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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육아는 행복해

졸지에 고시생이 된 엄마의 컨닝 페이퍼


딸내미에게 영어 그림책을 읽어주며 새롭게 영어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딸아이가 어리다보니 글밥은 많지 않지만 평소에 쓰지 않던 영어 의성어, 의태어들...
또 제가 매일 쓰는 언어가 아니기에 한글 그림책처럼 맛깔나게 구연을 해주려면 엄마의 예습은 필수 입니다.
가뜩이나 익숙하지 않은 언어...엄마가 버벅거리며 읽어주면 아이가 얼마나 지루하겠습니까...


그동안 의성어,의태어 중심의 말놀이 영어 그림책을 보여 줬었는데
요즘 한창 생활동화에 푹~빠져있는 딸을 보며 영어 그림책도 생활 위주의 그림책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그러다 딱 눈에 들어 온 것이 "옥스포드 리딩트리" 일명 "ORT"로 불리지요.
한솔 교육에서 하드커버로 된 책들이 나오는데 전 조금더 저렴하면서 구성이 많은 인북스에서 구입했습니다.


가장 기초부터라는 평소의 지론대로 1단계 쉬운 단계부터 구입했는데...
그림책에 글이 단 한 줄도 없는 것 입니다.
정말 한 줄도...오디오 CD를 들어보지만 몇몇 단어만 겨우 귀에 들어오고
그림을 보면서 들으니 짐작으로 알아들을 뿐 딸에게 영어로 구연해 줄 수 있을리 만무합니다.

일단 딸을 데리고 그림읽기만 시켰습니다.
물론 한국말로 말이죠.
내용을 파악하고 대화체들은 대강 지어서 읽어 줬습니다.



보시다시피 내용은 그닥 어렵지 않습니다.
엄마가 설명해 주지 않아도
그림만으로 머리가 길어 잘 빗겨지지 않은 아이가

아빠와 함께 미용실에 가서 변신하고 온..
이 또래의 아이들의 책이 다 그렇듯이 이 책 또한 아주 쉽고 단순한 내용입니다.

하지만....단순한들 뭐하겠습니까...
마치 길을가다 외국인이 말을 걸어오면 말문이 턱 막히듯이...
그 단순한 상황에 적절한 단어나 문장들이 쉬~ 떠오르지 않는 무식한 엄마인 것을요...!!!
온전한 문장으로만 말을 해야 영어라고 배웠고
입으로 내 뱉기 전에 맞는 어법인지 틀린 어법인지 머리부터 굴리는 엄마인 것을요....!!!



생각하다 못해 컨닝 페이퍼를 만들었습니다.
사이트를 뒤져보니 바로 내용을 다운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있지만 굳이 배껴썼습니다.
쓰면서 중얼중얼 말을 따라 해 봅니다.
아무래도 쓰면서 공부하던 세대라 익숙해지려면 써 보는 수 밖에 없더군요. ㅡㅡ;;

못 쓰는 글씨이지만 어떻습니까...저만 알아보면 되는 걸요...!!

안그래도 항상 잠이 부족한 맘이지만...새벽 1시까지 스텐드 불을 밝혀 놓았습니다.
남편이 말합니다.
"안 자? 참...체력좋다..고시생이 따로 없네..."


제가 딸내미에게 벌써 영어 그림책을 읽혀주는 이유는 아주 단순합니다.


딸이 저처럼 영어 때문에 고생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영어를 무서워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영어가 부담스러워 해외로 떠나는 배낭여행을 주저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영어 시험은 50점 맞아와도 좋으니
길에서 외국인을 만나면 친절하게 웃으며 길을 설명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문법부터 고민하지 말고 맞든 틀리든 일단 말로 내뱉을 수 있는 용기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영어 때문에 좋은 책과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영어를 공부가 아닌 그냥 새로운 말로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때문에 저는 오늘도 공부합니다.
이 나이에, 시험을 보는 것도 아니고 누가 강요하는 것도 아닌데...
제 흥에 겨워 새벽까지 스탠드 불을 밝힙니다.
좀 더 신나게 영어 그림책을 읽어 주기 위해서...
그림책 앞에 영어라는 단어를 뗀...그림책을 자유롭게 읽어주고 싶어서...

딸에게 영어라는 것을 재미있다 라고 느끼게 해 주기 위해서...
내일 단 한권의 책을 조금 더 재미있고 신나게 읽어주기 위해서 엄마는 새벽까지 공부합니다.
학창시절 이리 공부했다면 제 인생이 조금은 달라졌을까요?
자식이란...참...엄마의 삶을 많이도 변화시키네요.
사실 전...공부가 싫어서 학창시절로 돌아가기 싫다는 1인중에 한 명인데...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