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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육아는 행복해

험한 세상 딸가진 엄마의 고민이란?


딸내미를 어린이집 차를 태우고 돌아서는데 왠 여자 아이가 보였습니다.
나이는 7살쯤 되어 보이고, 제법 아무져 보이는 아이는 혼자였습니다.
오지랍 넓은 하랑맘, 공연스레 걱정이 되어 약 3분간 그 아이와 떨어져서 지켜 보았습니다.
혹시라도...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곧 유치원 버스는 왔고 그 아이는 선생님께 꾸벅 인사를 하고 유치원 버스 탔습니다.
그 모습까지 보고 돌아서는 제 느낌은...
그 아이가 기특하고 대견하다는 느낌 보다는 놀라웠습니다.

'에고...요즘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데 혼자서 유치원 버스를 타...그것도 여자 아이가...'
솔직히 이런 생각밖에 나질 않았습니다.

생각해보면 그 유치원 버스 정류장은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곳이고
그 아이 집도 멀어봤자 10m 이내만 걸으면
아파트 공동 현관에 닿을 수 있을만큼 가까운 곳에 사는 아이이겠지요.
또 저는 볼 수 없지만...
창문으로 그 아이의 엄마가 딸내미가 안전하게 차를 타는 모습을 지켜 볼 수도 있을 거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간 깜짝 놀랐던 것은 자식을 키우기엔
특히나 딸자식을 키우기에는 너무 흉흉한 세상인지라
어린 여자 아이 혼자서 밖에 나와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위험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곧...그런 생각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참으로 많이 씁쓸하더군요.


제가 어렸을때만 해도 7살때 꾀 먼 거리에 있는 유치원을
혼자, 혹은 친구들과 걸어서 다녔습니다.
초등학교는 정말 멀어서 큰 길을 세번은 건너야 했고, 버스 정류장으로 2정류장쯤 떨어진 곳,
그것도 높은 언덕에 있는 곳을 걸어 다녔습니다.
언젠가 어릴적 살았던 동네에서 그 학교까지 걸어가보고 깜짝 놀랐었습니다.
어찌...이런 곳을 그 짧은 다리를 가진 8살 어린아이들이 걸어다녔을까 싶어서요...
암튼...그때는 다 그렇게 다녔고 저보다도 더 먼 곳에 살고있는 아이도 있었으니깐요.
하루종일 친구가 사는 옆 동네든, 제 집 앞에서든 가까운 공원에서든 신나게 뛰어 놀았습니다.
물론 엄마는 대동하지 않았지요.

지금은 놀이터에라도 나가 보면 엄마 없이 나와 있는 아이들은 거의 없습니다.
엄마가 없으면 할머니 혹은 할아버지, 아님 옆집 엄마가 함께 봐주기라도 합니다.
혼자 나오면 오히려 이상해 보이지요.

제가 오늘 본 그 여자아이도 생각해보면 기특한 일이지 놀라운 일도 아니었는데...
하다못해 학교 교실 조차도 안전지대는 아니라는 불안한 마음 가지게 되는 요즘...그게 그리 놀라웠습니다.


문득 처음 하랑이를 임신하고 딸이라는 사실을 알았을때가 생각이 납니다.

전...남아선호 사상따뒤는 절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음...아는 딸입니더, 핑크색 옷 준비하면 되겠네...'
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제일 먼저...
'아...딸 키우기 너무 무서운 세상이라...잘 키울 수 있을까요?
아들이 좋아서가 아니라 딸을 무사히 키우기가 무서워서 딸이라는 말씀을 들으니 겁나네요'
이 말을 했다가...무뚝뚝한 의사 선생님께 혼났었지요.
'구데기 무서워 장 못 담그나? 그런 생각말고 아 낳아서 잘 지키고 키울 생각을 해야지...'

TV에서 어린 여자 아이를 대상으로 한 범죄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그리고 가끔 잘 놀고 있거나 잠든 딸을 보면서 혼자 공연한 걱정을 합니다.
'아...정말...잘 지켜줘야 하는데...'
잘 키워야 하는 것도 아니고 잘 지켜줘야겠다...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건...
부모로써 참으로 안타까운 일 입니다.

나중에 딸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고
중학생 그리고 고등학생이 되어도 딸이 나가있으면 항상 걱정 될 것 같습니다.
언제쯤...마음 놓고 딸 아이를 혼자 내보낼 수 있는 세상이 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