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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씩씩한 한결이

그의 몹쓸 엉덩이와 호기심을 용서하세요


시골에 간 이틀째 되던날...!!!
농사일로 바쁜 할머니 할아버지는 오랜만에 손주들이 와도 놀아줄 틈을 내지 못하십니다.
그래서 아그들 살짝 낮잠 자고 일어난 후 김밥을 싸서 산책겸...밭으로 갔지요.


자라기 시작하는 향긋한 상추들...
이 상추들의 잎들을 잘 솎아 주어야 쑥쑥 튼튼하게 자라고
잎들도 더욱 풍성해 지지요.

"엄마...나도 해볼래요..."


할머니 할아버지가 알려 주신대로...첫 번째 상추 잎을 따냈습니다.
"엄마...이거 바바요...이렇게 하면 되는거죠?"
자랑스레 엄마를 향해 상추를 들어 보입니다. ㅋ


어른들에게는 일이지만...딸에게는 또 다른 재미있는 놀이 입니다.
참으로 열심히도 합니다.


아직 상추밭이 낯선 아들은 잠시 앉아 넋을 놓고 상황 파악 중 입니다.


다 좋습니다.
그런데...아직 여리디 여린 상추를 깔고 앉은 이런 몹쓸 엉덩이는 어찌하면 좋을까요.
밭으로 들어서기도 전 부터 흙투성이가 된 바지는 어떻구요.


상황과 분위기가 파악 된 아들의 손길은 바빠집니다.
그 상추들을 다 깔고 엎드려 흙을 파내기 시작합니다.


난생 처음 만져보는 고운 밭 흙...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는 흙은 신기하기만 합니다.


다 좋습니다.
그런데...말릴 틈도 없이 흙수성이의 손은 입으로 갑니다.
"이놈...안돼...지지...."


엄마의 야단에 잠시 앞을 응시합니다.
입가에 밥풀을 붙이고 여전히 손가락은 살짝 흙을 파고 있습니다.


작지만 야무진 손매...
비닐 사이에 쑥 집어 넣습니다.
얼마나 신기하겠니...
얼마나 재미있겠니...
호기심 많은 아들만 생각하면 얼마든지 만지게 하고 싶지만...
저 아들의 몸과 팔에 깔린 저 여린 상추는 또 어찌할꼬...
할머니 할아버지가 이만큼 심고 키우시느라 얼마나 고생을 하셨을텐데...


이쯤되면 엄마 입장에서는 참으로 몹쓸 아들의 호기심 입니다.


그리고 또 그 흙투성이 손으로 김밥을 집어 먹습니다.
온 인상을 쓰고 먹는데 집중하는 아들내미...
'그래...옛날에는 흙도 막 파 먹었다는데...' 엄마는 애써 마음을 추스립니다.


목이 말랐는지 물도 꿀꺽꿀꺽 마십니다.


여전히 그의 몹쓸 엉덩이는 이 상추에서 저 상추로 거침없이 옮겨 다니고 있습니다.


"엄마...나 안경이에요..."
상추를 찢어 들고 누나가 장난을 칩니다.
"사진 찍어 주세요..."
계속 동생만 찍어주는 엄마에게 사진 촬영도 요청합니다.


"모야?? 엄마는 내 전속 사진사라고..."
표정이 딱 이리 말하는 것 같죠? ㅡㅡ;;

이제 뭔가를 알기 시작하며...
아들은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자기에게 향하는 것을 즐깁니다.

그 시선이 누나에게 향하면...약간의 샘도 부립니다. ㅡㅡ;;;


놀다가...먹다가...놀다가...먹다가...
어느새...김밥통은 비어버렸습니다.


"앙~~더 줘...더 줘~~!!!"
상추밭이 편해졌는지...
그 상추들을 베고, 깔고, 뭉개고...그 자리에 누워 버렸습니다.


"장한결 안돼...이놈..."
엄마가 말리면...할머니 할아버지는 껄껄 웃으십니다.
"놔둬라...이렇게 흙도 만지고 상추도 뜯어 보고 해야 아도 건강하게 잘 크지..."
이렇게 열 댓개는 망쳐버린 아들의 몹쓸 엉덩이와 호기심은 면죄부를 받습니다.

흙투성이의 아들 얼굴을 보면 엄마도 슬며시 웃음이 납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뭔가 좋은 놀이라도 해준 것 같은 뿌듯함 마져 생겨납니다.
물론 한편으로는 부모님께 죄송하지만 말입니다.
이 철없는 딸과 손주들을 어찌하면 좋을까요...ㅡㅡ;;;
이젠 저도 딸이기 전에 엄마가 되어버렸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