

과연 그 아이는 그 책들을 두고두고 오래 읽을까요?
지금 안 읽더라도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오래오래 그 책을 읽힐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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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고 빡빡한 살림에 맞벌이를 하시느라 바쁘셨던 어머니,
자식들과 많은 시간을 못 보내시는 댓가로 저희 친정 어머니가 선택하신 장난감은 바로 책이었습니다.
덕분에 저희 삼남매 방학이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뒹굴뒹굴 하면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납니다.
용돈을 타면 쪼르르 책방이나 문구점으로 달려가 (당시에는 문구점에서 책도 팔았습니다. 저희 동네만 그랬나요?)
셋이 나란히 책을 한 권씩 골라서 서로 바꿔가며 닳도록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도 책을 좋아라했던 우리 남매들이었는데...

어느 날 저희 집에 유명한 모 출판사의 00위인전집이 들어왔습니다.
초등학교 막 입학 할 무렵 쯤???
어머니 나름 큰 맘먹고 들여주신 고가의 그 위인 전집은 빽빽한 글밥에 삽화라고는 전혀 없이
서술만 길게 되어있는 책 이었습니다.
물론 그 책은 아직은 그림책을 좋아라 했던 우리 남매들에게 외면 당했지요.
시간이 지나면서 삽화도 없고 서술형의 긴 문장들만 나열되어 있는 책들을
읽을 만큼 독서력이 향상 되었지만 이미 재미없다라는 선입견을 가지게 된 저희는 끝내 그 책을 읽지 않았습니다.

본전 생각에 차마 그 책들을 버리지 못하셨던 친정 어머님...
지금도 친정의 책장 한 귀퉁이에 그 책이 꽂혀있고, 가끔씩 그 책들을 펼쳐보면 아직도 쩍~소리가 납니다.
거의 25년 가까이 된 책이 말입니다. ㅋㅋ
정...눈이 심심하고 읽을거리가 없었던 어느 날 읽었더니 문맥도 잘 이어지고
위인전 치고는 내용도 흥미로운 것이 제 기억만큼 재미없고 지루하기만 한 책은 아니더군요.

어머니가 조금만 천천히 저희가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었을때 그 책을 들여주셨으면 어땠을까요?
그래도 우리 남매가 그 책을 외면했을까요?


언젠가 이웃 동생이 4살 아이의 자연관찰을 추천해 달라고 하더군요.
"글쎄...00출판사의 00친구??나 00출판사의 00으로 보는 자연이야기?
 난 애들한테는 이게 좋은 것 같더라...
자연 관찰 글자 많고 설명 많으면 그거 읽어주고 설명해주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아이가 이해하고 못하고는 둘째 치고 잘못하면 거부하더라구,
그냥 간단하게 동물들이나 식물들의 특징 정도만 서술형이 아닌 이야기 식으로
되어있는 책이 좋지 않을까?"
"에이...그래도 그건 글밥이 너무 없더라...그런책 얼마나 읽힌다고? 난 00가 좋던데..."

결국 그 친구는 설명과 그림이 빽빽하게 들어간 다른 회사의 자연관찰을 들였는데...
(자기 사고 싶은 건 정해놓았으면서 뭐하러 물어는 보는지 모르겠습니다 ㅡㅡ+)
아이는 심하게 그 자연관찰을 읽기를 거부했고
책을 들인지 3년이 지나 이제는 충분히 그 책들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7살이 되었지만 지금까지도
책장에 그대로 꽂힌 채 집안의 애물단지로 전락했습니다.


사실 그 친구 뿐 아니라 주변 맘들 대부분이 천천히 읽혀야지라는 생각으로 실제 아이 수준보다 높은 책을 일찌기 들여 놓았다가 실패를 보고 책장에 진열만 해놓은 책 꼭 한 두질씩은 있더군요.

뭐...책이니...투자한 걸 뭘 그리 아까워 하냐...하면서도 그 사악한 가격을 생각하면 정말 속이 쓰리고 쓰린일이지요.

책이 쉬우면 그 책을 읽는 기간이 짧다?

