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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대충하자'는 엄마를 민망하게 만드는 딸의 일침

아침에 눈을뜨니 싸늘한 바깥 공기가 느껴지는 듯 합니다.
춥습니다.
따뜻한 이불 속에서 나오기가 싫어집니다.
그래도 일어나야 합니다.
딸내미 어린이집 차량이 오는 시간까지 30분도 채 남질 않았습니다.

부지런히 딸내미를 깨웁니다.
"하랑아...일어나...아침이다...뭐 먹을래??"
"빵....!!!"
아직 잠에서 덜깬 딸내미의 한마디...
언제나처럼 눈 뜨자마자 빵을 찾습니다.
누가 빵순이 아니랄까봐...ㅡㅡ;;;

밖에 날씨가 많이 싸늘해 보이는데...원복 입고 가는 날입니다.
치마 입기는 많이 추울 것 같은데...
"하랑아...오늘 날씨 많이 추워 보이는데 치마 입으면 춥겠다...
원복 말고 다른 거 입을까??"
사실을 추운것도 추운 것이지만 빨아서 배란다에 널려 있는 원복...
추우니 배란다에도 나가기 귀찮고 또 셔츠 다리기도 귀찮은 엄마의 꼼수였습니다.


"하랑이...입고 싶은거 입게 해줄게...."

"그럼 나 그거...핑크색...레이스 달린 거..."
"흠...그거 얇은데...그래...그냥 대강 입어..."
"엄마...근데 오늘 원복 입는 날이라면서..."
"응..."
"원복이 치마라서 입으면 춥다면서..."
"근데 핑크색 치마는 입으면 안춥나?"
"......."
"원복 입는날은 입어야 하니깐 입으라 하는 거라면서..."
"알았다...알았어...엄마가 빨리 다려 줄게..."

할 말이 없어졌습니다.
엄마가 예전에 했던 말들을 토씨하나 안 빠뜨리고 기억하고 있다가
따박따박 맞는 말을 하는 딸내미에게 졌습니다.
솔직히 입고 싶은 레이스 치마 입게 해주면 딸내미가 기껍게 입어 줄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손가는 원복 대신 다른 옷을 입히려 했지요.


4살 딸내미는 참 고지식 합니다.
어떤일이든 다 정석대로 하려고 합니다.

특별히 튀는 것도 싫어 하고 남들 다 챙겨오는 준비물
혹시라도 본인만 없거나 하면 매우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은 곧 법이고 꼭 지켜야 하는 것 입니다.
어찌보면 융통성 없이 너무 곧이 곧대로 인가 싶다가도
벌써부터 꼼수를 부리기 시작하면 어쩌겠나 싶은 마음에 다행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뭐든 대충대충인 엄마는 요즘 그런 딸에게 많이 혼이 납니다.
커 갈수록 꼼꼼해지는 딸내미...
벌써부터 이럴진데...
어물어물 덜렁대는 엄마를 참 못 마땅하게 여기는 딸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네요. ㅡㅡ;;
엄마도 같이 꼼꼼해져야겠지요.

"엄마...해야 하니깐 하라고 하는 거잖아..."
급하게 원복 셔츠를 다리고 있는 엄마에게 딸은 부드러운 말투로 이리 말했습니다.
그래...밤에 미리미리 준비 해놓지 않고 딴청 부린 엄마가 잘못이지...
입에 '대강, 대충, 왠만하면...' 이라는 말을 달고 사는 엄마의 생활 태도와 말투를 고치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