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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남편의 여친과 놀이터에서 짜장면 시켜 먹던 날

하랑양 24개월 무렵....!!!오랜만에 친구네 집에 놀러 갔습니다.
아니 정확하게 제 친구가 아니라 남편의 친구집에 갔습니다.
원래는 학창시절 남편의 여자 친구 였는데...
(그냥 성별이 여자인 친구 말입니다. ㅋㅋ )이젠 저와 더 친하게 지냅니다.

아무리 오랜 친구라도 아줌마, 아저씨가 되니 더이상 남편과의 공감대는 많지 않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동창 결혼식에나 만나면 가끔 수다를 떨까...대부분은 저와 많이 놀고 연락도 저와 더 자주 합니다.
참...그 여친들의 남편들도 대부분은 남편의 친구입니다.
그 지역 토박이인 남편의 남자 친구들과 남편의 여자 친구들은 그렇게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진짜 신기한 건 그 친구들의 배우자들...
처음에는 모르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면 초등학교 동창이었고,

교회 친구였고 혹은 친구의 친구고...진짜 좁디 좁은 도시 입니다.

아무튼 그 언니네 딸내미는 하랑이보다 18개월 정도 빠릅니다.
그리고 아기를 아주 좋아합니다.
18개월 빠른 것도 빠른 거라고 하랑이에게 톡톡히 언니 노릇을 해 줍니다.
한참을 블럭놀이 하던 두 녀석...이제 지루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놀이터로 나왔습니다.
말도타고, 미끄럼틀도 타고, 그네도 타고...
언니 뒤만 졸졸 따라다니며 놀이터에서 노는 법을 배웁니다.
아직은 놀이터라는 공간이 그리 친숙하지 않았던 하랑이는 모든게 마냥 신기하기만 합니다.


그녀의 체력은 이때도 참 저질입니다. ㅠㅠ
그거 조금 놀았다고 털썩...주저 앉아...헥~헥 거립니다.
그리고 배가 고프다고 난리입니다.


아이들 데리고 집에 들어가서 밥 해먹기도 귀찮고...무얼 먹을까나?

"우리 짜장면 먹을래?"
"헉...여기서 먹어도 되요?"
"어때? 더 맛있지..밖에서 먹으면..."
"ㅎㅎㅎ 좋아요...근데 배달해 줄까요?"

바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저씨...네...여기 00 아파트 106동 뒤에 있는 노란 미끄럼틀 있는 놀이터인데요...
간짜장 둘이요..."
정말 신기하게도 아저씨는 10분도 안 걸려 놀이터로 짜장면을 배달 해 주셨습니다.



맛있었습니다.
역시 짜장면은 야외에서 먹어야 제 맛입니다.
양파 한 조각도 안 남기고 싹싹 긁어 먹었습니다.ㅋ
후식으로 캔커피와 웨하스를 먹습니다.
한 개씩 먹으면 간에 기별도 안가나요?
6개 통째로 먹습니다.
6개 통째로 먹으면 맛도 6배가 될까요? ㅋ



결혼하고 생전 가본 적도 없는 의정부에서 약 3년 간 살때...
그렇게 남편의 친구들...그러니깐 다시 한 번 강조하는 성별이 여자인 여자 친구들은
제 친구들이 되어주었습니다. 아는 사람 한 명도 없고 낯설음과 외로움을 그렇게 달래 주었었습니다.
솔직히 제 친구이나 친정 식구들에게는 자존심 상해서 못보는 남편 흉도 그녀들에게는 봅니다.
어린시절부터 다 같이 어울리며 익히 알았던 성격이라 호응도 정말 잘 해줍니다.
그래서 아주 낯선 타인보다 훨씬 이야기도 잘 통하고 만나면 재미있습니다.
그 언니들의 남편들,
그러니깐 남편의 남자친구들의 근황도 이젠 제가 중간에서 듣고 남편에게 전해줍니다.


친구에게 전화 왔길래 아는 언니와 놀이터에서 짜장면 먹고 왔다고 했습니다.
저의 낯가림을 잘 아는 친구는 언제 친구를 사귀었냐고 묻습니다.
남편의 어린시절 여친이라 했습니다.
친구는 저에게 성격 좋다고 합니다. ㅡㅡ;;
그런거 아닌데...일단 남편의 여친 소리만 나오면 다들 화들짝 놀랍니다. ㅋ
아무튼 이젠 그녀들은 남편의 친구가 아니라 저와 훨씬 더 친한 제 친구입니다 ^^;;


그리고 그녀들의 자식들은 우리 하랑이에게 친구와 언니가 되어 주고 있습니다.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를 온지 1년이 넘었건만...
하랑이는 아직도 윤경이 언니와 수진이 언니에 대한 추억을 말합니다.

문득 생각 날때마다 언니들 보러 놀러 가자고 합니다.
엄마, 아빠 그리고 그 다음으로 좋아하는 사람들로 언니들을 뽑습니다.
가끔은 아빠보다도 좋다고 할 때도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들의 인연은 남편에서 아내로, 그리고 자식들로...끈끈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