제 딸아이의 책장을 보면 아이가 태어나기 전, 
그러니까 태교때부터 읽었던 책들을 비롯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이 모두 꽂혀 있습니다.

물론 개중에는 글밥도 적도 내용도 사물인지나 시키는 단계의 책이나
어휘를 확장시키는 것이 목적인 말놀이 책들도 많이 있습니다.
제법 긴 스토리의 책들도 척척 소화해 내기 시작한지 오래인, 
또래에 비해 꾀 높은 수준의 독서력을 자랑하는 딸아이지만

가끔씩은 읽고 싶다고 가져 온 책이 돌 무렵에 읽었던 말 놀이 책들 일 때도 있고, 간단한 생활 동화,
때로는 엄마 눈에는 아주 유치한 수준의 사물인지 책 일 때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책들이 딱 단계에 맞게 사서 거짓말 안 보태고 수 백번
읽을만큼 읽었고 이미 본전을 뽑고도 남았을 책들입니다.
(이 시기의 책들은 아주 짧고 간결한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앉은 자리에서  수 십번도 넘게 반복하여 읽는 아이들의 특성상 그리 오버된 횟수는 아닙니다 ^^)


어렸을 적 읽었던 기억을 더듬어가며 뒷 내용을 추측하고 맞췄을 때의 아이의 의기양양한 표정...
예전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그림을 책 한 귀퉁이에서 발견하고 좋아라 하며 눈을 반짝이는
딸아이를 보면 아이들이 읽는 그림책에 월령을 매긴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지 새삼 깨닭게 됩니다.


저는 아이가 좋아하겠다 싶으면 글씨가 없든,
한 페이지에 한 줄만 있든...열 줄이 있든 고르는 편입니다.
그렇게 아이의 입장에서 고르면 거의 실패는 없습니다.
가끔 글밥이 제법 많은 책들을 고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아이의 수준과 딱 맞거나 때로는 좀 낮아 보이는 수준의 책을 고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수준이라는 기준도 참 우스운게 영유아 시절에 어려워봤자  
또 얼마나 어려운 책을 읽히겠습니까...개인차야 물론 있겠지만 대부분
또래 아이들의 평균치라는 것이 있을 것이고 거기서 말 한 두 마디 더 덧 붙이고,
덜 붙이고, 글자 수가 많고, 설명이 많고, 또는 여러 문맥속에 어떤 뜻이 숨겨져 있고, 없고...
뭐 이런 차이 정도겠지요.)


일단 아이들은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나면 수십 번 반복하여 읽습니다.
그 반복이 책을 구입한 당일 날만 되풀이 해서 이루어 질 수도 있고, 한 달간 계속 이어 질 수도 있고
길게는 6개월~1년간 열심히 읽을때도 있더군요.
열심히 반복하는 시기가 지나갔다고 그 책을 다시 안 보게 되느냐?
가끔씩 생각 날 때마다 수시로 가지고 와서 읽더라구요.
중요한 것은 일단 재미있다고 인식한 책들은 시간이 지나도 언젠가는 꼭 다시 펼쳐본다는 것 이지요.
그야말로 엄마들이 원하는 두고두고 읽을 수 있는 책에 대한 정답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단 재미있다고 인식 된 책은 언제고 손에서 떼지 않고 두고두고 또 보게 됩니다.>

그냥 지금 당장 재미있게 읽을 책....!!!!
좀 더 크면 재미있게 읽을 책이 아니라 오늘 신나게 읽을 책을 선택한다면
아이는 그 책을 오늘도 읽고, 내일도 읽고... 1년 후에도,
꾀 자라서까지 (책장의 여력만 된다면 아이의 책을 꾸준히 모아주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아 아기때 정말 재미있게 읽었는데...'라고 회상하면서도 읽을 것입니다.


엄마의 눈 높이와 기대치를 조금만 낮추고 조금 유치한 듯 보이고 쉬운 듯 보이는 그림책이라도
내 아이의 수준과 기호를 고려해서 들인다면 비싼 그림책들 사서

책장에 진열만 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 입니다.
책에 내 아이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내 아이에게 맞는 책을 사주는 것이
진정 본전 뽑고도 남는 그림책 육아 비법중의 비법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