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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씩씩한 한결이

33개월 누나를 당황시킨 13일 된 동생



동생이 집으로 온 지도 열흘이 다 되어 가건만 매일 먹고,
자기만 하는 동생은 하랑이에게 아직 큰 존재감은 없었습니다.

하랑이가 어린이집에서 돌아올 때 쯤엔 대부분 한결이가 자고있고,
그렇게 내리 자다가 먹고 자다가 먹고만 반복하는 한결이는
하랑이가 잠들고 난 9~10시 이후에 잠시 일어나

12시 정도까지 놀다가 아침에 누나가 어린이집 가기 전까지 잠만 자니...
간혹 동생에게 수유하는 시간을 빼고는
크게 엄마를 뺏길 일이 없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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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제 저녁은 왠일로 8시쯤 한결이가 깨어났습니다.
배불리 먹고 시원하게 기저귀를 갈아주었더니 기분이 좋아진 한결이...
"하랑아...동생 안 자니까 누나가 옆에서 동생이랑 좀 놀아주라...!!!"
동생이 깨기 직전까지 엄마와 신나게 책도 읽고 그림 그리고 신나게 놀았던 하랑이의 기분도 한창 좋았지요.
"네~ 엄마...내가 동생 볼께요..."

의욕이 앞서서 큰 소리로 대답은 했는데...
막상은 어찌할 줄을 모르고 우두커니 앉아 동생만 보고 있더라구요. ㅋㅋㅋ

그 모습들이 귀여워서 사진을 찍어주려는 찰라...!!!
갑자기 한결이가 칭얼대기 시작합니다.




"엄마~ 동생이 울어요...!!!"
"어...그래...그럼 하랑이가 울지 말라고 달래봐...!!!"

처음으로 딸내미와 아들내미가 함께 있는 모습을 촬영 중인 엄마는 건성으로 대답합니다. ㅋ




"착하지? 울지마...까꿍....!!! 누나가 여기 있잖아...!!! 어이구...누가 우리 한결이를...!!!"
짧은 시간에 나름 동생을 달래보겠다고 어설프나마 엄마의 말투까지 흉내 내가며 달래고 있습니다.




방치도 해보고, 토닥여 주기도 하고, 발도 맛사지 해주고, 꼭 안아 주기도 했건만...!!!
야속한 동생은 계속 칭얼댑니다.

"엄마...그래도 동생이 계속 울어요...!!!"
"그래? 그럼 하랑이가 뭘 해 줄 수 있을까? 책 읽어 줘 볼까?"
사진찍기 바쁜 엄마 또 건성으로 대답합니다.




별 기대없이 생각나는 대로 책이나 읽어주라고 대답한건데...
얼른 자기가 어렸을때 읽었던 입체북을 가지고 와서
나름 창문도 열어주고,
구연도 해주면서 열심히 읽어 줍니다.
시킨 것도 아닌데 엄마가 자기에게 읽어 줄 때처럼 책을 동생쪽으로 향해 들고 보여주는 폼이 제법이네요.

누나의 노력은 가상하지만 그렇다고 안아달라고 우는 동생이 뚝 그쳤을리는 만무하지요.
이 상황을 즐기는 엄마만 재미있었답니다. ㅋㅋㅋ
그래도 잠시나마 동생 달래기에 진땀 뺀 딸내미가 기특해서 한결이를 안아 올리며 말했습니다.
"와...우리 누나가 달래주고 책 읽어주니까 한결이가 뚝 그치네...!!!"
진짜 빈말이었는데 "어...어...내가 한결이 우는 데 울지 말라고 했어요. 어..어...이제 안 울어요."
라며 으쓱해합니다. ㅋㅋㅋ



33개월 짜리 아이에게 13일 된 동생을 달래라니 많이 당황도 했을거에요.

그래도 나름 열심히 임무를 완수 하려는 딸내미,
그런 과정에서 동생과 조금이라도 친해지고 새로운 정이 쌓였겠지요?
아직은 서툴지만 조금만 더 익숙해지면
울 하랑이 잠깐 동생을 달래줄 수 있는 보모로써 손색이 없을만큼
성장하지 않을까 기대해 보는데 너무 큰 욕심일까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