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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4살 딸의 첫 선물에 감동대신 헛웃음만 나는 이유


딸내미가 어린이집에서 이쁜 카네이션을 가져왔습니다.
참 이쁩니다.
드디어 저도 자식에게 카네이션 받는 부모의 반열에 올라 섰습니다.


"어머나...이뻐라...하랑이가 엄마 주려고 가져 온거야?"
엄마의 호들갑 스러운 반응에 4살 딸은 시큰둥 하게 대답합니다.
"아니. 내가 주는게 아니고 선생님이 엄마 주라던데?"
"........"


딸의 어린이집 가방속에는 이쁜 카드도 들어 있습니다.
"어머나...이거 하랑이가 엄마에게 주는 카드야?"
"아니...카드 아닌데, 그냥 꾸민건데..."
"그래...카드면 어떻고 아니면 어때...하랑이가 엄마 주려고 만든거야?"
"응? 아닌데...난 글씨 못써서 다희 언니가 글씨 쓰고
색칠하기 힘들어서 선생님이 색칠해 준건데..."


압니다.
굳이 말 안해도 동그라미도 제대로 못그리는 딸내미가 글씨를 썼을리도 없고

색칠이 서툴기만 한 딸내미가 이렇게 진하고 꼼꼼하게 색칠 했을리도 없구요,
저 꽃도 4살짜리 아이가 무슨 어버이날의 의미를 알고 샀을리는 없지 않습니까...
그래도 그렇지...

다 알면서도 그저 엄마 주려고 가져왔다고 하면
엄마는 딸이 주었다는 하나로  감사하고 기쁘기만 하잖아요?



카드 속에는 쿠폰도 들어있습니다.
다른 이웃분들의 포스팅에서 보았던 아이가 엄마에게 해주는 서비스 쿠폰 입니다.
저도 드디어 또 이런 것도 받아 보겠군요.

"와...하랑아...이건 또 뭐야? 하랑이가 엄마한테 해 주는 거야?"
"응?? 뭔데? 봐봐..."
선생님이 설명해 주셨을텐데...딸은 이 용도를 까먹었나 봅니다.
"응...이거...우리 어린이집에서 보낸거라고 써있나 봐...봐봐...여기 어.린.이.집 이라고 써있네..."
손가락으로 꾹꾹 짚어가며 읽어주는 그 글씨는 바로 포.옹.쿠.폰 이라고 쓰여있습니다. ㅡㅡ;;


"어...이건 또 뭐야?? 이거 하랑이가 썼어?"
"응..그건 내가 이야기 하면 선생님이 쓴거야."
이 것만은 본인이 지은 것 맞군요.
그래도 흐뭇한 건 하랑이네 반에서 우리 하랑이 동시만 이렇게 쓰여있고
다른 건 다 언니 오빠들이 쓴 거네요.

(은근한 자식 자랑...크면 다 똑같아도 왠지 내 아이 뭐 잘 해보이면
그게 그리 자랑 하고 싶은 팔불출 입니다.)


4살 딸은 아직 거짓말을 잘 모릅니다.
입에 발린 소리도 못하고 자기가 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생색도 내질 못합니다.
호들갑스런 엄마의 반응에 장단을 맞추어 주지는 않는
너무 솔직한 딸의 첫 어버이날 선물에 자꾸만 헛 웃음만 납니다.
"참나..." 하면서 말이지요. ㅋㅋ

한 내년쯤엔 딸도 어버이 날이라는 것의 의미를 알까요?
하긴...생각해보니 전 초등학교 졸업할때까지도 어린이 날만 열심히 챙겼던 것 같네요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