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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평범한 일상들

파격 세일한 썩은 귤 보다 더 기막힌 마트의 반응

찬 바람 부는 계절...추운 날씨는 싫지만 그래도 겨울이 반가운 이유는
우리 가족이 너무 좋아하는 귤을 실컷 먹을 수 있는 계절이어서 입니다.
자칭타칭 귤 귀신인 하랑맘, 하랑아빠...그리고...하랑이...
(한결이는 아직 귤을 잘 못 먹습니다. 치아가 없어서 ㅠㅠ)

그래서 겨울 내내 귤을 박스 채로 사서 쟁여두고 먹고는 하지요.
그런 하랑맘의 핸드폰으로 동네 마트의 단체 문자가 도착합니다.
바로 귤 5Kg 한 박스에 7,800원 특가 세일을 한다는 무자였지요.
헛...싸다...!!!
당장에 한결군 들쳐 업고 마트로 뛰어 갔습니다.


그렇게 낑낑거리며 귤을 들고 와서 기쁜 마음으로 개봉을 합니다.
안그래도 아침부터 귤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고 가던 딸내미 얼굴이 떠오르며
뿌듯한 마음으로 상자를 풀어 헤치는데...
왠...날파리가 휘리릭~~날아 오릅니다.
"뭐지?"
찜찜한 마음으로 상자를 들여다 보는데 퀘퀘한 곰팡이 냄새가 또 찡~하고 올라 옵니다.
얼핏 보기에도 상태 안 좋은 귤들이 몇 개 보입니다.


위에 조금 곰팡이 핀 귤을 걷어 내었더니...
아래에 폭싹 썩어서 문드러진 정말 딱 썩어 문드려졌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하게 느껴지는
그런 귤이 들어 있습니다.
아시죠? 귤 하나 썩으면 그 옆의 멀쩡한 귤들까지 전염되는 것...
덕분에 주변의 한 열 개 가량의 귤들이 함께 썩어 가고 있더군요.

저렴한 가격이었고,
걸러 낸다고는 해도 어쩌다 상태 안 좋은 아이가 딸려 들어가 이런 사단을 만들 수 있다는 것...
이해하려 했습니다.


그런데...이 아이...상태가 참으로 하루이틀 썩은 뽐새는 아니라는 것이 참 마음에 걸리더군요.
정말 몇 날 몇 일 방치되어 있던 음식물 쓰레기 속에서 보았던 그런 상태의 아이라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동네 마트에 가서 따지거나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위에도 잠시 말씀드렸지만...어쩌다 하나 딸려 들어갔고 그게 저에게 온 건 운이 없었다 치자...
좋은게 좋은건데...이런 생각을 하였었죠.


양 사이드에 기업형 슈퍼마켓에 끼어서 어렵게 운영되어지는 그 마트...!!! 

동네 상권 보호 차원에서라도 이런 부분은 좀 알려 드려야 할 것 같아서...
사진만 찍어서 보여드렸습니다.

정말 좋게 보여드렸습니다.
"아까 귤을 사갔었는데...상자 아래쪽의 귤이 심하게 썩었더라구요.
그래서 주변까지 다 썩은 거 있죠...."

"싼 것 사갔잖아요, 싼 것...싸니깐 그렇지..."
퉁명스러운 말로 이리 대꾸하시는 아주머니...
좀 짜증이 나려 했지만 일단 참았습니다.

"네...그래요...저렴해서 구입했구요
제가 보여드리는 이유는 바꿔 달라거나 보상해 달라는 건 아니구요,

다음번에 귤 받으실때 업자분께 주의 주셔야 할 것 같아서요."
"싼 거라서 그렇다니깐...싼 거...."

갑자기 기분이 확~상하려 합니다.
이 마트가 야채와 과일을 주변 마트보다 싸게 파는 건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궁여지책 인 것은 이 동네 살면 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게...
그렇게 싸서 산 그 마트의 과일이나 채소가 시들시들 상태가 좋지 않아

'싼게 비지떡' 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될 때 참 많습니다.
무엇보다 다른 기업형 마트 직원의 친절함이나 서비스등은 비교가 안 될 만큼 차이가 큽니다.


고물가 시대에 싼 것을 많이 찾게 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싼 것만 찾지는 않습니다.
싸고 좋은 것을 찾는 것이지요.
제가 산 귤 한 박스에 약 30~40개 가량의 귤이 들어 있었고 그 중 10개 정도는 썩어서 버렸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상한 귤을 버리며 기분은 기분대로 상하고
가격으로 따져도 또 그리 싸게 산게 아닌게 되는 거 아닌가요?

보상을 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이런 상황이 있었다고 말하는데...
"싸서 그랬다...?" 정말로 대놓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장사하는 마음가짐이 이러니 대형 마트들에게 맥을 못추는 겁니다."

골목 상권을 위협한다고 정부의 정책만을 탓할 것이 아니라...
가끔은 자신들의 장사 스타일을 돌아 보는게 어떨까요.
솔직히 대형 마트들을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인 편리성은 둘째 치더라도....
파는 물건에 대해 확실히 보장하고 문제가 있거나 단순 변심에 의해서라도...
신속하게 처리 해주는 부분들이 좋아서
입니다.


같은 물건을 사서 문제가 생기더라도 동네 아는 상점에서 사면
왠지 미안해서 눈치 보여서 그냥 좋은게 좋은거라고 쓰는 경우가 다반사거든요.

동네에서 얼굴 붉히기도 싫었고 썩은 귤에 대해 따지려고 찾은 것은 아니었기에
 "네...싸서 그랬군요." 그러고 나왔습니다.

하지만...정말 다시 어떤 세일을 한다고 해도 그 마트는 다시 이용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싼게 비지떡인 것 임을 스스로도 인정 하신 그런 곳이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