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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육아는 행복해

택배 아저씨는 현대판 도깨비 방망이?

 

띵동...!!!
택배 아저씨가 인터넷으로 주문한 딸 아이의 옷을 배달해 왔습니다.
"엄마, 이게 모야?"
"응...아저씨가 하랑이 옷 가져오셨네..."
"와...아저씨 좋은 아저씨다...하랑이 옷도 막 가져다 주고..."
"아저씨가 가져다 주신게 아니라 아빠가 하랑이와 엄마를 위해서 열심히 일하셔서 번 돈으로
사주시는거야. 그러니까 아빠가 사 주신거지 아저씨가 그냥 가져다 주는 건 아니지."

굳이 아빠가 열심히 일한 댓가로 옷이 생겼다는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그 의미를 어디까지 받아들이고 알아 듣는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하랑이뿐 아니라 요즘 아이들은 택배 아저씨를 도깨비 방망이쯤으로 알고 있는 듯 합니다.
크리스마스 선물도 택배 아저씨가 가져오셨고, 신발도, 가방도, 옷도, 신나는 장난감도...
모두 다 택배 아저씨가 가져다 주시니까요.

언젠가 친구의 아이가 가지고 싶은 인형이 있다고 친구를 졸라대면서
"택배 아저씨한테 전화해서 빨리 가져오라고 해." 라고 이야기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택배 아저씨를 도깨비 방망이쯤으로 알던 어린 시절...!!>

그런데 아무리 어린 아이들이라도 그런 발상 자체가 참으로 위험하게 느껴지는 것은 저의 기우일까요?

내 아이를 부족하지 않게 키우겠다는 생각 저도 물론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 하랑이를 낳고 한창 열의에 불타올랐던 한때는 정말 그런 것을 실천해 옮겼었지요.

왠지 좋아보이고, 이뻐 보이는 물건들...
아직 가지고 놀거나 사용할 수 있는 월령이 되려면 아직도 한참인데 미리 사서 쟁여놓고 

꼭 살 것이 없어도 아침에 눈뜨면 홈쇼핑 사이트 열어서 점검하고 
명품 장난감 후기들 뒤져가며 차마 사지는 못하고 입맛만 다시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 물건을 당장 사서 쟁여두지 않으면 큰 일이 나고
왠지 내 아이는 시대의 흐름에 뒤쳐지게 만드는 게 아닌가

불안한 마음마저 들 때가 있었지요.


그나마 좀 빨리 이러면 안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건 다행 이었습니다.
가끔 엄마의 소비욕에 불을 붙이는 획기적인 장난감이나 옷가지들이 있더라도 두 눈 꾹 감고 일단 참았지요.
그렇게 당장 안 사면 큰 일날 것 같은 물건들...
다음 날 다시 생각해보면 대부분은 '뭐 하러...아직 애는 의미도 모를텐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음 날, 또 그다음 날...오래 생각을 하고 계획해서 산 물건들은 확실히 실패나 후회가 없더군요.
많이 뜸들이고 아이가 정말 갖고 싶어한다는 생각이 들었을때 사 준 물건 들은 잠자리에서까지 만지작 거릴만큼 
딸아이도 너무 좋아하고 아꼈습니다.
왠지 엄마 눈에 좋아 보여서, 교육적인 효과가 있을 것 같아서 지레 짐작으로 들여 준 장난감들에 
시들한 반응 보였던 것과는 참으로 대조적이지요.
 
                                                                              <같은 인형도 제 손으로 고른 건 마르고 닳도록 가지고 다닙니다.>

세상은 빨리 변하고 있고 매일 눈을 뜨면 새롭고 신기하고 재미있는 물건들이 많이 생겨납니다.
그만큼 엄마들의 마음또한 바빠지지만 밑빠진 독에 물 붙기처럼 물건을 사들이고 사들여도 끝은 없습니다.
그 넘쳐나는 자신의 물건들이 그저 당연하기만 한 아이들
갖고 싶은게 있을때 도깨비 방망이처럼 금나와라 뚝딱~! 은나와라 뚝딱~! 하듯이 클릭질 몇 번이면
띵동...하고 새로운 물건이며 장난감을 가져다 주시는 택배 아저씨들...
당연히 아이들은 그 물건을 사 주기위해 아빠, 또는 엄마...
가족들 중 누군가가 열심히 일을 하고 노력을 해야 했고,

그 노력의 댓가로 내가 이렇게 풍요로움을 누리고 산다라는 개념을 갖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요즘 하랑맘은 인터넷 쇼핑을 많이 줄였습니다.
사실 일부러 의식해서 줄인건 아니고 시간이 없어서 못 합니다.
컴을 켜면 일단 블로그에 들러 글들 점검하고 포스팅 하고 이웃분들 찾아뵙고...
남는 시간에는 집안일에 육아까지 하려니 막상 필요한 물건이 있어서 인터넷 샵을 뒤질때에도
급히 들어가 필요한 물품만 딱 검색해서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도 참 블로그가 저에게 미친 영향은 정말 바람직하지요? )


하랑이가 의사표현을 할 수있게 된 30개월 전 후부터는 될수 있는대로 
인터넷을 이용해 대량으로 구입했던 하랑이의 교구나 간단한 학용품,
장난감들은 함께 문구점을 찾아 비교해보고

하랑이에게 고를 수 있도록 기회 주고 있습니다.
대량으로 구입 할 때에 비해서 쏠쏠찮게 푼돈이 나가기도 하고 
영세한 문구점이라 웹상의 다양한 상품들에 비해 

품질이나 디자인이 많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귀찮기도 하구요...ㅡㅡ;;

그래도 많은 물건들 중에서 제 맘에 들고 자기에게 필요한 것,
또 다 가지고 싶어도 한가지만 골라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물건을 사주기 위해서 아빠는 오늘도 열심히 일을 하고 계시다는 것...
색연필 한 셋트를 사더라도 아이에게 가르쳐 줄 것들이 참 많더군요.

확실히 제가 눈이 빠지도록 눈팅을 해서
가장 좋은 상품평이 많은 상품으로 특별히 골라서 주문을 해 준 비싼 장난감보다

제 손으로 고른 1000원짜리 낚시 놀이에 빠져있는 하랑이를 보면
엄마의 잣대로 아이가 누릴수 있는 선택이라는 즐거움을

그동안 참으로도 많이 빼앗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매일 두 세번씩 오셨던 택배 아저씨 이젠 일주일에 한 두 번 오십니다.
이젠 아저씨가 가져오시는 물건은 하랑이가 좋아 할 만한 장난감이 아니라 물티슈나 기저귀등 
생활에 필요한 생필품이 대부분입니다.
더이상 택배 아저씨는 하랑이의 도깨비 방망이가 아닙니다.
우리 딸 아이가 가지고 싶어 하는 대부분의 물건들은
아빠가 열심히 일하신 댓가로 얻었다는 것을 잘 아는 우리딸.

작은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엄마에게 묻습니다.

"엄마, 이따가 아빠 오시면 자랑하고 감사합니다 하면 되요?"