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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4살 딸의 인형놀이에 빵~터졌다, 씁쓸해진 이유


딸내미가 키우는 아기들입니다.
매일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고, 예쁜 말 좋은 말 해가며 사랑해주는 아기들 입니다.


오늘도 딸은 그 아기들을 재우고 있습니다.
"쉿~~이제 잘 시간이야...누가 떠드니..."
엄마의 말을 고대로 흉내내어 가면서 아기들을 재우고 있습니다.


"그래그래...착하다...꿈 속에서 만나자..."
이 또한 엄마의 멘트를 고대로 따라 하는 것 입니다. ㅡㅡ;;


잠시 아이들과 잠이든 딸을 뒤로 밖으로 나왔습니다.
실은 이 모든 사진은 딸의 요청에 의해서 찍었습니다.
요즘들어 사진찍는 것에 재미들린 딸은 부쩍 찍어달라는 것이 많습니다.


"엄마..이것 봐봐요...자다가 일어나니깐 얘들이 이렇게 자요..."
"......" 이때 설겆이 중이었나? 암튼 바쁠때여서 대꾸를 안했더니 친히 데릴러 왔더군요.
"엄마...빨리 와서 사진 찍어 달라구요...엄마 엄마...SQuare" 라고 합니다.
그러게요...정말 인형들이 네모 모양으로 자고 있네요.
그래...기분이다...한 장을 더 찍어주고 또 나왔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더이상 엄마를 찾지 않아도 엄마가 먼저 딸을 찾았습니다.
"장루피...누가 일어나니..."
"박패티...너 진짜...조끼 안 입고 자면 배 아프다고 몇 번을 말해..."
"어허...유토끼..." 듣다가 웃겨서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아기들은 딸내미의 수면 조끼들을 입고 있습니다.
방금 하랑엄마에게 지적당한 유토끼는 엄마의 품에 안겨 있습니다.


"하랑아...유토끼가 누구야?"
"응...엄마...얘 이름이 유토끼에요. 그런에 유가 아니고 류~에요..."
친히 성명을 정정까지 해줍니다.
아마도...어린이집에 류00 친구가 있나 봅니다. ㅡㅡ;;


"엄마 얘이름은 뭔지 알아요? 얘는 김테디에요. 엄마랑 똑같이 김이 들어가요."


"엄마...엄마...얘는 박패티에요. 내가 사랑하는 애라서 내가 좋아하는 곰돌이 조끼 입혔어요."
딸내미는 뽀로로와 친구들 중 패티와 루피를 사랑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얘들이 여자니깐요 ㅡㅡ;;;


"얘는 장루피에요..."
그리고 패티와 루피 중에서는 루피를 더 사랑합니다.
이유는 역시 간단합니다.
루피가 하랑이가 좋아하는 핑크색이니깐요.
모르긴 몰라도 그래서 루피에게 자신의 성과 같은 '장'씨 성을 붙여 주었을걸요.


"엄마...얘는 어...어...."
갑자기 붙일 성이 생각이 나질 않나 봅니다.
잠시 어...어...하며 생각하더니...
"얘는 정바비에요. 이쁘죠?"


류토끼, 박패티, 김테디, 장루피, 정바비...!!!
딸의 아가들의 이름입니다.
그리고 그 재미있는 이름을 너무 진지하게 알려주는 딸때문에 빵~~터졌습니다.

오늘도 딸내미의 잠자리는 분주합니다.
각기 성이 다른 아이들을 모두 재워야 하거든요.
본인들이 잠 잘 시간에 안 자려고 잠투정 하듯이 이 인형들의 잠투정도
만만치 않은지...딸의 고성이 들려 옵니다.
"박패티...엄마가 누우라고 했다...김테디...책은 아까 읽어 줬잖아...지금은 잘 시간이야..."

단지 씁쓸한건...
아이들 재우고 할 일 많은 엄마의 나쁜 말투조차 거르지 않고 고대로 재연하여서
그게...조금...민망합니다.
앞으로는 좀 더 이쁜말 많이 쓰고 좋은말 하면서 재워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